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솟는 물가가 일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이 된 이유

- 기자, 마리코 오이
- 기자, 아시아 비즈니스 특파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심은 항상 500엔짜리 동전(한화 약 4700원)이면 살 수 있었고 이 가격은 지난해까지 그대로였다. 신발이나 옷도 마찬가지로 가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아끼고 아끼는 법을 배웠던 나는 일본 부동산 시장이 폭락했던 1990년대에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의 가격이 폭락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의 고통스러웠던 재정 손실은 우리 부모님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집을 팔거나 고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일상용품의 가격이 그대로여도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았다.
결국 기업들은 봉급을 올리지 않는 것으로 대응했고 이는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봉급이 오르지 않으면 사람들은 쇼핑도 자주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들로 전체 국가의 경제 성장은 둔화됐다. 이것이 바로 일본이 수십 년 동안 갇혀 있던 악순환의 고리다.
아시아의 많은 지역이 부유해지는 사이 일본의 부는 정체됐다.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0년대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글로벌 회계 법인 EY파르테논의 파트너 변호사인 고바야시 노부코는 수십 년 동안 일본 중앙은행이 자국민들에게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투자하고, 임금이 오르되 물가는 적당히 오르도록" 하는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2.1% 상승해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마침내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상승세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국내 경제 정책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이는 오히려 높은 수입 비용과 세계적인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더욱 촉발시켰다.
고바야시는 "임금이 아직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나쁜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일본의 평균 급여는 30년 이상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은 고통을 겪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정부들이 물가 상승과 생활비 상승으로 고전해 왔지만 이는 수십 년 동안 안정된 물가에 익숙해져 있던 일본에는 엄청난 충격이 됐다.
43년 전 첫 출시된 이후 항상 10엔(한화 약 94원)이었던 일본의 국민과자인 우마이봉 가격이 20% 올랐을 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 부담을 나누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일본 사회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문화적 금기가 되고 있었다.
국민 과자를 만드는 회사인 야오킨은 왜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광고 캠페인까지 내보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마요네즈와 음료수, 맥주도 잇따라 가격이 올랐다. 데이버뱅크 테이코쿠에 따르면 올해 1만 개 이상의 식품 가격이 평균 13%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Yaokin
중앙은행의 딜레마
여기서 일본의 정말 까다로운 문제가 등장한다.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고 있는 사이, 일본은행은 수년간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는 점이다.
일본과 미국 등 주요국 간 금리 차가 심할 경우 엔화는 급격한 약세를 보인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의 환율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화의 약세는 결국 석유와 가스 등 수입 품목의 가격이 훨씬 더 비싸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위스키 야마자키, 히비키, 하쿠슈는 물론 맥주와 생수, 커피 등 무알코올 음료까지 만드는 유명 회사 선토리 홀딩스의 CEO 니이나미 타케시는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토리 홀딩스는 최근 유통업체와 이러한 가격 인상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번 가격 인상의 요인을 코로나 대유행과 중국의 봉쇄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경색이라고 꼽았다.
그는 "전반적으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형 소매업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이면에는 임금 인상의 노력이 있었다.
니이나미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사회와 정부의 압력이 상당하지만 생산성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만 "갑자기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어렵다"며 "한 업계에도 수많은 동종 기업이 있는 만큼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일본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녹색 혁신이나 의료와 같은 신규 부문에 투자하고 평균 급여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부가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간이 걸리고 일자리 창출 역시 일본이 수십 년 동안 고심해 왔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 중 하나다.
그나마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의 유일한 희망은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의 유입에 있을 수 있다. 물론 코로나 유행으로 최근에서야 관광객들에게 빗장을 열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