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와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잊어라... 주윤발이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액션 영웅인 이유

주윤발이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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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배우 주윤발은 오우삼 감독과 함께 액션 장르에 혁명을 일으킨 일련의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그의 독특한 매력이 자리 잡고 있다.

역대 최고의 액션 스타로 불리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어떤 배우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톰 크루즈처럼 능숙하면서도 아찔한 스턴트로 두각을 나타낸다. 그런가하면 1980년대 할리우드 3인방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 스탤론, 장 클로드 반담처럼 헤라클레스 같은 체구를 주무기로 내세우는 배우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그 누구도 맞수가 되지 못하고 흡사 불멸의 존재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기꺼이 드러내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액션 배우가 있다. 바로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홍콩 액션 영화의 주인공, 주윤발이다.

주윤발이 홍콩의 거장 오우삼 감독과 함께 작업한 액션 장르의 작품 중 '영웅본색'(1986)과 '첩혈속집'(1992)이 최근 4K 화질로 재개봉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1989년작 '첩혈쌍웅'이 미국에서 재상영된다. 주윤발은 이 세 작품에서 각각 삼합회 조직원, 원칙적이면서도 다혈질인 경찰, 그리고 회한에 사로잡힌 암살자를 연기했다. 세 캐릭터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강인함과 취약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매력이다.

웹사이트 '더 차이니즈 시네마(The Chinese Cinema)'의 영화 평론가 션 길먼은 주윤발이 동료 액션 스타인 성룡이나 이연걸처럼 "화려한 스턴트로 관객을 놀라게 한 적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주윤발이 배우로서의 다재다능함을 통해 우위를 점했다는 게 길먼의 평가다. 션 길먼은 "주윤발은 버트 랭커스터 같은 신체 능력, 알랭 드롱 같은 멋, 캐리 그랜트 같은 세련미, 제리 루이스 같은 익살스러움을 모두 소화(때로는 한 작품 안에서 이 모든 면모, 혹은 그 이상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했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첩혈쌍웅에서 주윤발이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다.

사진 출처, GKIDS films

사진 설명, 주윤발은 영화 첩혈쌍웅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킬러를 연기하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주윤발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오우삼 감독과 협업한 작품들이다. 비평가 데이브 커가 2002년 오우삼에 대해 쓴 글에서 설명했듯, 오우삼은 "압도적인 화력, 많은 사망자, 역동적인 카메라 각도 및 편집을 통해 강렬하면서도 과장된 스타일을 새로 확립한" 액션 영화의 개척자다. 커는 오우삼의 영화를 "총탄으로 가득한 발레"라고 묘사했는데, 이후 "발레적인(balletic)"이라는 표현이 오우삼 스타일의 액션을 설명하는 데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이는 화면을 가로지르며 날아드는 인물의 움직임과 총을 쏘기 위해 우아하게 회전하는 총잡이들을 슬로모션으로 강조함으로써 폭력 속에서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말한다. 커는 또한 스필버그, 타란티노, '매트릭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을 차례로 언급하며 "최근에 나온 주요 액션 영화 중 오우삼의 태도와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영화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우삼 감독이 현대 액션 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주윤발은 그의 작품과 임영동 감독의 고전 '용호풍운'(1987) 등을 통해 이 시대에 걸맞은 이상적인 액션 영웅을 구현해냈다. 션 길먼은 "주윤발은 오우삼과 임영동의 걸작 속 비현실적인 액션을 일상적인 현실에 뿌리내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과 혼란이 난무하는 세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규율을 지키며 옳은 일을 하려 애쓰는, 노동자 계층의 홍콩 시민을 주로 연기합니다."

가장 영향력이 컸던 배역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맡은 조연은 그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이 되었고, 특유의 존재감과 스크린 장악력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 송자호(적룡 분)의 자신감 넘치는 절친이자 삼합회 형제인 마크 역으로 등장해, 불타는 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그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을 가장 확실히 드러낸 작품은 1989년작 첩혈쌍웅이다. 이 영화는 삼합회 소속 킬러 아종이 자신의 직업에 환멸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총격전 도중 가수 제니의 시력을 잃게 만든 뒤, 그는 점진적인 참회의 길에 들어선다. 영화에서 사고 직후 아종은 등에 박힌 총알을 도려내며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가 정신적·신체적으로 상처 입은 인물임을 초반부터 분명히 제시하며, 캐릭터가 향후 만들어 갈 궤적을 제시하는 것이다. 즉 아종이라는 인물은 '약점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세계'에서 살아가기에는 마음이 지나치게 순수해 결국 파멸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첩혈쌍웅에서 주윤발이 연기한 캐릭터의 흔적은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발견된다. 특히 냉혹해 보이는 청부 살인자가 자신의 영혼을 되찾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존 윅' 시리즈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지만, 이 역시 오우삼식 총격 액션과 주윤발 특유의 세련된 액션 영웅상을 결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션 길먼은 주윤발에 대해 "그는 이 영화들의 정서적 중심이며, 지치고 분노하고 상처 입었음에도 여전히 로맨틱한 갈망을 품고 있는 인물"이라며 "다만 끊임없이 총을 쥐어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종의 숙적이자 친구인 경찰 이응(이수현 분)은 그의 내면을 꿰뚫어 보듯 "그의 눈은 매우 예리하면서도… 자비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전반에 걸쳐 아종의 냉정과 자비가 충돌하는 순간들을 보여주고, 결국 그는 자신의 행동이 낳은 부수적 피해를 직시하게 된다. 특히 아종이 조직의 상사에게 배신당하는 장면에서 그는 눈물 맺힌 눈으로 분노를 억누르는데, 주윤발은 이 순간을 등에 박힌 총알을 도려낼 때보다 더 큰 고통이 전달되도록 연기해낸다.

영화 존 윅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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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존 윅은 주윤발이 창조한 영웅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아종의 신체적 통제력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주윤발은 단호하면서도 우아한 액션을 선보인다. 오토바이를 뛰어넘는 동시에 공중에서 총을 쏘아 또 다른 오토바이를 폭파시키는 장면 등에서 드러나는 절제된 움직임이 그 예다.

주윤발은 거친 캐릭터에 부드러움을 불어넣는 동시에, 반짝이는 장난기도 잊지 않는다. 이는 첩혈쌍웅처럼 비극적인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특히 이응과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온라인 영화 잡지 '애니머스(Animus)'의 설립자이자 평론가인 엘레나 라직은 1980~90년대 전성기의 주윤발이 할리우드 동료 배우들보다 훨씬 더 "사교적이고 유머러스했다"고 말했다. "강철 같은 진지함"과는 거리가 있었던 장 클로드 반담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사교성이었다고 한다. "저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고전 영화들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스탤론이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주윤발은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윤발과 오우삼 감독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협업작인 첩혈속집은 첩혈쌍웅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작품이다. 이 영화는 주윤발에게 인간애를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한다. 그가 연기한 경찰 데킬라는 감정을 억눌러야 했던 아종과 달리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한다. 아종은 날렵한 수트와 뒤로 넘긴 머리를 유지했지만, 데킬라는 헐렁한 재킷과 바지를 자유롭게 매치하며 보다 여유로운 모습이다. 또한 첫 등장부터 액션이 아닌 재즈 클럽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다.

주윤발이 오우삼을 비롯한 감독들과 함께 만든 작품들은 1980~90년대 당시보다 오늘날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이후 액션 영화가 진화해온 방식, 혹은 어떤 면에서는 퇴보해온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디지털 시각효과(VFX)로 강화된 능력과 비현실적으로 조각된 몸을 지닌, 사실상 무적에 가까운 영웅상을 대중화시켰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윤발의 연기를 다시 보는 일은 일종의 신선한 활력처럼 다가온다. 그의 캐릭터들은 초인적인 움직임과 화려한 총격전 속에서도, 그가 투영하는 복잡한 내면 덕분에 언제나 실제로 어딘가에 살아 있는 인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