우크라이나, '러시아군 체르노빌에서 철수 중'

사진 출처, Getty Images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측이 해당 발전소를 점령하고 있던 러시아군이 떠났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 공사 에네르고아톰은 현장 직원들이 발전소에 "외부인"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했다.
앞서 에네르고아톰은 일부 병력만 체르노빌에 남겨두고 러시아군 상당수가 북부의 벨라루스 국경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 30일 미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말한 러시아군의 철수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러시아군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했다.
에네르고아톰은 공식 성명을 통해 "오늘 아침 침략자들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를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내 출입 금지 지역 내 가장 오염이 심한 지역에 참호를 파는 바람에 "방사능에 상당량 노출"됐다는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방사능에 노출된 러시아군 일부가 벨라루스로 호송돼 치료받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도 있었다.
로이터 통신은 발전소 직원들의 말을 인용해, 일부 러시아 병사는 자신이 방사능 오염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원전의 방사능 수치를 조사한 결과 정상 범위 내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성명을 통해 이러한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IAEA 사무총장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 며칠 안에 조사단을 파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석: 빅토리아 길, BBC 과학 전문기자
"체르노빌"은 단어만으로도 종말론적인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내내 "또 다른 체르노빌" 같은 참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체르노빌에는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가 없다. 클레어 코크힐 영국 셰필드 대학 교수가 말한 것처럼, 오염된 물질이 저장된 건물들이 파손돼도 "방사능 연기가 기둥처럼 치솟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코크힐 교수는 지난 3월 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 현재 가동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단지를 공격했을 때 오히려 더 걱정됐다고 했다.
해당 사건으로 (IAEA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로의 방문 계획을 세울 정도였다. 러시아군에 원자력 시설을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코크힐 교수는 "현재 체르노빌과 관련해 우려되는 점은 원자력 발전소와 IAEA 사이에 정기적으로 통신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IAEA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물질이 어디에 보관되고 있는지를 담은 (안전 일지)를 갖고 있다. 현장에 진입해 이러한 물질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젠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돼 국제적인 연구 협력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된 체르노빌이 입은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체르노빌 출입 금지 지역을 연구하는 닉 베레스포드 교수는 우크라이나 동료 학자들이 돌아갈 실험실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체르노빌은 "지난 40년 가까이 야생동물의 서식지 그 자체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많은 희귀 야생동물들이 이곳에서 들어와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전쟁이 야생동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릅니다."

최근 러시아는 키이우 북쪽 지역에서의 작전을 축소하고, 대신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르노빌은 키이우 북쪽에 있다.
그러나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31일 러시아가 돈바스 내 병력을 재정비 및 강화하기 위해 병력을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키이우와 다른 도시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참혹한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군사적인 결과를 추구하는 러시아의 목표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한 지난 2월 24일 이후 러시아군의 체르노빌 점령 시 발생할 수 있는 원전의 정전 사태와 직원들의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발전소 직원 상당수는 몇 주간 갇혀 귀가하지 못한 상태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지난 1986년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원전 내 모든 원자로는 가동이 중단됐지만, 이곳 발전소는 완전히 버려지지 않았으며 지속적인 관리가 여전히 필요한 곳이다.
러시아의 철수 며칠 전, 발전소 직원들이 주로 사는 인근 슬라부티크시의 시장은 러시아군이 이 지역을 떠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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