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금융 위기에 최악의 연료난...휘발유 구하러 며칠씩 줄 서

사다시밤은 연료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 택시에서 지낸다
사진 설명, 사다시밤은 연료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 택시에서 지낸다
    • 기자, 라지니 바이드얀나탄
    • 기자, BBC 남아시아 특파원

극심한 경제난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리랑카가 금융위기와 더불어 최악의 연료난에 시달리고 있다.

보통 앞자리는 모두가 탐내는 자리이지만,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한 주유소 밖에 길게 늘어선 줄 맨 앞에 있는 아지완 사다시밤은 자신이 언제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사다시밤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벌써 2일째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인 사다시밤에게 휘발유는 생명줄과도 같지만, 현재 스리랑카에는 휘발유가 수입되지 않고 있다.

사다시밤은 자신이 모는 택시 차량의 연료 계기판을 보여줬다. 연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저는 이 택시 안에서 잠을 잡니다. 가끔 나가서 먹을 것을 구할 때도 있지만 다시 돌아와서 (연료를) 기다리곤 합니다 … 며칠 동안 씻지도 못했습니다."

사다시빔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족을 돌봐야 한다. 연료를 얻어야 택시를 운전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 아내와 두 아이를 부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지난 2주간 원유가 수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비축원유가 수도로 모이고 있다.

하지만 스리랑카 내 원유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사다시밤은 곧 원유를 실은 차량이 도착하리란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가 주유소 앞마당을 응시하고 있을 때, 빈 펌프통을 지키며 왔다 갔다 돌아다니는 스리랑카 군인들이 보였다.

사다시밤은 낙관적인 기색을 보이며 "군인들이 오늘 밤 원유 수송차량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1주일이나 걸리더라도요. 다른 주유소로 가 다시 줄을 설 순 없습니다. 현실적이지 않으니까요."

휘발유가 부족해지면서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이 몇 km에 이른다
사진 설명, 휘발유가 부족해지면서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이 몇 km에 이른다

휘발유를 기다리는 건 사다시밤만이 아니다.

주요 도로를 따라 연료를 구하려는 시민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2km 가까이 뻗어 있는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줄은 인접한 샛길을 따라서도 이어졌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자동차, 버스와 트럭, 오토바이, 툭툭이(오토바이 개조 3륜차) 줄 등 4줄이 나란히 뻗어 있었다.

사실 기다림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연료 수송 차량이 도착해도 휘발유를 얻기 위해선 토큰이 필요하다고 했다.

만나본 사람들에 따르면 대부분 주유소가 한 번에 토큰을 약 150개 정도만 발행한다고 했다.

한편 줄 뒤쪽에 있던 자얀타 아투코랄라는 콜롬보 외곽에서 여기까지 왔다. 좀 더 많은 휘발유를 얻기 위해 이곳까지 오는데 휘발유 최소 12리터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사다시밤과 달리, 아투코랄라는 토큰이 없다고 했다. 아투코랄라는 자신의 순서가 300번 대 정도 되지 않을까 추측했다.

아투코랄라의 직업은 자동차 영업사원이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연료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 설명, 아투코랄라의 직업은 자동차 영업사원이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연료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투코랄라는 "오늘은 토큰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낙담했다. "가스나 휘발유 없인 살아갈 수 없기에 정말 큰 일"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영업사원인 아투코랄라 연료를 기다리며 차에서 밤을 보낸다.

스리랑카의 일부 주유소는 공중보건, 식료품 수송, 대중교통과 같은 필수 서비스 업종에만 연료를 공급한다. 물론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엄격한 할당제로 이뤄진다.

아투코랄라는 1만 스리랑카루피(약 36000원) 정도로 책정된 할당량으로는 연료통의 반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연료 수급 압박이 이어지자 스리랑카 정부는 러시아에 도움을 청했다.

이번 주말 스리랑카 대표단은 저렴한 원유 구매 협상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원유 수입을 논의했다.

주유소를 지나다 이 연료난에 새로운 이동 수단을 택한 자간나탄을 만났다.

자간나탄 활짝 웃으며 아직도 비닐 포장지가 붙어 있는 새 자전거를 보여줬다. 페달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아직 자전거에 익숙해지는 중"이라고 했다.

자전거값이 오르면서 자간나탄 또한 사진 속 주황색 새 자전거를 비싼 값에 구했다
사진 설명, 자전거값이 오르면서 자간나탄 또한 사진 속 주황색 새 자전거를 비싼 값에 구했다

자간나탄 또한 운전사로 일했지만, 휘발유나 디젤을 구할 수 없어 일을 관둔 뒤 모아둔 돈 일부로 자전거를 샀다.

그런데 자전거값이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해, 7만 루피나 들었다.

한편 자간나탄이 새로 산 자전거를 타며 멀리 사라진 뒤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행운을 얻으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움직이지 않는 툭툭이 줄 뒤로 훨씬 짧은 줄이 보였다. 한 6명쯤 되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복권줄은 빠르게 줄어드는 듯하다가 한 남성이 남은 복권 26장을 모두 사면서 끝이 났다. 시리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허드렛일을 하며 먹고 산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시리는 큰 행운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사진 설명, 많은 이들이 그렇듯 시리는 큰 행운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시리는 가족을 위해 복권을 샀다고 했다.

"마땅한 수입원이 없습니다. 힘들지만 인내해야 합니다."

연료를 기다리는 툭툭이 줄의 사람들이 낮잠을 자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수리는 손에 든 복권 더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언젠가는 복권에 당첨될 것"이라고 말하는 수리는 그 줄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희망차 보였다.

추가 보도: 앤드류 클래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