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한국 여성들은 빵과 장미를 얻었나.. 국회의원, 관리직 여성 비중 '현저히 낮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종로운현캠퍼스 앞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최저임금 30%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종로운현캠퍼스 앞에서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최저임금 30%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다양한 여성 관련 통계들이 조명 받고 있지만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낮다'는 메시지가 많이 나온다.

세계 여성의 날은 100여년 전인 20세기 초 여성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경제적 권리 보장을 상징하는 '빵'과 참정권을 상징하는 '장미'를 요구했던 것을 기념한다.

한국은 일제 해방 이후 첫 선거부터 여성에게 동등하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또 한국전쟁 이후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부상하며 여성이 '생계부양노동'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여성 참정권 면에서도, 여성 경제적 지위 면에서도 모두 하위의 성적을 받고 있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7개국 중 34위를, 여성 관리직 비율은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6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1996년 OECD 가입 이래 2021년까지 2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의 날을 기해 하루전인 7일 낸 메시지에서 "우리가 성취해온 여러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날을 맞아 조명해야 하는 숫자들이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별임금격차, 여성의 낮은 대표성을 상징하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여성의 평생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율"을 언급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펴낸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18.5%를 기록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시민들에게 장미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시민들에게 장미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국회는 여전히 남성의 영역

김 장관의 지적처럼 여성 국회의원의 낮은 비율은 여성의 낮은 대표성을 상징한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여성의 비율은 50.1%, 남성의 비율은 49.9%로 1:1에 가깝다. 하지만 여성 의원의 비율은 19%로 남성 의원 5~6명 당 여성 의원은 1명인 수준이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 의원은 총 300석 가운데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이다. 여성의원 비율은 직전 20대 국회 17%에서 19%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 모습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 모습

하지만 이는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7개국 평균 33.8% (2023년 기준, 3월 8일 접근)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치로, 한국은 37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낮은 여성 의회 대표성을 가진 세 국가는 일본(37위), 헝가리(36위), 터키(35위)로 각각 여성 의원 비율 10.0%, 13.1%, 17.4%를 기록했다.

여성 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모두 50%를 기록한 뉴질랜드와 멕시코다. 이밖에 아일랜드 47.6%, 스웨덴 46.4%, 노르웨이 46.2%, 핀란드 45.5%, 덴마크 43.6% 등 북유럽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여성 의원 비율은 특히 지역구 의원에서 현저히 낮다.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여성 의원비율은 11.5%다. 이는 역대 선거를 거치며 꾸준히 증가해 2004년 4.1% 대비 2.8배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여성 인구 대비 대표성을 고려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여성 할당이 보다 많이 고려되는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여성 의원 비율은 2004년 총선부터 꾸준히 50%대를 기록해 2020년 총선에서는 59.6%에 달했다.

두꺼운 유리천장

한국 여성이 직면한 유리천장은 정치 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두텁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 비중은 16.3%로 뉴질랜드·콜롬비아를 제외하고 관련 수치가 있는 OECD 36개 회원국 중 35위였다. 일본이 13.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성노동연대회의 등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나흘 앞두고 성평등사회 조성을 촉구하며 유리천장 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여성노동연대회의 등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나흘 앞두고 성평등사회 조성을 촉구하며 유리천장 깨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여성 관리자 비중은 기업 임원과 정부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대학 총장, 초중고교 교장 등 관리직 취업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한국은 OECD 36개국 평균 33.7%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는 16.3%를 기록했다.

라트비아(45.9%), 폴란드(43.0%), 스웨덴(43.0%), 에스토니아(41.2%)등 동유럽권 국가들과 미국(41.4%), 코스타리카(40.2%), 호주(40.0%)가 40%대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또 일본과 한국, 튀르키예(18.2%)를 제외한 나머지 33개 회원국은 20%를 넘는 수치를 보였다.

한편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이래 26년동안 줄곧 회원국들 중 성별 임금격차 1위를 차지해 2021년에는 38개 조사국들 중 가장 큰 31.1%를 기록했다. OECD 38개 회원국들의 평균 성별 임금격차는 12%로 한국은 이 평균의 2.6배를 기록했다.

한국에 이어 성별 임금 격차가 큰 OECD 국가는 이스라엘(24.3%), 라트비아(24.0%), 일본(22.1%)이다.

노동계와 여성계는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크게 유지되는 이유로 연공서열제와 출산과 육아 휴직 등에 따른 여성 경력 단절을 꼽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여성 고용률은 51.2%로 남성(70%)에 비해 크게 낮았고,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7.4%로 남성(31%)에 비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