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만연합니다'...마약 카르텔 간 다툼에 전쟁터로 변한 멕시코 도시

사진 출처, Darren Conway/BBC
- 기자, 쿠엔틴 소머빌
- 기자, 국제 특파원
- Reporting from, 멕시코 쿨리아칸
- 읽는 시간: 9 분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자국 내 지명수배 1위였던 악명 높은 마약왕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를 "끌어내린" 특수부대를 공개적으로 치하했다.
'엘 멘초' 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오세게라는 서부 할리스코에서 벌어진 유혈 총격전 끝에 체포됐으며, 구금 중인 지난 22일(현지시간) 숨졌다.
하지만 쿠엔틴 소머빌 BBC 특파원이 또 다른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본거지인 북서부 시날로아주 북부 쿨리아칸에서 확인했듯이, 막강했던 카르텔 지도자의 부재로 인한 권력 공백은 지배권을 둘러싼 카르텔 파벌 간 폭력 사태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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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아칸의 도로를 달리는 구급차 조수석에 앉아 있던 헥토르 토레스(53)는 "공포가 만연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구급차는 방금 시내 중심가의 어느 차고 안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가 돌아온 직후였다.
차고 주인은 사무실 안에 숨진 채 누워있었으며, 하얀 타일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토레스와 동료 훌리오 세사르 베가(28)가 안으로 들어서자 한 여성이 울부짖으며 뛰어 들어왔다. 죽은 남성의 아내였다.
대원들도 이미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태였다. 헥토르는 시신의 활력 징후를 확인한 뒤 종이담요를 덮어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악명높은 마약 조직 중 하나인 '시날로아' 카르텔은 지도부의 아들이 다른 핵심 인사를 배신한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내분을 겪고 있다.
'수장인 이스마엘 '엘 마요' 삼바다가 체포돼 미국에 투옥되면서 시날로아주 전역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는 현재 멕시코가 직면한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레스는 쿨리아칸의 폭력 사태가 이토록 심각했던 적도, 이토록 오래 지속된 적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한 해 이들의 출동 요청 건수는 7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토레스, 베가와 함께 보낸 일주일 동안 그들이 출동했던 사건은 대부분 똑같은 결말로 끝이 났다. 출동한 건물이나 길가에는 시신이 있었고, 슬픔에 빠진 유족들은 근처를 서성이며 답을 요구했다.
카르텔 희생자 중 살아남는 이는 거의 없으며,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학교, 병원, 심지어 장례식장까지 공격 대상이 됐다.
토레스는 "시날로아 카르텔은 마치 가족 같았다. 모두가 하나의 카르텔에 속해 있었다. 다들 친구였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면서 "서로에게 형제, 부모, 삼촌, 누나 같은 존재였는데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고 … 치명적인 내분에 휩싸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가족 같은 조직은 치명적인 마약인 펜타닐을 생산하고, 미국 거리로 대량 유통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범죄 기업으로 성장했다. 펜타닐로 인해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당 카르텔을 비롯한 여러 조직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한편,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규정했다. 또한 멕시코가 마약 유통 및 마약 밀매 조직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직접 군사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토레스, 베가 둘 다 14kg에 달하는 케블라와 방탄 섬유로 만든 보호복을 입고 있었다.
토레스에 따르면 "출동 현장에 범인들이 아직 남아 있는지, 목적을 달성한 뒤 사라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는 필수적인 조치다. "그래서 구급대원들은 교전 에 휘말려 다칠 위험을 안고 일한다"는 설명이다.
취재진과 구급대원들이 다시 본부로 돌아오는 길,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한때 밤이면 활기 넘치던 이 도시는 이내 텅 비게 될 터였다. 차량 흐름도 더디어졌다.
멕시코 정부는 시날로아에 병력 수천 명을 파견했고, 대부분의 도로에는 검문소가 설치됐다.
알고 보니 차고 주인이 살해당했던 현장에서는 또 다른 남성 3명이 납치된 상태였다. 중무장한 군인과 해병대가 납치된 이들의 흔적을 찾고자 차량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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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아칸에서 납치는 때로 죽음보다도 더 끔찍한 운명일 수 있다.
이번 주 초, 도심의 한 주요 쇼핑몰 앞 인도에서 시신 한 구가 버려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는 고문당한 흔적이 역력했다. 몸은 온전했지만, 두피가 벗겨져 있었으며, 두 눈은 뽑혀 있었다.
시신 옆에는 한 카르텔 파벌이 다른 파벌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숨진 이 남성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나머지 자들도 우리가 곧 잡으러 갈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쿨리아칸은 쇼핑몰과 깔끔하게 조성된 공원, 고급 자동차 매장이 즐비한 활기찬 도시다. 사건이 발생한 쇼핑몰 밖에서는 검은색 사이클링 티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퇴근 시간 교통 체증 속에서 잠시 자전거를 멈춰 세운 채 경찰이 시신을 시신 가방에 넣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음 날, 같은 방식으로 훼손된 또 다른 시신이 도시 외곽 북쪽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변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과학수사팀이 옆에 있던 쪽지를 들어 올렸으나, 피가 그 표면을 타고 흘러 인근 자갈밭 가장자리에 고여 있을 만큼 흥건해 글씨를 판독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범죄 현장에 갈 때마다 27년 동안 이곳 도시의 폭력 사건을 취재해 온 에르네스토 마르티네스를 만날 수 있었다.
쿨리아칸 산 라파엘 지역에서는 16살 소년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엠마누엘 알렉산더의 시신 주변에 흩어져 있는 탄피 10여 개를 표시하는 동안, 이 소년의 다리는 여전히 자전거와 엉켜 있었다. 권총으로 근거리에서 살해당한 모습이었다.

사진 출처, Darren Conway/BBC
마르티네스는 "예전에는 경찰관도, 군인도 더 많았고, 치안도 더 나았다"고 회상했다.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돼 있는데도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습니다. 줄어들기는커녕 하루 평균 5~6건씩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죠."
그렇다면 이 폭력은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 시날로아의 한 파벌을 접촉했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휴대전화를 비롯해 추적 가능한 장치는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이들은 양심의 가책을 거의 느끼지 않는 잔혹한 범죄자들로, 이 악순환의 해결책은 간단하다고 했다. 무고한 사람들이 위협에 노출되더라도 현 정부는 개입하지 말고, 결국 최후의 한 파벌만 남을 때까지 자신들이 서로 싸우고 죽이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이들은 인터뷰 내내 복면을 쓰고 있었으며,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다. 아울러 신원을 밝히고 싶지 않아 했다.
그중 하나인 마르코(가명)에게 혹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지 묻자, "그렇다, 사실이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죽는다. 많은 죄 없는 이들이 죽고 있다"고 답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미겔(가명)은 훨씬 더 무자비했다. "카르텔 간 싸움이 지속되고 있고, 더 악화하고 있기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이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한 세력만 남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카르텔의 폭력 사태로 인해 발견되는 시신 수뿐만 아니라 실종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레이날다 풀리도의 2020년 12월에 실종된 아들 하비에르 어네스토를 찾아 헤매고 있다. 풀리도는 '맞서 싸우는 어머니들'이라는 단체를 이끌며 다른 여성들과 함게 실종된 가족의 행방을 추적한다.
쌀쌀한 어느 아침, 쿨리아칸에서 멀지 않은 한 주유소에서 만난 풀리도와 다른 어머니들은 서로를 껴안은 뒤 수색에 나섰다. 10여 명에 달하는 이들 대부분은 실종된 가족의 사진과 이름이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우선 실종자들의 사진을 가로등에 붙이며 수색을 시작했다. 주택가를 지날 때마다 동네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 사이로 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갑차와 기관총이 장착된 픽업트럭에 탄 중무장한 군인 6명이 이들을 호위하며 뒤를 따랐다.
대머리수리가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들판에서 그들은 금속 막대와 곡괭이, 삽을 이용해 유해를 찾고 있었다. 흙이 뒤집힌 흔적이나 땅이 움푹 들어간 지점 등 임시 매장지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또한 방금 땅에 찔러 넣었다가 뽑아낸 금속 막대기의 냄새를 맡으며 흙 속에 유해 특유의 냄새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애썼다.

사진 출처, Darren Conway/BBC
잠시 휴식 시간, 풀리도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신에게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묻는다고 했다.
"우리가 아니면) 아무도 이들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 그 하나로 움직입니다. 시날로아에서 그 누구도 실종자를 찾아 나서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찾을 수 있다면 세상 끝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이 여성들은 들판에 시신이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여러 제보를 받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몇 시간 동안 수색했음에도 동물 뼈 외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아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조심스럽게 묻자, 풀리도는 눈물을 닦으며 "나 역시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자주 던진다"고 답했다.
"하지만 저는 지금껏 시신 250구, 생존자 30여 명을 찾아냈습니다. 그 아이들도 제 아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제게 도움을 청하러 오는 가족들의 아이들도 제 아들입니다. 제 아들의 흔적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있습니다. 모두 제 아들의 조각을 안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한편 쿨리아칸에 펼쳐진 이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은 펜타닐 밀매다.
카르텔 소유의 어느 지하실에서 마약을 제조하는 로만(가명)은 취재진에게 따라오라 했다.
그는 방금 미국으로 보낼 펜타닐 포장을 마친 참이었다. 단단하게 압축된 하얀 가루가 든 포장팩은 6개가 넘었다. 로만은 이 치명적인 마약을 다룰 때마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다.
그가 포장팩 중 하나를 열자 내용물은 꽁꽁 압축된 상태였으며, 표면에 숫자 '300'이 새겨져 있었다.
이전에는 미국으로 알약 형태로 보냈으나, 이제는 가루 형태로 밀반입한다. 세관을 피하기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 포장팩의 무게는 1kg으로, 2만달러(약 2800만원) 상당에 거래된다. 하지만 로만에 따르면 어느 도시로 보내는지에 따라 가격은 더 올라간다. "뉴욕으로 보내면 2만8000달러~2만90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 더 멀리 갈수록 가격도 높아지고, 우리의 이윤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몸담은 이 산업에 아무런 부끄러움도,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다. 멕시코와 미국 정부의 생각이 어떠하든, 펜타닐은 계속 유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수색을 강화하고 우리를 더 바짝 뒤쫓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로만은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생산을 멈춘 적이 없다. 가끔 상황이 심각해지거나 정부의 감시망이 좁혀지면 생산량을 잠시 줄일 때는 있다. 그렇게 며칠간 조용히 지내다가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생산량을 늘리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당신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고 알려주자, 그는 태연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더라도, 수요가 있는 한 우리는 계속 이 일을 할 것이고, 그렇다고 우리가 테러리스트가 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도 원해서 사는 것이지,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들에게 이런 악에 발을 들이거나, 이런 약물을 사용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현 멕시코 정부는 마약 밀매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으로의 향하는 펜타닐 공급량을 50% 줄였다는 주장이다.
취재진은 쿨리아칸에서 멕시코시티로 이동했다. 이곳 공항은 2026년 월드컵이 다가오는 가운데 드릴 소리와 벽에서 석고를 뜯어내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지난 22일 엘 멘초가 사살되기 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시날로아주의 폭력 사태를 진정시킬 방법은 무엇인지 물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시날로아 카르텔 내부의 권력 투쟁이 시날로아주의 폭력 사태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신의 정부는 "민간인과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Darren Conway/BBC
시날로아로 다시 돌아와, 시내에서 발생한 또 다른 총격 사건 현장에 마지막으로 토레스, 베가와 동행했다. 경찰 헬기가 상공을 지나가는 가운데, 경찰 통제선을 지나 들어가니 길바닥에 쓰러져 가슴에 총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남성이 보였다.
아직 숨이 붙어 있던 이 남성은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토레스가 그를 응급처치하는 동안, 베가는 모퉁이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남자에게 달려갔다.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군인과 해병대가 주변에 배치돼 있었지만, 카르텔 조직원들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구급대원들의 손놀림은 더 바빠졌다.
두 피해자는 응급처치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총격전에 휘말린 행인들이었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은 병원 주변에 저지선을 설치했다. 이후 이 남성들이 살아남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토레스와 베가는 피로 젖은 파란색 고무 의료용 장갑을 벗고 담배를 나눠 피웠다. 토레스는 "지난해 11월 이후 살아 있는 상태로 발견한 첫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