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 소리에 두려움과 동시에 쾌감 느껴'...전쟁 지역에서의 생활이 아드레날린 중독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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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일로나 흐롬리우크
- 기자, BBC 우크라이나어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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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는 마르가리타(27)는 "머리로는 포격이 위험하고 무섭다는 걸 알지만 …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가 전면 침공한 지 4년 째, 우크라이나인들은 여러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포격이 너무 익숙해진 탓에 일부는 두려움과 동시에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아드레날린 중독" 현상으로 분석한다.
정신과 의사 예브헨 스크리프니크가 SNS에 이에 대해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인들의 새로운 심리 문제"라고 말하자, 수백 명이 공감했다. 자신들의 상태를 정확히 묘사하는 표현이라면서도, 그런 감정을 느껴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편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어떻게 사람이 고통을 초래하는 끔찍한 사건을 즐겁게 느낄 수 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정을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이며, 전쟁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기대하는 듯'
마르가리타는 자신이 한때 아드레날린 중독 상태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2022년 6월 남편과 함께 고향인 키이우 포딜로 돌아온 이후 이들 부부의 아파트에서는 끊임없이 포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르가리타는 BBC 우크라이나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습경보에는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나, 폭발음에는 "흥미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목격자로서든,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으로서든 위급한 상황의 중심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일었다는 것이다.
"대규모 포격이 있을 때마다 흥분감을 느꼈다. '이 창문이 날아 가버리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했다"는 그는 "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판타지였다. 비교적 안전하지만 순수하다. 그러나 활력을 준다. 어쩌면 끊임없이 기대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에 두렵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감정은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점차 가라앉았다.
이제는 포격이 시작되면 "방어" 본능이 더욱 강해져 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밖은 겨울이고, 얼어붙을 듯 춥습니다. 예전처럼 그러한 행동과 격렬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드레날린 중독'의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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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보건부 산하 '공중보건센터'에서 근무하는 스크리프니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드레날린 중독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심리적 상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생활할 경우, 인체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이러한 호르몬들은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며 평소 즐거움을 주던 일들이 더 이상 같은 만족감을 주지 못하게 된다.
이미 이렇게 된 상태인데 주위에서 포격이 시작되면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분비되며 도파민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짜릿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일부는 이러한 강렬한 신경계 자극에 중독될 수 있다.
스크리프니크는 과거에는 교통사고, 낙하산 점프, 등산과 같은 극단적인 경험에서나 이 정도의 자극을 경험할 수 있었으나, 현재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드론 공격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쉬운 방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립심리학회'의 발레리아 팔리 부회장은 아드레날린 중독을 '마조히즘'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안감을 느낀 뒤 안도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할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계속된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불안해하고,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스크리프니크는 아드레날린 중독은 이보다는 적응 장애와 더 가깝다고 말한다. 적응 장애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한편 불안장애 환자들은 이미 아드레날린 수치가 높은 상태이기에 포격 상황에서 오히려 더 침착해진다고 한다.
"전쟁 초기, 불안장애가 없는 이들은 공포에 휩싸여 도망쳤으나, 불안장애 환자들은 침착하게 짐을 싸고, 배우자를 안심시키고, 더욱 침착하고 집중력 있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키이우 주민인 이리나 또한 이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신경계 내면의 반응이 이상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나 자신의 가장 나은 모습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리나는 포격이 시작되면 이전에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불안과 생각들이 사라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한편 르비우 출신의 심리 치료사이자 '전쟁의 감정 기복(Emotional Swings of War)'의 저자인 볼로디미르 스탄치쉰은 사람들이 이토록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포격이 일어나는 순간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 하나, 생존이다. "그 순간에는 다른 모든 것이 멈추기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스탄치쉰은 아드레날린 중독을 큰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되지만, "인간 정신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것에는 금방 익숙해지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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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우크라이나어 서비스가 인터뷰한 사람 중 일부는 이러한 중독적인 감정을 느꼈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고 했다.
키이우 서부에 자리한 부찬스키 차이키에 사는 미콜라는 러시아군이 키이우로 진격하던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이러한 강렬한 중독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당시 자신의 가족을 포함해 아파트 단지 주민들 모두 피난을 떠났으나, 그는 남았고, 12층에서 폭발을 지켜봤다.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한 공중전이 펼쳐지고, 밤에는 전투기가 격추되기도 했다"는 그는 "주변이 온통 불타오를 동안 나는 커피를 마시며 발코니에서 한 달 넘게 이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러시아군이 떠났을 때는 "이게 그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좋은 것에는 금방 익숙해지기 마련"이라는 미콜라는 그러나 2주 뒤에는 이러한 감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쟁 경험이 과연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까. 결론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스크리프니크는 일반적으로 불안장애와 우울장애의 발생 기저에는 무쾌감증(일반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에서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 있다고 말한다.
전쟁이 끝나면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만한 활동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가족 간의 다툼, 이혼, 음주가 더 많아질 수 있고, 사람들은 역치를 넘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에는 사람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일상에 다시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전쟁이 끝나면, 그때가 되면, 우리 정신과 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은 알게 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