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시간 빈곤'...부모 성공 막는다

시간이 충분한 날은 없다. 어떤 부모들은 시간이 더 부족하다. '시간 빈곤' 문제가 이렇게 심각했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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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케이티 비숍
    • 기자, BBC 뉴스

시간이 충분한 날은 없다. 어떤 부모들은 시간이 더 부족하다. '시간 빈곤' 문제가 이렇게 심각했던 적은 없다.

자신을 위한 시간과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또는 밀린 집안일을 할 시간.

부모들에게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표현 방식은 다를지언정 결국 같은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모든 일을 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늘고 있는 '시간 빈곤'이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고질적으로 느끼는 상황을 뜻한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 빈곤'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으며, 시간 빈곤은 행복과 건강,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등 심각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문제는 특히 부모들 사이에서 지속되고 있다.

2018년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미만 자녀와 사는 사람은 혼자 사는 사람에 비해 자유시간이 주당 14시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를 돌보는 주 보호자, 그중에서도 고소득자처럼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 여성 양육자는 시간 빈곤에 취약하며, 만성적 시간 빈곤자는 종종 사회・경제적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다.

팬데믹으로 인해 시간 빈곤 문제가 확대됐지만, 전문가들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다.

시간이 초래한 엄청난 결과

우리는 생산성에 집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상시 접속' 문화로 인해 우리의 일이 종종 개인적인 시간을 침범하기도 한다. 양육은 더 버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을 한번 두드리거나 넘기기만 하면 친구나 취미, 관심사에 하루 24시간 연결될 수 있다.

그레이스 로던 런던정경대 포용 이니셔티브(TII・The Inclusion Initiative) 국장은 "스스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기술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직장과 가족, 친구를 위해 늘 대기 중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활동이 많아졌기 때문에 부모들은 더 이상 토요일에 단순히 문을 열고 아이들에게 나가서 놀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가 시간을 인지하고 느끼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무급 가사노동은 어머니나 다른 주 양육자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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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무급 가사노동은 어머니나 다른 주 양육자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지난 수십 년간 특정 인구가 더 효율적인 근무 방식으로 인한 과실을 누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무급 및 인지 노동 시간이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한 부담은 주로 여성의 몫이다. 시간 빈곤뿐만 아니라 시간 불평등도 증가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토믹 보스턴칼리지 경제학부 전략・혁신・기술 부학과장은 "기술 빈곤은 보호자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빈곤층에도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을 위한 보모나 노인이나 환자를 위한 간병인을 고용할 형편이 안되는 가정은 육아와 다양한 노동에 과도한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돌봄 노동은 파트너 여부와 관계없이 거의 언제나 여성의 몫입니다."

여성, 그중에서도 아이가 있는 여성에게 시간 부족은 심각한 문제다.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여성은 요리와 청소, 육아 등 무급 노동에 남성보다 2배 많은 시간을 쏟는다. 개도국의 경우 격차가 3.4배로 늘어난다.

이러한 원인에는 공공연한 불평등이나 여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있다.

반면 미묘한 불평등 상황도 존재한다. 많은 여성은 '숨겨진 일'에 추가로 시간을 소비한다.

숨겨진 일이란 식단을 계획하거나 아이들의 놀이 약속을 잡는 등 생산성이나 성장 등 경제적 지표에는 집계되지 않는 여성의 감정 및 인지 노동을 뜻한다. 이러한 일로 인한 시간 빈곤은 여성, 그중에서도 여성 보호자를 저임금 일자리로 몰아낸다.

토믹은 "누군가는 외부 인력을 모두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지적 시간 빈곤은 고소득 가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현재 시간 빈곤으로 인한 좌절감이 '대퇴사 시대' 등의 형태로 표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 빈곤이 불러오는 악순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치료사로 일하는 니콜 비예가스는 녹초가 된 근로자들이 찾아와 매일 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모습을 종종 마주한다.

그는 이런 불평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시간 빈곤이 수면 부족과 번아웃,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시간 빈곤은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성은 집안일 부담으로 인해 건강 검진을 미루기도 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여성 4분의 1이 지난 12개월 동안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건강검진을 미루거나 받지 않았다.

또 시간 빈곤이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과 운동 부족을 초래하고 시간 빈곤을 겪는 사람들은 행복감도 훨씬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비예가스는 "시간 빈곤은 사람들이 일이나 집안일과 같은 의무적 책임을 벗어나 개인의 관심사를 추구하는 것을 방해한다"며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가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간 빈곤을 겪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여가시간과 새로운 관심사를 찾아 나설 기회뿐만이 아니다.

삶을 개선할 기회도 줄어든다. 학업을 병행하는 부모는 아이가 없는 동기에 비해 학위를 취득할 가능성이 낮으며 13세 미만 자녀가 있는 사람은 훨씬 적은 시간을 교육에 쏟는데, 전문가들은 시간 빈곤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학계에서는 시간 빈곤을 겪는 사람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시간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좋은 재정적 결정을 내릴 정신적 여유가 종종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한 경제적 빈곤은 더 큰 시간적 빈곤을 낳는다.

예를 들면 집에 인터넷 선이 잘 깔리지 않아 일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아이들을 보모나 보육 시설에 맡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아이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시간, 또는 대도심에 살지 못해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 등이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악순환에 빠진다.

저소득은 시간 빈곤을 불러오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적 상황을 개선할 여유도 없다.

토믹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간 빈곤은 낮은 생산성으로 나타나며 이로 인해 승진 기회도 줄어든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임금 격차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15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사람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에 비해 주당 자유시간이 14시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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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줄이는 방법

팬데믹은 기존 문제를 악화시켰다.

이동제한 초반 사람들의 평균 근무 시간은 48분 늘었고, 엄마들은 일을 하면서 원격학습하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무급노동이 크게 늘었다.

과로로 인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부모도 급증했다.

미국에서는 일과 집안일에 시달리던 엄마들이 퇴사를 선택하면서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 비율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리나 샤라에브스카 미국 클렘슨대학 행동・사회・건강과학대 조교수는 "팬데믹 이후 기존에 부모를 지원하던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시간 빈곤 문제가 확대됐다"며 "어떤 경우에는 이웃 노인을 위해 식료품 쇼핑을 해주는 등 책임이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책임은 주로 여성의 어깨에 지워졌다"며 "그 결과 엄마들이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은 아빠들에 비해 두 배나 높았으며, 근로 시간을 줄이는 엄마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중에서도 유색인종과 고졸자, 저소득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샤라에브스카는 앞으로도 시간 빈곤이 증가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전 사회적으로 생산성과 성과, 그리고 부모로서의 참여와 책임감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해내는 사람'을 칭찬합니다. 언론과 SNS에는 '슈퍼 맘'과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이상적인 목표로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와 고용주, 지역사회의 지원 부족은 더욱 정당화되고 엄마들에게 그 책임이 지워집니다."

그는 시간 빈곤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엄마들과 주 보호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분명한 정책과 더불어 정부와 고용주 모두의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는 부모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급휴가와 육아휴직, 가족휴직은 보장되는 것이지 '생애 단 한 번의 기회'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편부모 가정과 저소득 가정 그리고 시골에 거주하는 가정에는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며 "고용주는 직원들이 실직의 두려움 없이 필요한 것을 돌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