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녀임금: 젊은 여성이 남성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곳은?

성조기를 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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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국 일부 도시에서 젊은 여성이 같은 연령대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받거나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 기자, 케이트 모건
    • 기자, BBC 워크라이프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높은 임금 수준을 자랑한다. 경우에 따라 남성이 받는 월급의 120%를 벌기도 한다. 왜 특정 지역에서 성별 간 임금 격차가 뒤집혔을까?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임금 격차를 논할 때 자주 언급되기보단 탄광과 시골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이번에 발표한 미국 인구조사국 분석 자료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자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이 위치한 모건타운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임금 수준을 기록하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타운에서 30세 미만 정규직 여성 근로자 연봉의 중간값은 같은 그룹 남성의 중간값보다 14% 높았다. 애팔래치아산맥 근처에 자리한 모건타운은 30세 미만 여성이 남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 10대 도시 목록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서부 워싱턴주 웨내치였다.

미국 전역을 기준으로 성별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평균적으로 미국 남성이 1달러를 번다고 가정했을 때 여성은 82센트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도시 250곳 중 22곳에서는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남성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그렇다면 왜 특정 지역에서는 이러한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는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다는 신호일까?

교육 및 산업

퓨리서치센터의 리처드 프라이 선임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요소 몇 가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 요소는 교육이다.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남성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지역은 대부분 동부 및 서부 해안 도시인데, 이곳은 대학 학위가 있는 젊은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게 프라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프라이 연구원은 "도시에서는 젊은 여성이 더 많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임금 격차가 더 적은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학사 학위 취득은 보통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들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도시별 남녀 임금 지표

사진 출처, Javier Hirschfeld

사진 설명, 젊은 남성의 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30세 미만의 여성의 소득 수준 (풀타임 근로자 연 중위소득 기준)

이처럼 교육이라는 요소를 통해 플로리다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 전체의 성별 간 임금 격차가 각각 평균 15%와 26%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도시가 젊은 여성 임금 상위 10위 안에 드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프라이 연구원은 "모건타운은 대학가이며 플로리다주 게인즈빌도 마찬가지"라면서 "여성의 소득 수준이 남성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22곳 중 대부분이 대형 대학이 자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가에는 고소득 일자리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졸업 후에도 도시에 계속 머무는 여성들은 "교육적 이점" 덕에 더 높은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프라이의 설명이다.

또한 이를 통해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가장 높은 곳이 왜 워싱턴주 웨내치인지도 설명할 수 있다. 웨내치의 젊은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젊은 남성에 비해 120% 더 많은 소득을 올린다.

프라이는 "워싱턴주에 사는 여성의 약 60%가 학사 학위 소지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워싱턴주의 젊은 여성들이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전문인력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성별 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특정 지역 내 주요 일자리 및 산업이다.

웨내치 고용시장에서 교육산업은 두 번째로 크다. 참고로 미국 전역의 교육계 일자리 중 4분의 3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에서 여성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미만이다. 미시간주 새기노, 일리노이주 디케이터, 오하이오주 맨스필드 등 성별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도시에서는 제조업이 지역 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젊은 여성이 교육을 많이 받는 도시는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적은 경향이 있습니다."

프라이는 "임금 격차가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은 젊은 여성의 임금 수준이 남성의 67%에 불과한 인디애나주 엘크하트-고셴"이라면서 "이 지역은 캠핑카 등 레크레이션 차량(RV) 산업의 세계적인 중심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세계 레크리에이션 차량의 80%가 이곳 인디애나주 북부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 지역은 제조업이 활발한 곳입니다. 이렇듯 지역 산업이 젊은 여성과 남성 간 소득 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

여성이 아이를 갖기로 선택하거나 실제로 임신한다면 이 또한 지역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여성들은 성별 간 임금 격차를 더 벌리는 소위 '모성 불이익'을 겪는다. 즉 여성은 어머니가 되는 순간부터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적게 버는 것이다. (놀랍게도 남성은 아버지가 되면서부터 임금이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

심지어 아버지들이 1달러를 벌 때 어머니들은 70센트만 번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알렉산드라 킬왈드 사회학 교수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임금 격차를 벌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시간당 약 10%를 적게 버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지역에서는 소득 격차가 존재한다.

미국에서 가장 극심한 소득 격차를 기록한 인디애나주 엘크하트에 사는 여성들은 미국 초산 연령이 평균 26.3세인 것에 비해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연령이 거의 3살이나 어리다.

평균 초산 연령이 어린 지역에서는 임금 격차가 더 두드러지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초산이 늦어질수록 여성의 소득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 뉴욕주, 뉴저지주, 펜실베이니아주의 대도시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102%를 번다. 뉴욕주 맨해튼의 경우 산모의 초산 연령이 평균 31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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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이 있는 모건타운 등 대형 교육 기관이 위치한 지역에선 젊은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가 더 적은 경향이 있다

킬왈드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의 초산 연령이 늦춰졌으며, 출산 횟수도 줄어들었다"라면서 "이는 더 많은 여성이 더 오랜 기간 동안 아이를 갖지 않으며, 이 상태로 커리어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이 방해받지 않고 업무에 몰두할 수 있으며 남성 동료들과 유사한 임금 곡선을 그린다는 게 킬왈드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킬왈드 교수는 지역에 상관없이 미국 여성의 약 85%는 언젠가 임신한다고 말했다. 성평등 임금이라는 관점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여성의 임금은 내리막길을 걷는 경향이 있다.

개선 조짐일까 아닐까

이번에 새로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지만, 역시나 주의할 점이 있다.

이번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대상은 16~29세 사이 여성들이었다. 지난 통계를 참고하면 임금 격차는 30세를 기점으로 벌어지기 시작한다.

프라이 연구원은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비교 가능 데이터들을 언급했다.

"지난 2000년에 30세 미만 젊은 여성들은 젊은 남성 동료에 비해 달러당 88센트를 벌었습니다. 2019년에 실시된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35~48세 사이 여성들은 달러당 80센트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약 오늘날 젊은 여성들이 과거의 이 패턴을 따른다면 성별 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프라이는 이는 다른 세대의 데이터에 근거한 예측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킬왈드 교수는 더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80년~1990년에 비해 1990년부터 성평등 임금을 향한 진전이 더뎠던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해마다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낙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요즘 젊은 유권자들은 육아 보조금, 육아 세금 공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이러한 평등을 위한 노력은 보다 영구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킬왈리 교수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의무적인 야근을 줄이는 정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젊은 여성들이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전과 같은 임금 불평등을 겪게 될지, 아니면 정말 진전을 이룬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