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격화되는 시위, 군에 '생명 위협시' 발포 명령

사진 출처, AFP
스리랑카 당국이 10일(현지시간) 군에 폭력 시위를 진압을 위해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겐 발포해도 좋다고 명령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9일에는 대통령의 형인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지지자들간의 격렬한 유혈 충돌 끝에 사퇴했다.
총리의 사퇴에도 시위대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으며, 폭력 사태는 밤새 계속됐다.
10일 스리랑카 당국은 공공 재산을 약탈하거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에게 발포할 것을 군에 명령했다.
또한 수도 콜롬보 치안 유지를 위해 군 병력 수만 명을 배치했다.
당국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콜롬보 경찰청장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폭도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있었다.
수도 인근의 주요 시위 장소인 갈레 페이스 그린 해변에도 시민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이후 폭력 시위로 최송 8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일부는 시위대와 친정부 지지자들의 충돌에서, 일부는 경찰의 무력진압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대를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지지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당국은 폭력 사태 진압을 위해 국가 전체에 발동한 통행금지 조치를 12일 오전까지 연장했다.
폭력 사태의 흔적은 콜롬보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버스가 호수에 던져져 있고, 그렇지 않은 버스들의 창문과 타이어에는 여전히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한편 총리가 콜롬보 관저를 탈출한 뒤 가족과 함께 스리랑카 북동부로 이동했다는 확인 되지 않은 보도가 나오자 시위대가 북동부의 트링코말리 해군기지 앞에 결집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로 밤새 정치인들의 사저 50채 이상이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집무실 밖에는 여전히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영웅에서 악당으로

사진 출처, EPA
분석: 안바라산 에트리잔, BBC 콜롬보, 스리랑카
스리랑카는 폭력 사태에 흔들리고 있다. 많은 정치인이 안전 가옥에 은신하거나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날라카 고다헤와 스리랑카 언론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안전하지 않다. 특히 정부 측 정치인들에겐 더욱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고다헤와 장관의 집에도 불이 났다.
한때 스리랑카 내 소수민족인 타밀족의 무장 단체인 '타밀일람 해방 호랑이'를 무찔러 다수 민족인 신할리즈족에게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던 마힌다 라자팍사 전 총리는 갑자기 악당이 됐다.
현재 총리 지지자들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이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이후 연쇄적인 폭력 사태가 촉발됐다는 것이다.
라자팍사 가문은 언제나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번에는 공공연하게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동생인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가문의 원로인 형에게 "모두를 희생해라"라고 말한 뒤 총리직 사임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스리랑카 정치계를 지배해온 라자팍사 가문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달부터 폭등하는 물가와 에너지난 등에 불만을 품은 시위가 몇 주 동안 격화하고 있다.
지난 9일 정부 지지자들은 콜롬보의 총리 관저 밖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격렬히 충돌했다. 이후 갈레 페이스 그린 등 주요 시위 현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사진 출처, Reuters
이에 경찰과 진압대가 투입됐으며, 정부 지지자들이 경찰 통제선을 침범하고 막대기 등으로 시위대를 공격하자 이내 최루탄과 물대포가 발사됐다.
성난 시위대는 정부 지지자들을 공격하며 보복하는 한편 여당 출신 하원 의원들을 공격했다고 현지 경찰 당국은 밝혔다. 또 공격을 당한 한 의원은 시위대가 자신이 탄 차량에 몰려들자 총으로 두 명을 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밤이 깊어지자 시위대는 라자팍사 가문의 사저와 여러 장관 및 하원 의원의 사저를 공격했다. 이 중에는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에 있는 라자팍사 가문의 조상 집도 포함됐다. 해당 건물은 논란 속에 박물관으로 새로 단장한 곳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근처 지역에도 불이 났으며, 한 시의원은 집에서 공격당한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총리 사임 이후에도 시위대는 총리 관저 내부 침입을 시도하려 했으며, 관저 밖 버스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공포탄과 최루탄을 발사했다.
사임한 총리는 10일 아침 콜롬보를 떠났으며, 어디로 향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도 외 지역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긴 마찬가지였다. 몽둥이와 막대기로 무장한 남성들이 공항으로 오가는 도로를 차단했으나, 인근에서 흔히 모습을 보이던 경찰과 보안군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스리랑카 경제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물가에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된다며 분노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외환 보유고는 사실상 바닥났으며, 식량, 의약품, 연료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너무 올라 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에 스리랑카 정부는 긴급 자금 특별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스리랑카의 가장 큰 외화 수입원 중 하나인 관광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 실책 또한 주요 원인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