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아브라모비치, 우크라 평화회담 후 독극물 중독 의심증세

사진 출처, Reuters
러시아의 재벌이자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이달 초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에서 열린 협상 자리에서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고 28일(현지시간) 측근들이 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의 구단주이기도 한 아브라모비치는 현재 건강을 회복했으나, 눈이 아프고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협상 단원 2명도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번 중독 의심 사건의 배후로 평화 협상을 방해하려는 러시아 강경파를 지목한 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주장이 제기된 직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어떤 미국 공직자는 "첩보에 따르면 협상단의 증세는 중독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이호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브라모비치와는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대표단들은 "괜찮은" 상태이며, 이 중 한 명은 이런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프랭크 가드너 BBC 안보 전문기자는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미국이 잠재우고 싶어 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일을 인정하면 현재 미국이 극도로 꺼리는 보복행위를 가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눈 통증'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3일 중독 의심 사건 이후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협상단과 아브라모비치의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고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의 측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브라모비치의 건강이 회복됐으며,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대화에서 중개인으로서의 아브라모비치의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 역할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아브라모비치는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7일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의 침공 수위를 낮추는데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달 초 몇 차례 협상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을 방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아브라모비치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음독 관련 특별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은 아브라모비치와 협상단이 "화학 무기에 의한 중독과 일치한" 증상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눈과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눈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서 목격됐다.

사진 출처, Reuters
아브라모비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면서 유럽연합(EU)과 영국에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측근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아브라모비치의 역할이 러시아와의 평화협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제재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아브라모비치가 평화협상 초기 역할을 한 건 맞지만, 이제 그 과정은 양국 협상단 손에 달렸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2주 만에 처음으로 대면 평화협상을 할 예정이다.셰이프


분석: 프랭크 가드너, BBC 안보 전문기자
지난 3월 3일 오후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에 합류했다. 이후 일어난 사건은 아직 미스테리할 뿐이다.
벨링캣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늦은 밤 아브라모비치를 포함한 협상 단원 3명이 신경작용제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이들의 피부와 눈에 염증이 생겼으며, 눈 뒤쪽으로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증상이 밤새도록 이어졌다고 한다.
벨링캣은 이들 모두가 초콜릿과 물 외에 별다른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았었다고 보도했다.
화학 무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고의적인 화학 작용제 사용으로 보인다고 조사 후 결론 내렸다.
그러나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배후를 자처하는 주장도 현재까지 전혀 없다.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의 짓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었다. 과거 영국은 2018년 솔즈베리에서 일어난 러시아 스크리팔 부녀 음독 사건의 배후로 GRU를 지목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즉각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증거도 없다.
이번 사건은 평화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 보낸 경고로 보인다. 치사량 보다는 경고에 가까운 양이기도 했다.
한편 '환경적 요인'이라는 익명의 미국 관료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증세를 보인 사람들 외 그 누구도 이러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미쉬 드 브레튼-고든 화학무기 전문가 또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적 요인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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