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서울도 시드니도…‘런치플레이션’으로 달라진 것들

동영상 설명, 서울, 싱가포르, 시드니의 BBC 기자들이 각 도시의 식품 인플레이션 상황을 알아봤다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점심을 밖에서 해결하는 오피스 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직장인이 외식 비용 상승을 뜻하는 '런치플레이션'을 실감하고 있다.

BBC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물가가 비싼 대한민국 서울,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지역의 상황을 알아봤다.

글로벌 인력관리 컨설팅 업체 ECA가 올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비싼 도시' 순위에서 서울은 10위, 싱가포르는 13위, 시드니는 39위에 올랐다.

한국: 식당 대신 '편의점' 찾는 사람들

한국 도시락

한국에서는 식품·외식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식당 대신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으로 '한 끼'를 때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외적인 요인에 더해 높은 곡물 수입 의존도, 가뭄과 빠른 장마 등 내부 요인도 물가 상승폭을 키웠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약 20%다. 곡물은 동물 사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곡물값 상승은 돼지고기,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유일하게 전량 자급이 가능한 쌀 만큼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기록했다. 식재료 원가지수는 145.1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당 주인들로서는 식재료 가격 상승에 최근 전기료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500원~1000원씩 가격을 올린 음식점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식당 가격이 오르면서 편의점 이용객이 늘고 있다.

편의점은 즉석 식품을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주문을 받으면 음식을 만드는 식당에 비해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000원~5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직장인 문모씨는 "요새 식당에서 만 원 이하로 밥 먹기가 쉽지 않아 편의점에서 대충 사먹는다"며 "편의점 도시락이나 라면과 삼각김밥을 자주 먹는데 음료까지 구입하면 7000원~8000원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주요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급증했다. CU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월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0%씩 증가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36.1% 증가했다.

싱가포르 치킨라이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치킨라이스는 싱가포르 국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싱가포르: 국민 음식 '치킨 라이스'도 올랐다

대부분 식량을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식품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국민 음식'으로도 불리는 '치킨 라이스'도 예외는 아니다.

치킨 라이스는 밥 위에 삶거나 구운 닭고기를 올린 음식이다. 가격은 3싱가포르달러~4싱가포르달러(약 950원~3800원) 수준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치킨 라이스가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야외형 푸드코트인 '호커센터'나 이보다 작은 규모의 푸드코트인 '코피티암'에서 음식을 즐긴다.

하지만 최근 이웃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닭고기 수출을 제한하면서 '치킨 라이스'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소비하는 닭고기 3분의 1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는 농경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에 주요 식량 수입국의 수출입 정책 변화에 따라 식품 물가가 크게 변동할 위험을 안고 있다. 앞서 인도는 밀과 설탕, 인도네시아는 팜유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호주 마켓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호주는 이달 초 동부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해 농작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호주: '양상추 대란'에 햄버거에 양배추 섞어 쓰기도

호주는 주요 식량 수출국 중 하나지만,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채소·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호주는 최근 몇 년간 가뭄과 산불, 홍수 등 여러 이상기후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와중에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식재료 가격이 급증했다.

이달 초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부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해 농작물이 휩쓸려 내려가고 이재민 3만여 명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특히 오이, 토마토, 비트, 당근 등 여러가지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가게들은 최근 급격한 원가 상승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더 샌드위치 샵' 주인인 세레나 코스타스는 "이전에 양상추 한 박스를 10호주달러(약 9000원)를 구입했다면, 지금은 55달러(5만원)를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몇 달 사이에 양상추 가격이 5배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 12개월 동안 과일과 채소 가격은 약 7% 올랐다. 지난달 호주 KFC는 햄버거에 양상추와 양배추를 섞어 쓰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