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애국심 증명' 압박받는 옛 소련령 러시아어 사용자들

라트비아 육군 소속 아나톨리 데류긴(43) 소령은 "태어나서부터 러시아어를 썼고, 러시아 핏줄이지만, 내가 러시아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 설명, 라트비아 육군 소속 아나톨리 데류긴(43) 소령은 "태어나서부터 러시아어를 썼고, 러시아 핏줄이지만, 내가 러시아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 기자, 옥사나 안토넨코
    • 기자, BBC 뉴스, 라트비아

라트비아 육군 소속 아나톨리 데류긴(43) 소령은 "태어나서부터 러시아어를 썼고, 러시아 핏줄이지만, 내가 러시아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데류긴 소령처럼 러시아 서쪽 국가 라트비아엔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민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들 러시아어 사용자는 애국심을 증명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

라트비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데류긴 소령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군인으로 지냈다. 데류긴의 어머니 또한 라트비아의 러시아어 화자이며, 아버지는 우크라이나 동부 출신이다.

데류긴 소령에게 조국은 라트비아다. 만약 적군이 같은 러시아어를 쓰는 자들일지라도 라트비아를 위해 싸울 것이다.

"강도가 집에 침입했을 때 그가 어디 민족 출신인지, 러시아어를 쓰는지 상관있을까요. 형제도 친구도 아닙니다."

그러나 라트비아 내 러시아어 화자 대부분은 자국 내 러시아어 콘텐츠 부족으로 주로 러시아 국영 TV를 시청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 중심의 통합된 러시아 세계관을 지닌 이들이 많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라트비아 내 러시아어 사용자 중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사진 설명,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라트비아 내 러시아어 사용자 중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기 전까지 라트비아로 끌려와 강제 노동에 시달린 이들이 있다. 또 몇백 년 전 라트비아로 이주한 러시아인의 후손들, 그리고 남쪽의 벨라루스 출신이나 유대계인 이들도 있다.

한편 라트비아를 비롯한 국제 사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트해 국가들에 대한 야심을 경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사는 러시아 화자들이 박해받는다면서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침공을 정당화했다.

라트비아는 러시아가 자국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가입국인 라트비아의 주둔 병력을 2배로 늘렸을 뿐만 아니라 추가 투입도 계획 중이다. 라트비아 정부는 징병제 부활까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라트비아에선 러시아 방송 채널이 금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지지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옛 소련을 미화하는 듯한 기념물도 철거될 예정이다. 수도 리가의 어느 공원에 우뚝 솟은 소련 승전기념비가 최우선 철거 대상이다.

라트비아인은 러시아 시민권을 이중으로 소지할 수 없다. 에길스 레비츠 라트비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략을 지지하는 자들의 거주권은 박탈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러시아 국적자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애국심과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사용하는 언어와는 관련 없다"는 게 데류긴 소령의 주장이다.

데류긴 소령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 30km 떨어진 동남부 도시 다우가프필스에서 '제메사제(Zemessardze, 라트비아어로 '국가 방위군') 제34보병대대를 지휘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라트비아 주방위군에 자원입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사진 설명,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라트비아 주방위군에 자원입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기 전까지 라트비아로 끌려와 강제 노동에 시달린 이들이 있다. 또 몇백 년 전 라트비아로 이주한 러시아인의 후손들, 그리고 남쪽의 벨라루스 출신이나 유대계인 이들도 있다.

한편 라트비아를 비롯한 국제 사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트해 국가들에 대한 야심을 경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사는 러시아 화자들이 박해받는다면서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침공을 정당화했다.

라트비아는 러시아가 자국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가입국인 라트비아의 주둔 병력을 2배로 늘렸을 뿐만 아니라 추가 투입도 계획 중이다. 라트비아 정부는 징병제 부활까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라트비아에선 러시아 방송 채널이 금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지지는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옛 소련을 미화하는 듯한 기념물도 철거될 예정이다. 수도 리가의 어느 공원에 우뚝 솟은 소련 승전기념비가 최우선 철거 대상이다.

라트비아인은 러시아 시민권을 이중으로 소지할 수 없다. 에길스 레비츠 라트비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략을 지지하는 자들의 거주권은 박탈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러시아 국적자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애국심과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사용하는 언어와는 관련 없다"는 게 데류긴 소령의 주장이다.

데류긴 소령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서 30km 떨어진 동남부 도시 다우가프필스에서 '제메사제(Zemessardze, 라트비아어로 '국가 방위군') 제34보병대대를 지휘한다.

알렉산더는 공공장소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연설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사진 설명, 알렉산더는 공공장소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연설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한편 라트비아의 19세 청년 알렉산더 두비아코는 5월 10일 리가 공원의 소련 승전기념비 앞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연설한 죄로 체포됐다.

알렉산더는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을 물리친 날을 기념하는 전승절을 맞아 비공식 기념 모임에 참석했다.

전승절 공식 기념행사는 라트비아에서 러시아 미화 행위로 여겨져 금지됐다. 때문에 알렉스처럼 항의 시위를 벌이는 이들이 생겨났다.

알렉산더는 BBC와 인터뷰에서 "국기는 통합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전승절이야말로 통합의 날이라고 생각한다. 라트비아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놀라운 분위기가 연출됐고 연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라트비아 경찰은 알렉산더의 행동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 지지 표시로 간주했다. 하지만 알렉산더와 그의 가족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현재 알렉산더는 대량 학살과 전쟁범죄 미화 금지법으로 기소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 징역 5년 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동영상 설명,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외국인 용병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이유

알렉산더의 모친인 스베틀라나는 "내 조부는 전쟁을 겪었다 … 우리는 (대독전 승리가) 모두가 기리고 존중해야 할 기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들이 체포될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스베틀라나 모자는 현재 SNS에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인이라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일입니다."

라트비아의 러시아어 사용자 중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고 자신을 라트비아의 애국자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이들에게 전승절은 언제나 중요한 기념일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서방 세계를 향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고유의 정체성을 포기하라는 압박에 처했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라트비아 사회는 더 분열될 수 있다는 것.

그러는 동안 라트비아 정부는 잠재적인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그려진 한 벽화에 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를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은 두 여성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다. "함께할 때 우리는 강하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그려진 한 벽화에 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를 상징하는 색깔의 옷을 입은 두 여성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다. "함께할 때 우리는 강하다"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