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라이스: 싱가포르 국민 음식이 위협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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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 사는 레이첼 총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치킨라이스'이다. 일주일에 3번이나 먹을 정도다.
총은 "언제나 내 마음속 1위 음식이다. 마음의 안정을 주고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총이 단골로 찾는 집은 '아 킷 치킨라이스' 가판대로, 4싱가포르달러(약 3600원)면 사 먹을 수 있다.
총뿐만 아니라 많은 싱가폴인이 향기로운 밥 위에 삶거나 구운 닭고기를 올린 메뉴인 치킨라이스를 사랑한다. 종종 '국민 음식'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 가판대 상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폴인들은 치킨라이스 없이 살 수 없다. 뉴욕에 피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 저렴한 국민 음식은 앞으로 점점 더 구하기 더 어려워지며 비싸질지도 모른다.
수출 규제로 주재료인 닭고기 수입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자 일부 아시아 국가는 자국 내 식량을 보호하기 위해 주요 식품의 수출을 금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주 닭고기 수출량에 제한을 뒀으며, 앞서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하고 설탕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또한 자국 내 식용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팜유 수출을 막았다.
이에 따라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필수품의 가격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체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에 이러한 식량 수출 제한은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섬나라인 싱가포르는 닭고기 소비량의 3분의 1을 이웃국인 말레이시아에 의존한다.
아니나 다를까 수출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싱가포르 전역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치킨라이스 가판대 앞엔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한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번에는 닭고기지만 다음번엔 다른 식품이 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킨라이스의 재료가 되는 닭은 보통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까지 산 채로 수출돼 싱가포르 내에서 도축 및 손질 등을 거쳐 유통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가 닭 수출을 막은 후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국내 닭고기 가격과 생산이 안정될 때까지" 금지 조치를 유지한다는 게 말레이시아 정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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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 킷 치킨라이스' 가판대의 주인인 림 웨이 킷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옥수수 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말레이시아산 닭고기 가격이 약 20% 인상됐지만, 치킨라이스 가격을 더 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림은 "치킨라이스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 달 정도는 높아진 가격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치킨라이스 한 접시당 50센트(약 450원)씩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닭고기를 충분히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덧붙였다.
부족한 양을 메꾸기 위해선 냉동 닭고기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냉동고기는 냄새나 질감이 다르다"는 림은 "하지만 솔직히 나는 큰 차이를 모르겠다. 우리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냉동 닭고기를 먹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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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육류 판매업자들의 선택 폭은 이보다 더 적다.
하미드 빈 부앙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번잡한 재래시장에서 10년 넘게 닭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부앙은 최근 들어 닭고기 판매량이 늘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수출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 전까진 장사를 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앙은 "모든 이들이 걱정하고 있다. 닭고기가 없으면 모든 사람이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폴 텅 싱가포르 난양공대 산하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RSIS) 교수는 "국가들의 수출 제한 조치는 생산자, 소매업자, 고객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텅 교수는 BBC '아시아 비즈니스 리포트'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몇몇 생산자들은 "생존과 생계, 미래 주문 계약 건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소매 차원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고객들이 떠날 수 있다"는 게 텅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식료품 등 필수품 가격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덧붙였다.
이는 부분적으로 싱가포르와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인 닭고기 가격이 점점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살펴보면, 먼저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하고 설탕 수출량을 1000만 톤 이하로 제한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이자 세계 2위의 수출국이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량이 급감할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밀 생산국들이 가뭄과 홍수로 흉작을 겪게 되자, 시장은 인도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리라 기대했다.
미국 워싱턴DC의 국제 식량 정책 연구소의 데이비드 라보드 선임연구원은 "인도가 (수출 제한을 통해) 보여준 예는 매우 우려스럽다. 다른 소규모 국가들은 이제 인도가 이렇게 나온다면 자신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뿐만 인도네시아 또한 현지 식용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3주간 팜유 수출을 중단하자 올해 팜유 가격은 급등했다.
팜유는 가공식품부터 비누까지 거의 모든 상품에 주재료로 쓰인다.
또한 라보드 연구원은 수출 규제에 따른 소비자들, 특히 저소득층이 입을 심각한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아직 식량을 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점점 더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희생될 것입니다. 이들은 의료비나 교육비를 줄이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한편 총은 치킨라이스를 앞에 두고 가격이 너무 올라 치킨라이스를 망설이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총은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여전히 커피숍이나 식당과 같은 곳들을 방문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센트 올랐다고 해서 주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