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 제재 거부… '국내법 이유로 국제법 위반 정당화 할 수 없어'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8 뉴욕 평화포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만찬행사에서 김성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가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8 뉴욕 평화포럼 :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만찬행사에서 김성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가 건배사를 하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또 유엔 회원국임에도 유엔 제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김 대사는 먼저 미국과 한국의 연합 해상훈련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이 이 시각에도 조선반도 주변에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합동 해상연습을 벌여놓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조선반도 정세를 전쟁 접점으로 몰아가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미 군 당국은 현재 동해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 중이다.

한미연합훈련 비난…'핵 개발'은 미국 때문

26~29일까지 나흘간 실시되는 이번 연합훈련에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10만3000톤 급)가 참여해 화제가 됐다. 미 항공모함의 연합훈련 참가는 5년 만이다.

김성 대사는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북한은 미국의 지난 30년 동안의 대북정책이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다며, 자신들의 핵무력 노선은 미국 탓이라고 누차 주장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북한은 미국의 지난 30년 동안의 대북정책이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다며, 자신들의 핵무력 노선은 미국 탓이라고 누차 주장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전술 핵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데 대해 "지난 30년간 미국의 간악한 적대정책이 오늘의 현실을 만들었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적대정책과 군사적 공갈이 가중될수록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 힘도 강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엔 회원국이 유엔 제재 인정 못해?

김성 대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중 "북한은 지속해서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대목을 인용하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고 압박하는 유엔 제재는 인정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또 대북 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서도 "안보리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자위권 행사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명시한 유엔 헌장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모순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BBC에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의 구속력 있는 권고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국내법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안보리 제재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유엔 회원국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얘기다.

심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국제법을 보더라도 국내법을 이유로 국제법 위반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따라서 북한의 이번 유엔 대사 연설은 국제사회 질서와 맞지 않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서 '강대강 노선'재확인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성 대사의 유엔 연설을 통해 강대강 노선 전환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평양에서 열린 건국 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북한 평양에서 열린 건국 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연설 당시만 해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이번에는 강경 기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7.27 연설, 8.10 전국비상방역총화연설, 8월 18일 김여정 담화,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북한은 대남, 대미 강대강 노선으로 전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따라서 당분간 대화가 아닌 핵 무력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대남∙대미 압박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엔 차원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성 대사는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 "조선에 대한 이중 기준을 철회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김 대사는 미국이 주장하는 국제질서는 국제법 위에 미국의 이익을 올려놓고 다른 나라들은 이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제국주의적 세력구도라며, 미국이 국제평화와 안전의 근간을 허물고 있다고 비난했다.

심상민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의 정책에 공식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을 것"이라며 "이번 연설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심한 태도와 한국 정부에 대한 반발심 등 종합적인 반발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