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파는 '샤넬' 가방… 유엔 제재 위반일까?

안보리 결의안은 주류와 담배까지 금수 품목의 범위를 확대했다

사진 출처, NK News

사진 설명, 안보리 결의안은 주류와 담배까지 금수 품목의 범위를 확대했다

북한이 평양 백화점을 통해 샤넬 가방이나 롤렉스 시계 등 고가의 명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일까,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위반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시작으로 사치품의 대북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2013년 안보리 결의 2094호는 고급승용차와 요트, 고가의 시계, 보석 등을 금수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이후 주류와 담배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다.

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롤렉스 시계는 틀림없이 대북제재 결의에 포함된 사치품"이라고 말했다.

유엔 제재위원회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지정된 물품들이 북한에 반입됐다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심 연구위원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밀수 또는 합법적 거래로 가장해 중국에서 들여왔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국가는 일단 이론적으로 유엔 결의 사치품 금수 관련 위반을 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양 대성백화점은 사치품을 판매하는 주요창구로,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 담당으로 알려진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출처, 샤넬 홈페이지

사진 설명, 평양 대성백화점은 사치품을 판매하는 주요창구로,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 담당으로 알려진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점에 샤넬 화장품, 고급양주 즐비

최근 북한 조선신보가 공개한 평양 대성백화점 사진 속에는 샤넬 화장품, 다이슨 청소기 등이 보인다. 생필품으로 볼 수 있지만 모두 고가의 제품이다.

2020년 대북제재위원회는 전문가패널 중간 보고서를 통해 대성백화점 매장에 진열된 해외 유명 위스키 사진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평양 대성백화점은 사치품을 판매하는 주요창구로,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 담당으로 알려진 북한 노동당 39호실이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샤넬과 페레가모 등 명품 제품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해당 매장들이 달러나 엔 등 외화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화벌이 창구라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 평양 백화점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국가의 모든 생필품을 공급하는 곳이었다"며 "거주지에서 받은 공급수첩을 들고 가면 백화점에서 비누, 칫솔, 기름, 두부, 달걀 등 물품을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공급 체계가 약화되고 배급이 사라지면서 시장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곳으로 변화됐는데 국가가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가격의 일원화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같은 사치품들은 평양타임즈(북한 영문주간지)가 5일 '조선경흥무역총회사'이 대성백화점을 산하에 두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재조명됐다.

특히 이 회사를 '신용 있는 국제무역그룹'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 무역재개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리설주 여사 왼손에 샤넬 가방이 들려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20일 삼지연초대소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리설주 여사 손에 샤넬 가방이 들려 있다

밀수된 샤넬 가방을 사도 불법?

그렇다면 이렇게 밀수 또는 합법적 거래를 위장해 북한에 반입된 사치품을 샀다면 이 역시 대북제재 위반일까?

대북제재 결의는 유엔 회원국들에 부과된 의무다. 회원국들이 이런 사치품이 북한에 반입되지 못하도록 방지 의무를 준 것이다.

심상민 연구위원은 "반입된 사치품을 북한에서 거래하는 것 자체는 유엔 제재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반입과정에서 북한 당국이 개입했다면 위반이 명백하지만, 북한 내에서 거래한 사실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밀수품을 거래하는 것이 합법일 리 없고, 밀수 과정에서 북한 당국이나 기관, 개인이 적극 관여했다면 대북제재 위반을 직접적으로 범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새로운 제재 결의가 채택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큰 의미는 없다"고 부연했다.

'수령 동지는 명품을 좋아해'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롤렉스 시계 등을 고위 관료 선물용으로 종종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 억 원대에 달하는 파텍필립이나 모바도 등도 즐겨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김 위원장은 '화성-17형' 발사 현장에서 스위스 명품 시계 IWC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이후 2019년 7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참관,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도 명품 시계가 포착됐다.

과거 김 위원장의 차량으로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와 일본 렉서스 등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모두 제재 위반 대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기간 탑승한 벤츠 리무진 차량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기간 탑승한 벤츠 리무진 차량

2020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타는 벤츠 마이바흐 S600을 북한으로 판매한 이탈리아 업체는 "홍콩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일본 토요타는 "북한에서 목격된 렉서스 LX570과 LS460L 중 LS모델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2년 6월 사이에 제작된 것"이라고 제재위원회 측에 알려왔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살아생전 공로를 세운 간부나 주민들에게 전자제품이나 스위스산 시계 등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과 군 고위 간부들에게는 독일산 벤츠를 주로 제공했으며 롤렉스 시계나 해외 고급양주, 최신 전자제품 등도 포함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도 샤넬과 디올, 프라다 등 명품 가방을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실제 2019년 9월 20일 북한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삼지연초대소 호수를 산책할 당시 왼손에 샤넬 가방을 든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