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새로운 성을 지어주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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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케이티 비숍
- 기자, BBC 워크라이프
아이는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 점점 더 다양한 선택을 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38세의 네레아 사파리는 둘째를 낳고, 이전과 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다. 그 무렵 10대에 접어든 첫째 아이는 태어났을 당시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태어난 딸의 이름은 다른 방식으로 짓고 싶었다.
사파리는 "꼭 쓰고 싶은 이름이 두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그래서 다른 하나는 성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딸에게 다른 성을 붙여주겠다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이의 아버지가 반대하지 않았기에, 이들은 케냐 말로 '전사'를 뜻하는 '키마니'라는 성을 딸에게 붙여줬다. 케냐 혈통 영국인인 사파리는 '키마니'라는 성을 통해 가족의 역사를 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부모가 아이들에게 당연히 물려주던 것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실 사파리에겐 이런 식으로 성을 짓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의 성 또한 부모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만든 것. 그녀는 자녀가 부모와 다른 성을 갖는 게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관습에 저항하는 부모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 수는 여전히 소수다. 미국 내 이성애자 부부 중 96%는 여전히 자녀에게 아버지 성을 물려준다. 영국에서는 이성애자 여성의 90%가 결혼할 때 남편의 성을 따르고, 그들 중 많은 수가 자녀에게 남편의 성을 물려준다.
하지만 성을 붙이는 방식은 더 이상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어떤 부모들은 부모의 성을 붙임표(-)로 연결한다. 부모 중 한 사람의 이름을 아이의 성으로 만들거나, 완전히 새로운 성을 붙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창의적인 시도가 모두 순탄하게 진행되는 건 아니다.

사진 출처, Courtesy of Nerea Safari
관습에 저항하다
대부분 서양 역사에선 부모가 아이의 성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여성들은 결혼할 때 남편의 성을 따오고, 그 성이 자손에게 이어졌다. 이러한 가부장적 전통은 뿌리가 깊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
사회적 압력으로 인한 인간의 행동 변화를 연구하는 응용 행동 과학자 매트 월러트는 "기본값이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성을 물려줄 때 신중하게 고려했을까요? 어쩌면 인지적으로 가장 쉬운 선택을 한 건 아닐까요?"
하지만 가족 개념이 달라지면서 이러한 '기본값'은 점점 변화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혼외 또는 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난다. 또한 배우자의 성을 쓰지 않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가족과 젠더 연구 전문가인 미셸 제닝 미국 워싱턴 휘트먼 대학 사회학 교수는 "사회 시스템도 예전보다 다양한 이름을 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여성이 자신과 성이 다른 아이와 해외를 여행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진화는 관습에 저항하는 부모가 늘고 있음을 뜻한다. 이 경우 부모들은 때로는 본질적으로 감정에 기반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특히 관습이 존재하지 않는 비전통적인 가족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바르셀로나에 사는 글래스고 출신 동성 커플 대니 맥로윈이 한 예다. 30세인 그는 동성 약혼자와 법적으로 관계를 맺더라도 상대의 성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매번 "누가 남자고 누가 여자냐"라는 "무식한" 질문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맥로윈은 이성애 중심의 전통을 따르는 것은 이러한 고정관념에 장단을 맞추는 것이라며, 아이에게 누구의 성을 붙일 것인지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사진 출처, Courtesy of Danny McLoughin
하지만 맥로윈은 두 개의 성을 이어 붙이는 방법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의 약혼자 성은 '산체스 메디나'로, 이미 두 개의 성을 이어 붙였기 때문에 두 명의 성을 그대로 다 쓴다면 성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한 가지 방법은 완전히 새로운 성을 만드는 것"이라며 "'맥산체스'처럼 두 개의 이름을 합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고려 사항
성을 붙이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서양에서 민족과 문화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닝은 "세계 각지에서 가족 구조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가부장적인 유대-기독교 관습과는 다른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문화가 섞이면서 이름 짓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맥로윈의 약혼자도 아버지의 이름과 어머니의 성을 합친 '산체스 메디나'라는 성을 갖고 있다. 이는 라틴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 커플은 이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어떤 부모는 자녀의 이름을 지을 때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 반면 최대한 영어식 철자를 사용하거나 완전히 다른 성을 붙이는 이들도 있다. 이는 부모와 자녀의 출신 국가가 다를 경우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제닝은 "(자녀에게 다른 성을 붙이는 것은) 미국 이민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로, (이민자가) 일자리나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 할 때 자신을 유리한 방식으로 소개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동화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택한다"며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이 약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눈보라 속 눈송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자녀의 성을 붙이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에 사는 월러트는 지금은 6살이 된 아들이 태어났을 때 생각해오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월러트의 성을 쓰는 조카는 이미 2명이 있었고 아내는 외동딸이었기에, 월러트는 아들에게 아내의 성을 물려주려 했다. 심지어 자신의 성은 철자와 발음이 복잡했지만 아내의 성인 '슈가'는 훨씬 더 간단했다.

사진 출처, Courtesy of Matt Wallaert
하지만 이 부부가 병원에서 아들의 이름을 등록할 때, 병원 관계자는 왜 엄마의 성을 아이에게 붙이려 하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러트는 "병원 측은 (아이의) 아버지가 없을 때를 포함해 다양한 상황에 따른 절차를 갖고 있었지만, 내가 막상 이런 식으로 등록하려 하니 당황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가부장적 전통을 거스르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는 이들이 늘수록 성과 이름을 짓는 방식도 빠르게 다양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세 개 혹은 네 개의 성이 결합한 성을 갖게 될까? 아니면 부모 성이 이미 두 개가 결합한 형태일 경우 자녀 성이 너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다른 성을 만들게 될까? 새로 만든 성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이름에 대한 역사적 유대감을 덜 느끼고, 그로 인해 자녀에게 성을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줄어들까?
월러트는 "그리고 혼인 이외의 방식으로 결합한 가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명의 아버지가 있는 가정은 어떨까? 어머니가 두 명이라면? 정자 기증이나 대리모로 태어난 아이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하고, 이 흐름이 계속되면 새로운 문화적 규범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성을 붙이는 일은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하지만 월러트는 인간이 이름을 짓는 데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관습이 바뀌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트는 "인간은 '눈보라 속 눈송이'와 같아서 각자의 고유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과 연결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각자의 고유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름을 사용하고, 혈통을 표현하기 위해 성을 사용해왔습니다. 우리는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욕구를 충족하고자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