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가고 싶지 않다’는 우크라이나 청년들

모자를 쓴 남성의 옆모습

사진 출처, BBC/ROB TAYLOR

사진 설명, 우크라이나 청년 예호르는 직접 무기를 들지 않는 방식으로 전쟁에 힘을 보태고 싶어 한다
    • 기자, 제임스 워터하우스
    • 기자, BBC 우크라이나 특파원

전쟁이 1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모자란 병력을 채우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자진해서 입대한 이들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군인 수만 명을 대체할 인원이 끊임없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부터 러시아의 대대적인 침공에 맞서고 있는 지금, 지친 이들이 많다.

그리고 전쟁터에 나가고 싶지 않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미 수천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났다. 어떤 이들은 뇌물을 건네기도 하고, 점점 더 고압적인 태도로 변해가고 있다는 징집 장교를 피하고자 애쓰는 이들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청년 예호르는 “(우크라이나의 징병) 시스템은 매우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예호르의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소련 군인으로 복무했다. 그리고 아들 예호르는 아버지가 이후 정신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예호르가 이번 전쟁에 나가 싸우지 않길 원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예호르는 취재진에게 신변 보호를 위해 가명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이전이었다면 종교적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남성의 경우 농가에 투입되거나 대체 복무를 하는 식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선택지는 지난해 선언된 계엄령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예호르는 복무 거부 이유가 무엇이든 대체 복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별 상황은 각자 다르다”는 예호르는 “모든 남성은 복무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은 오늘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예호르는 최근 수도 키이우에서 징집 기피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뒤 징집 센터로 보내졌다. 그러나 허리 통증을 호소한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예호르는 다음번에 붙잡힐 경우엔 집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두려워했다.

물론 질병을 앓고 있거나, 편부모이거나, 돌봐야 하는 이가 있는 경우라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병역 기피죄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벌금형 혹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예호르는 “모든 이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전쟁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면서 “최전선에 있는 이들에 대해선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평화주의자적인 대안은 없다”고 덧붙였다.

무기 사용법을 훈련받는 우크라이나 군인의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진해서 군에 지원했으나, 여전히 더 많은 군인이 필요하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의 징병 시스템은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비난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징집 담당자들에 대한 뇌물 수수, 협박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전국의 모든 지역 징집 센터장을 해고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선 한 징집 담당 장교의 가족들이 수백만달러를 들여 새 차를 구입하고 스페인 남부 해안에 자리한 부동산을 매입해 기소되기도 했다. 해당 장교는 자신은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료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치스러우며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동원령이 내려지며 60세 미만의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거의 출국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어 남쪽 접경국 루마니아로 향하는 등 은밀히 탈출을 시도하는 이들도 수천 명이다.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이들 중엔 단체 대화방을 이용해 징집을 피하는 이들도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현재 징집 담당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지역 정보를 서로 제공하는 것이다. 여러 지역과 도시별로 이러한 대화방이 만들어졌으며, 참여자가 10만 명이 넘어가는 대화방도 있다.

이러한 대화방 참여자들은 입고 있는 이러한 징집 장교들을 군복 색깔에서 따온 별명인 ‘올리브’라고 부른다. 보통 마주치는 이들에게 징집 센터에 등록하라는 통지문을 건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집에 들를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연행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국민들에게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개인 정보를 업데이트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소집 대상일 경우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징집 담당자들이 시민들을 위협하거나 심지어 가혹 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게다가 고작 1달간 훈련받은 징집병들을 전선에 내보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광고

사진 출처, MINISTRY OF DEFENCE OF UKRAINE

사진 설명,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도 용기이다”라고 적힌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새 광고

이러한 상황에서 당국은 신뢰를 회복하고자 애쓰는 모습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어린 시절의 두려움과 오늘날 전쟁으로 인한 걱정을 연결 지으며 “두려워도 괜찮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한편 키이우의 버려진 어느 여름 캠프장에선 민간인들이 러시아 군인에 맞서 저항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남녀 시민들은 이곳에서 길을 순찰하다가 교관이 “2군! 수류탄”이라고 외치면 재빨리 땅에 몸을 던진다.

이들이 지닌 소총은 진짜 총은 아니나, 이곳 민간인들이 언젠가 군인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희망도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학생 신분의 안톤(22) 또한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잔디밭을 구르고 있던 안톤은 “전쟁이 막 처음 시작했을 땐 나도 징집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제 전 언젠가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합니다.”

군용 조끼를 입은 안톤의 모습

사진 출처, BBC/Rob Taylor

사진 설명, 민간인 훈련장에서 만난 대학생 안톤은 “다들 두려워한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내가 이곳 키이우에 남아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톤은 징집 회피를 좋게 보진 않는다면서도, 왜 나가서 싸우고 싶지 않아하는지 그 마음은 이해한다고 했다.

취재진은 안톤에게 앞으로의 상황이 두렵냐고 물어봤다.

이에 안톤은 거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물론이다”고 답하면서 “다들 두려워한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내가 여기 키이우에 남아있을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에 맞서 제대로 방어할 수 있겠냐는 기존의 의심과 달리 선전하고 있다. 이에 즉각 전국을 장악하고자 했던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내부적으로 재조정이 필요한 상태다.

많은 이들의 희망과 달리 전진 속도가 느린 대반격 작전도 그렇지만, 국민들에게 나와 싸워달라고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수많은 군인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이들이 전쟁터에 나서고 싶어 하는 건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 또한 존재한다.

추가 보도: 한나 초르누스, 아나스타시아 레프첸코, 케이트 피보르, 한나 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