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웃음의 날: 왜 우리는 적절치 못한 상황에서도 킥킥거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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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데이비드 로빈슨
- 기자, BBC Future
웃음은 종종 가장 이상한 순간에 터져 나오곤 한다. 심리학자들의 말처럼 이렇듯 어쩌지 못하고 새어 나오는 킥킥거림은 인간의 가장 중요하고 심오한 습성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대화가 거의 마무리돼 갈 때쯤 소피 스콧 교수가 거의 벌거벗은 어떤 남자가 얼어붙은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영상을 보여줬다. 스콧 교수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자다.
영상 속 이 남자는 다소 극적으로 한 1분간 몸을 움츠렸다가 용감하게 물속으로 점프했다. 그러나 얼음은 깨지지 않았고 얼음 위에서 떼굴떼굴 굴러다녔다. 물은 깨지지 않았을지언정 이 남자의 친구들은 침묵을 깨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스콧 박사는 "이 영상 속 친구들은 남자가 피를 흘리거나 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웃기 시작한다"라면서 "웃는다기보단 웃음 비명을 지른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감당이 안 된다는 듯 깔깔거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왜 우리는 누군가가 고통스러워할 때조차 킥킥거리며 웃게 될까. 그리고 웃음은 왜 이렇게 전염성이 강할까.
지난 몇 년간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해온 스콧 박사는 지난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15' 강연에서 "웃음이 왜 가장 중요하면서도 오해받는 행동 중 하나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엄격한 학문을 중요시하는 학자 중에는 스콧 교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스콧 교수는 자신의 연구 인쇄물 상단에 붙은 손으로 쓴 쪽지를 가리켰다. 그 쪽지에는 "(이 자료의 본질 상) 이 인쇄물 더미는 쓰레기 같아 보이네요. 수거해가지 않으면 폐기될 거예요. 이게 과학인가요?"라고 적혀있었다.
이 비난에 대해 시니컬하게 고개를 끄덕인 스콧 교수는 "이게 과학인가요?"라는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를 입은 채 저녁에 예정된 "코미디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스콧 교수의 초기 연구는 목소리에 집중됐다. 교수는 목소리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목소리를 통해 "성별,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나고 자란 곳의 지리적 환경, 기분, 건강, 그리고 심지어 상호작용과 관련된 요소를 알아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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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스콧 교수는 성대모사 전문가인 던컨 위스비의 뇌를 스캔해 그가 어떻게 타인의 미묘한 발화 버릇을 따라 하는지 연구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연구 결과 성대모사 시 신체 움직임 및 시각화와 관련된 뇌 영역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거의 말 그대로 위스비가 따라 하고자 하는 인물의 탈을 썼다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흉내 냈기 때문이다.
성대모사에 관한 해당 연구는 억양과 발화 등에 어떤 뇌 영역이 관여하는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됐다. 사람의 '목소리 신원'에서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다가 스캇 교수는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에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웃음이 가장 풍부한 음성 요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문화권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표정을 바탕으로 상대의 두려움, 분노, 놀라움, 혐오, 슬픔, 기쁨 등 6가지 보편적인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스콧 교수는 목소리에 더 미묘한 정보가 담겨있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나미비아 원주민들과 영국인에게 서로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본을 들려주고 보편적인 6가지 감정뿐만 아니라 안도감, 승리감, 만족감 등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 물어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두 집단 모두 웃음을 가장 쉽게 알아차렸다. "다른 긍정적인 감정들과 달리 웃음은 거의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라는 게 교수의 설명이다.
스콧 교수는 연구를 지속하면 할수록 웃음의 복잡함에 점점 더 매료됐다. 예를 들어 대부분 웃음은 사실 농담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타인이 던진 농담에 웃는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제든 대화에서 가장 많이 웃는 사람은 바로 말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대신 스콧 교수는 웃음을 "사회적인 감정"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단순히 '재미있다'라는 감정이 아니라 웃음은 사람들을 한데 엮어주고 유대감을 갖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웃을 때면 상대방에게 자신이 호감이 있거나, 상대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혹은 같은 팀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습니다. 웃음은 관계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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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전염성
이러한 스캇 교수의 설명이라면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연인 간에는 서로의 농담에 배를 잡고 웃는지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콧 교수는 "'그 남자는 유머 감각이 정말 좋아. 그래서 좋아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라면서, 사실 그 말의 의미는 "나는 그를 좋아하고 함께 있을 때 웃음으로써 그를 좋아하는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웃음과 즐거움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콧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함께 많이 웃는 연인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이후 더 쉽게 긴장감을 해소한다고 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관계를 더 길게 이어 나갔다.
또 다른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재미있는 영상을 보며 함께 웃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더 잘 털어놓는다고 한다. 서로 공통점이 더 많이 형성되는 것이다.
얼어붙은 수영장 위를 구르는 남자를 보며 웃는 영상 속 친구들 또한 즐거움을 느끼고 웃으며 하나가 됐을지도 모른다. 스콧 교수는 "친구들이 얼마나 빨리 웃기 시작하는지가 흥미롭다. 이들은 웃음을 통해 얼음 위를 구르고 있는 친구의 기분이 나아지길 바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으로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 대학 교수는 웃음이 고통의 역치 상승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엔도르핀은 사회적 유대감 증진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편 스콧 교수는 대화에 양념을 더하기 위해 넣는 "꾸며진" 웃음과 TV나 라디오 방송 사고로 이어질 만큼 자기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 사이의 차이를 가려내는 연구에 요즘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덜 진실한 웃음에는 콧소리가 더 많이 섞여 나오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무의식적으로 배꼽을 움켜쥐며 터져 나오는 웃음은 코를 통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스콧 교수는 MRI 스캔을 통해 다른 종류의 웃음에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꾸며진" 웃음과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 모두 뇌의 '거울 영역'을 자극했다. 공을 차는 사람을 보고 자신도 공을 찰 때 등 다른 대상의 행동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거울 신경 세포가 자극되기 때문에 웃음은 그토록 전염성이 강한 것일까. "타인과 함께 있으면 웃을 확률이 30배나 더 높다"라는 게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덜 무의식적인 사회적인 웃음은 '멘탈라이징(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것)' 및 타인의 의도 파악과 관련된 뇌 영역을 활성화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타인이 왜 꾸며낸 웃음을 짓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의식적인 웃음과 작위적인 웃음의 차이를 구별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콧 교수는 사람은 이 두 웃음의 차이를 가려내는 능력을 평생에 걸쳐 천천히 발전해나가며, 30대 후반이 돼서야 가장 잘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생각을 근거로 최근 런던 과학 박물관에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수의 연구진은 서로 다른 연령대의 방문객들에게 사람들이 웃고 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 그 영상 속 감정이 진짜인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어쨌든 유아의 주된 의사소통 방법은 울음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중요해지는 건 웃음이라는 게 교수의 생각이다.
때론 특정 인물의 "거짓" 웃음이 싫을 때가 있다. 그러나 스콧 교수는 아마도 우리가 이런 사람들에 대해 특별히 짜증을 느끼는 요소가 있다기보다는, 이들의 사회적 신호에 우리가 반응하는 방식과 우리 자신과 관련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끈질기게 기분 나쁜 웃음소리로 자신을 짜증 나게 했던 어떤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콧 교수는 "그 사람이 정말 부적절하게 웃는다고 생각"했지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보니 "그냥 자신이 그 사람과 함께 웃지 않는 것이 이상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사실 "그 사람의 웃음소리는 정말 평범"했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이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더라면 자신도 함께 웃었을 것이고, 이 사람의 웃음에 대해 별다르게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의 유대관계 연구 외에도, 스콧 교수는 호기심에 이끌려 코미디 공연 극장에 찾아가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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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교수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바로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관객과 코미디언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 펼쳐지는 상황과 어떻게 웃음은 잦아드는지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 맞춰 웃고 잠잠해지든지 주변 사람을 상관하지 않든지 간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은 사실 무대 위 코미디언과 나 자신간의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교수에 따르면 코미디언들은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더 잘 웃길 수 있다고 한다. 웃음은 전염되는 특성이 있기에 아마도 사람이 많을수록 웃음의 파도가 더 잘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영국의 코미디언 숀 록이 관련된 농담을 던진 이후에 간간이 '커머번드(턱시도를 입을 때 복부에 두르는 띠)'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이 히스테리하게 웃는 영상을 언급했다. 전염성 있는 웃음이 관객들 사이에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스콧 교수는 코미디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에게 웃음의 발생을 추적하는 센서를 붙여 연구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관객들은 관심을 받자 이내 얼어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색함을 해결할 수 있는 롭 딜레이니 등 유명 코미디언과 협력해 관련 연구를 이어 나가길 희망하고 있다.
스콧 교수 또한 가끔 런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무대에 선다. 교수에게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 무대에서 도움이 됐는지 물었다. 스콧 교수는 과학 덕분에 코미디 천재가 됐다는 생각엔 동의하지 않았지만, 다음 날 저녁 스콧 교수의 코미디 자선 공연을 관람한 결과, 교수는 실제로 정말 웃겼다.
교수의 티셔츠에 적힌 "이게 과학인가요?"라는 문구가 보여주듯이 엄격한 학문을 추구하는 학자들은 스콧 교수가 경솔하다며 못마땅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콧 교수에 따르면 웃음은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의 관심을 끄는 강력한 도구다.
"웃음은 사소하고, 짧게 끝나버리며,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웃음은 없습니다. 어떤 웃음이든지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