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직장인도 취약계층도…요즘, 밥 먹기가 두렵다

사진 출처, News1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매 끼니를 챙겨 먹을 때마다 인플레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각료회의 개막 기자회견에서 "세계가 전례 없는 동시다발적 다중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원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 변화 등이 손꼽힌다.
이 중에서도 '밥상물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두 나라가 전쟁에 돌입하면서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가뭄으로 인한 농사 피해 등 국내 상황까지 겹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런치플레이션', 식사 방식도 바꿨다
'점심(lunch)'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신조어 '런치플레이션'까지 등장했다.
30대 공무원 김씨는 직원 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주말 등에는 식사하는 데 더욱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원래 세 끼를 매번 챙겨 먹는데 최근에는 '1일 2식'을 하고 있다"며 "음식 배달을 시킬 때도 배달료가 너무 올라서 한 번에 두 끼를 시킨다"고 했다.
서울 한남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20대 최씨는 '직원 식당이 있는 회사를 다닌다면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씨는 "한남동 식당에서 점심 한 끼 먹으려면 1만3000원~1만5000원은 들고, 커피까지 마신다면 2만원은 금방이다"라며 "치솟는 물가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고 말했다.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다. 장바구니 물가를 뜻하는 생활물가지수는 6.7%를 기록했는데, 조사 대상인 144개 품목 중 식품에 해당하는 84개 품목 상승률은 7.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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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은 더 힘들다
물가 상승은 저소득 취약계층에는 더욱 가혹하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매일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사회복지원각(원각사)에는 지난 4월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인 1만1135명이 몰렸다.
푸드뱅크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푸드뱅크의 경우 일반적으로 구청 및 주민센터와 연계해 노인을 중심으로 연간 1500명 정도 이용자를 선정하지만, 영등포구 푸드뱅크는 지난해부터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영원(0원)마켓'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영등포 푸드뱅크마켓을 담당하는 한용훈 점장은 "오늘 당장 먹을 게 없다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특이한 점은 고등학생이나 20~30대 젊은층도 많이 찾아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몰려도 음식을 제공하긴 더 어려워졌다.
한씨는 "식자재 단가가 20~30% 이상 올랐기 때문에 예전에 1000만원으로 어떤 품목을 100개 살 수 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70~80개만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소규모 복지단체의 경우 운영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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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지속될까
많은 전문가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정점'이 오지 않았다며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월 대비 소폭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5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상승,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9.2%로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일본과 스위스, 이스라엘 다음으로 낮아 하위권에 속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인플레이션이 작게 나타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돈을 상대적으로 적게 풀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원자재를 가져와서 가공한 다음 수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며 "인플레이션이 조금만 있어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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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까지 걱정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함에 따라 경기 불황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하며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맞냐 아니냐는 문제는 별로 의미가 없다"며 "다만 (향후에도) 경제가 나쁠 거고 인플레이션이 심할 거라는 차원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됐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본다"며 "코로나19 이후에 경제가 조금 살아났기 때문에 침체기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조짐이 많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도미노처럼 영향이 올 경우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플레이션이 대외적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금리 인상을 제외한 해결 방안이 많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신 교수는 "2년 전 독일처럼 현재 10%인 부가가치세를 8% 수준으로 한시적으로나마 내릴 필요가 있다"며 "그게 경기도 살리고 물가도 잡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