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온라인 '사전 데이트'가 필수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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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케이티 비숍
- 기자, BBC Worklife
보통 첫 데이트에는 술 한 잔 하거나 같이 저녁을 먹곤 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데이트 문화도 변화가 포착됐다. 직접 만나기 전 상대를 가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전 루이즈(33)는 수많은 데이트를 즐겼다. 1주일에 1번씩 데이팅 앱 등에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만나곤 했다. 보통 이러한 첫 데이트는 "일 끝나고 술 한두 잔"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루이즈가 사는 런던 내 술집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만나 술을 마시거나, 줌을 통해 술집에서 하듯 퀴즈를 맞히고 놀았다.
루이즈의 데이트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 만나려고 한 남자와 전화 혹은 영상통화를 먼저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데이트 속도에 찾아온 변화가 꽤 마음에 든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놀랐다고 한다.
"조금 시간을 두고 사람을 알아가는 건 긍정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서로 천천히 알아가는 데이트가 제게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술을 배제한 게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좀 더 상대를 분명히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한발 물러서서 제가 해 온 데이트 방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루이즈는 이전 데이트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봉쇄 기간 즐겼던 데이트의 장점을 추려 진실한 사랑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지난 몇 달간 술집과 식당은 문을 닫았으나 야외에서의 만남은 허용이 됐다. 루이즈는 상대에게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대신 활동적인 야외 데이트를 즐기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제 루이즈에게 첫 데이트란 함께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등 친구랑 할 법한 흥미로운 활동들로 바뀌었다. 그리고 실제로 상대를 처음 만나기 전 통화를 하거나 음성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전에는 '뭐 어떤 사람인지 보고나 오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데이트에 나갔다"라던 루이즈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는 잘 맞는 짝을 찾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서 루이즈는 다시 직장에도 나가고 운동 모임에도 나가고 친구도 만난다. 그렇지만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 의미 없는, '영혼이 담기지 않은'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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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하는 시간이 재미있길 원해요. 제가 정말 더 알아가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만나기 전 시간을 두고 상대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잘 맞는지 한번 확인해보는 것이지요."
직업을 바꾸거나 살던 도시를 옮기거나,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데이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루이즈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이후 데이트에 대한 마음가짐을 되짚어보게 됐다. 이제 '시간이 많이 드는, 부담감이 큰' 첫 데이트를 점점 더 꺼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신, 음성 메시지, 영상 통화나 일상 활동과 자연스럽게 엮일 수 있는 가벼운 만남 등을 통해 상대를 가려내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교적 부담 없는 '사전 데이트' 문화가 사랑을 찾는 사람들의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사전 데이트'를 통해 더 오래 잘 사귈 연인을 만날 수 있을까?
온라인 데이트 시장
비교적 부담감이 적은 '사전 데이트'는 상대를 현실에서 직접 만나기 전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체셔에 사는 존 주니어(33)는 팬데믹 이전에 하루에도 여러 번 데이트하기도 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혹시 이러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고 한다. 또한 데이팅 앱 프로필을 거짓으로 작성한 사람들에게 당해 본 이후 새로운 만남이 더 걱정스러워졌다고 한다.
그래서 주니어는 이제 직접 만나기 전 먼저 영상통화로 상대를 알아간다. 이러한 방법이 "더 쉽고 편하다"라는 주니어는 "상대와 내가 잘 맞는지, 서로에게 정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정말 긍정적인 변화고,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영상 통화로 하는 첫 데이트'의 성장은 팬데믹 이후 달라진 데이트 문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첫 데이트를 원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유명 데이팅 앱 '힌지'의 연구진 또한 최근 몇 년간 영상 통화 데이트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힌지에서 관계학을 연구하는 로간 어리 행동과학자는 "온라인 데이트는 새로운 '커피 데이트'가 됐다"라면서 "과거 '가벼운 커피 한 잔'으로 대표 되던, 상대와 자신이 잘 맞는지 부담 없이 알아볼 수 있는 사전 데이트 장소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사전 데이트를 통해 상대와 대화가 잘 통하는지, 실제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확인해볼 수 있다. 데이트 장소로 오랜 시간 이동하거나 비싼 저녁값을 낼 필요 없이 편안하게 집에서 앉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실히 루이즈 또한 생판 모르는 사람을 대면으로 만나는 첫 데이트에 시간, 에너지, 돈을 들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데이트 방식의 변화는 팬데믹 이후 꿈꾸게 된 전반적인 삶의 변화의 일부라고 말했다. 봉쇄 기간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이 많은 부분에서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전문 심리학자이자 성 치료사인 케이트 발레스트리에리는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이전 자기 삶이 너무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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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스트리에리는 '사전 데이트'의 증가는 지난 몇 년간 발전해온 '느리지만 더 목적 있는' 데이트 문화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상대를 바꿔가던 데이트 문화가 유행했던 시절, 사람들은 진실하지 못한 만남에 번아웃을 느끼거나 지쳐갔습니다. 좀 더 잘 맞는 사람을 갈구하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의 속도를 늦추거나, 좀 더 유의미한, 목적 있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게 됐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좋은 상대를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부담 없는 사전 데이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시간 낭비가 싫다는 이유를 많이 꼽았다. 봉쇄 기간 이들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지 되돌아보게 됐다. 봉쇄 기간 할 수 없음에도 별로 그립지 않은 게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수많은 데이트 자리에 나갈 수 없었지만, 특별히 이것이 그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파트너를 찾는 데 아예 관심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대신 더 의미 있는 활동으로 채운, 부담감 없는 데이트로 눈을 돌렸다.
발레스트리에리는 "코로나19로 일과 삶의 균형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은 점점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라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식 데이트를 위해 시간이나 돈을 쓰기 전 신중히 상대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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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는 더 좋은 방법?
팬데믹 이후의 사람들은 더 진지한 태도로 사랑을 찾아 나서게 됐다. 봉쇄 정책 속 고독하게 1, 2년을 보내고 이제 '정상적인' 일상으로 천천히 회복하면서 응답자의 58%가 '유의미하게 목적 있는' 데이트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으며, 62%는 '의미 있고 진지한 관계' 형성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오직 11%만이 여전히 '캐주얼한 데이트'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담감 없는 첫 데이트' 문화는 진지한 상대를 찾고 싶어 하는 추세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이에 대해 발레스트리에리는 "사람들이 캐주얼한 만남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점점 더 꺼린다는 조짐"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시간과 돈을 아껴 정말 진지한 관계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상대에게 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담감 없는 사전 데이트'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데이팅 시장에서 자신과 정말 잘 맞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늘 논쟁이 벌어지는 시대에 유사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발레스트리에리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자신에겐 무엇이 중요한지 재조정하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잘 맞지도 않은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건 의미 없거나 가치 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전 데이트'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영원한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형편없는 데이트 확률을 줄이고 좀 더 유의미한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습니다."
앞선 루이즈의 경우, 팬데믹으로 인해 어떤 데이트를 원하는지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이제 루이즈는 부담감이 적은 사전 데이트를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진실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데이트 습관을 바꿈으로써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루이즈는 이제 성급하게 데이트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들인다고 했다.
"누군가를 만나려고 서두르지 않습니다. 제 삶은 지금 이대로도 꽤 좋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