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 고함, 하키선수들...트럼프 집권 2기 첫 국정 연설의 주요 장면들

동영상 설명, 당파 간 분열부터 2026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미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까지 이번 국정 연설의 주요 순간들을 모아봤다
    • 기자, 애나 파귀
    • Reporting from, 워싱턴
  • 읽는 시간: 6 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한편 때로는 공세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미국의 현 상황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역대 최장으로 기록될 이번 국정연설에서 그는 집권 공화당 동료들의 성과를 치켜세우고, 향후 국정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연례 연설은 의원, 행정부 각료, 연방대법관, 대통령의 가족과 그 외 초청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이번 연설은 이란 내 긴장이 고조되고, 연방대법원이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으며, 미국 내 생활비 관련 우려가 지속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여러 중대한 사안이 맞물린 시점에 이루어졌다. 특히 생활비 문제는 올해 말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요소다.

극심하게 분열된 의회 의원들 앞에서 수천만 미국인들이 지켜본 가운데 진행된 이날 저녁 연설의 핵심 장면을 살펴봤다.

1. 시선을 모은 (절반은 불참한) 연방대법관들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켜보는 연방대법원 판사들

사진 출처, Reuters

이번 국정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한 대법원을 맹비난한 이후 대법관들과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처음 마주한 자리였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는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지만, 이날(24일)에는 총 9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엘레나 케이건, 브렛 캐버노 판사 등 총 4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장에 입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의원들과 악수를 나눈 뒤, 맨 앞줄에 앉은 대법관들에게 다가갔다. 관례대로 로버츠 대법원장과 악수한 뒤 연단으로 이동했으나,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다소 냉랭했다. 이는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대법관 6명(로버츠 대법원장 포함)을 맹비난한 이후 이어진 긴장감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연방대법원이 이번 판결과 자신의 관세 정책을 직접 언급하며 대법관들을 다시 비난하고 나섰으나, 예전만큼 강경한 어조는 아니었다.

회의장의 카메라는 배럿 대법관의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임명된 그는 이번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 인물 중 하나다.

대통령이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대법관들을 응시하며 해당 판결에 대해 "실망스럽다", "유감스럽다"고 말하는 동안 배럿 대법관은 무표정한 모습을 줄곧 유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법률을 근거로 관세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는 대법원에 의해 가로막힌 기존 관세를 대체하겠다며 발표한 15%의 새로운 글로벌 관세도 포함된다.

이 새로운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에 따라 부과된 것으로, 역사상 단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무역법 제122조'에 근거한다. 이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최대 15%의 관세를 최대 150일간 시행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행동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가 소득세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가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시사한다.

2. 민주당 의원들, 퇴장당하다. 또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갈 때 '흑인은 유인원이 아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앨 그린 의원

사진 출처, EPA/Shutterstock

대통령의 연례 연설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모습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된 듯하다.

일부 지도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은 보이콧을 선언하며 대신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에 반대하는 소규모 집회들에 참여했다.

회의장 내부를 비춘 카메라에는 민주당 의원들의 자리가 여러 차례 포착되며, 빈 좌석이 두드러졌다.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항의했다.

앨 그린 의원(민주당, 텍사스)은 2년 연속으로 의장 밖으로 퇴장 조치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하자 그는 '흑인은 유인원이 아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높이 들어 보였다.

항의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일한 오마르, 러시다 털리브 연방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도중 계속해서 고함을 질렀다

이 같은 문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가 삭제한 인종차별적인 영상에 대한 항의로 해석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원숭이로 묘사한 내용이었다.

이러한 플래카드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그린 의원은 결국 여러 관계자에 의해 퇴장당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당시에도 그린 의원은 소리를 지르며 퇴장 조치 당한 바 있다.

일한 오마르(민주당, 미네소타) 의원 역시 대통령이 이민 문제와 미네소타 소말리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의 부정 의혹을 언급하자 거듭 항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시하고 계속 발언을 이 어나가는 가운데 오마르 의원은 "거짓말이다. 당신은 거짓말쟁이야"라고 소리쳤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러시다 털리브(민주당, 미시간) 의원 역시 대통령 연설 내내 항의했다.

3. 'USA! USA' 정치와 애국심?

미국 국기가 그려진 남색 스웨터를 입고 입장하는 하키 선수들

사진 출처, Reuters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날 국정 연설 도중 미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언론석 돌출부 공간에서 하원 본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이에 박수와 함께 "U-S-A"를 외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남자 대표팀의 등장은 지난 22일 2026 동계올림픽에서 이들이 캐나다를 상대로 연장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예고된 바 있다.

금메달을 손에 든 선수들이 본회의장을 바라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승리를 축하하며, 골키퍼인 코너 헬러벅에게 미국 최고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2일 이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캐시 파텔 FBI 국장과 함께 환호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파텔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대통령은 스피커폰을 통해 선수들을 축하하며 워싱턴 및 국정연설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 물론, 우리는 여자 대표팀도 초대할 것이다. 다들 아시죠"라고 발언했는데, 이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여자 대표팀을 초대하지 않으면 "내가 탄핵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비판받았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를 의식한 듯 연설 중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대표팀 또한 조만간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여름 예정된 건국 250주년 기념 행사를 언급하는 등 애국심은 이날 트럼프 연설의 핵심 주제였다. 동시에 이러한 사안을 미국 사회의 분열을 드러내는 데도 활용했다.

연설 도중 그는 대부분 의원들로 구성된 관중석을 바라보며 "미국 정부의 제1 의무는 불법체류자가 아닌 미국 시민 보호이다"는 문장에 동의한다면 자리에서 일어서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카메라가 비친 회의장 내 공화당원들은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었으나, 나머지 절반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의 행보와 정책적 승리를 열거하는 가운데 민주당원들이 환호하거난 기립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지적했다.

민주당원들을 향해 "이 사람들은 미쳤다. 정말이다. 이들은 미쳤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