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학교에서 아이들을 세뇌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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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오는 9월 1일 개학을 맞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테지만, 역사 수업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BBC의 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교사들은 러시아 정부의 역사 해석이 담긴 교육과정을 따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 점령지에선 학교 등 행정 및 교육 시설에 러시아 국기가 걸려있다.
자포리자주 멜리토폴에 사는 이리나는 13세 자녀의 개학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이리나는 "[러시아 교육과정에 대해] 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무엇을 배울지 정말로 신경 쓰인다"며, 수업이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진행되는 것에도 화가 난다고 했다.

또 "이는 (러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강요하는 행위"라면서 "아이들이 이 상황에서 인질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를 친러 SNS 채널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도서관에서 우크라이나 역사책을 없애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자주 등장하며, 러시아의 소위 '계몽부'는 몇몇 점령지에 러시아 교과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한편 BBC는 러시아 정부가 승인한 교과서를 분석해 전쟁 전인 2016년 출판된 교과서와 최근 2022년 판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그 결과 2022년 판에선 우크라이나와 수도 키이우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 삭제됐으며, 심지어 중세 동유럽 국가이자 키이우를 수도로 삼았던 '키예프 루스'의 국가명은 '루스' 또는 '옛 루스(Old Rus)' 등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서방의 지원을 받은 급진적 민족주의자들이 … 우크라이나에서 권력을 잡자"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들고 일어섰다는 잘못된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업적에 대한 언급은 늘어났다.
BBC는 이에 대해 러시아 측에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한편 이리나는 점령지를 떠날까도 고려했으나, 집을 두고 가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자녀가 학교에서 러시아식 교육과정을 따르는 것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학교에 보내지 않기도 쉽지 않다.
원칙적으론 온라인을 통해 우크라이나식 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부모들은 그 파장을 우려한다. "누군가가 [러시아가 세운] 새로운 지역 당국에 우리에 대해 고발하거나, 러시아식 교육을 받지 않았단 이유로 나와 내 아이를 박해하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실제로 현지 친우크라이나 매체는 지난 19일 텔레그램 SNS 플랫폼을 통해 멜리토폴 외곽에 있는 어느 학교의 친러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메시지를 공개했다.
거기엔 "해방된 이 지역(러시아는 점령지를 '해방'했다고 부른다)에서 원격 학습은 없을 것"이라면서 집에서 직접 가르치기 위해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거부하는 부모들은 여러 번 규칙 위반 시 "친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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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추적 및 추방
친우크라이나 교사들은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숨긴 이들도 있으며, 강제로 '재훈련'받거나 추방당할 위협에 놓인 이들도 있다.
전쟁 전 드미트로는 멜리토폴에서 학생이 500여 명이 넘는 학교의 교장이었다. 그러나 이젠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우크라이나식 교육과정을 따를 수 있도록 조직하려 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수배를 받고 있다.
현재 은신 중인 드미트로는 우크라이나 교사 중 러시아 당국과 협력하거나, 러시아식 세계관을 '재훈련'받기 위해 크림반도나 러시아 본토로 보내진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리는 모두 러시아인이다. 하나의 민족이다. 우리는 통일돼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어한다"는 게 드미트로의 생각이다.
한편 드미트로는 점령지에 머무르고 있지만, 도망친 교사와 학부모도 많다.
크림반도 위 헤르손주 노바카호바카 출신의 교사 마리나는 7월 말에 점령지를 빠져나왔다. 러시아 군인과 러시아가 임명한 교육감이 마리나가 일하던 학교를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한 지 몇 주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학교장이 협력을 거부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마리나는 일부 교사들이 전혀 전공과 관련 없는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할 정도로 현재 노바카호바카 내 교육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마리나는 러시아식 교육과정이 아이들의 정체성에 해를 끼치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러시아의 주된 목적은 아이들을 세뇌해 자신들의 세계관을 주입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이 어떤 나라에서 살아왔는지, 자신들은 누구인지 잊어버리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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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수정주의
작가 레오니드 카츠바는 42년 동안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카츠바는 러시아 교과서의 역사 기술이 잘못됐다고 본다. 예를 들어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에 대해 "크림반도에서의 러시아 군사 활동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카츠바는 새 학년을 맞아 배포될 교과서엔 서방 세계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곁들여질 것이라고 본다. "철저히 관리되는 교과서들이 채널1(러시아 국영 TV)의 노선을 완전히 따를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드미트로는 "이는 러시아가 학교 교육을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비록 온라인으로 우크라이나식 교육과정을 따르기엔 제약이 있지만, 여전히 점령지 학생들이 진실을 배우고 우크라이나 현대사에 대해 더 명확히 이해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 아이들은 왜 학교에 다른 나라 국가가 걸려있는지 계속 묻습니다.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6살짜리 아이도 이것이 정상이 아님을 이해합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대부분 인터뷰는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추가 보도: 야나 류슈네프스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