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인의 엄마,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세요'

Valya's son
사진 설명, 발야의 아들 사진 (신원 보호를 위해 얼굴 부분은 편집)
    • 기자, 스티브 로젠버그
    • 기자, BBC 러시아 에디터

2월 20일 발야는 러시아 군인인 아들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들의 부대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근처에서 "연습 중"이라고 했다.

발야는 "아들은 사격 연습을 하며 텐트에 지낸다고 했다"면서 "그게 아들과의 마지막 대화"였다고 했다.

그로부터 4일 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이번 전쟁으로 이웃국 우크라이나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개전 명령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민간인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러시아 본국에서도 가슴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투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들의 가족들이다.

'발야'라는 이름은 가명이다. 러시아 군인을 아들로 둔 이 여성은 이번 발언에 대한 당국의 보복이 두렵다며 신원 보호를 부탁했다.

그런데도 발야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했다. 아들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러시아의 '특별 군사 작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어 했다.

전쟁 전 발야의 아들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군사 훈련을 받던 중이었다
사진 설명, 전쟁 전 발야의 아들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서 군사 훈련을 받던 중이었다

발야는 "3월 초 아들이 속한 기지의 한 병장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모든 부모에게 전화했을 것"이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병장은 제게 군인들이 잘 지낸다면서 매일 이들과 연락이 닿고 있다고 했어요. 3월 내내 부모들은 이 병장과 연락했고 그때마다 아들들이 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아들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제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알지 못하는 친구였어요. 절 SNS상에서 찾았다고 하더군요. 제 아들이 포격으로 다리를 잃었고 아들이 사망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저는 전화도 수없이 걸고 관계자들을 만나고자 애썼습니다. 그러나 제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어요."

"결국 그 병장이 제게 말해줬습니다. '당신 아들과는 2월 23일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다'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데 왜 그렇게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했냐'고 물었습니다. '그저 우리 부모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나고요."

"그랬더니 그 병장이 '죄송하다. 나는 병장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발야는 더 많은 소식을 알아내고자 노력했다. "아들의 부대에 편지도 썼다"고 한다.

"군 사무실에도 편지를 썼습니다. 국방부에도요. 그러고 나서 이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더 편지를 썼습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어디서, 언제, 어떻게 제 아들이 실종됐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들은 것이라고는 아들이 '특수 군사 작전'에 참가하던 중이었고 그러다 실종됐다는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크라이나에서 얼마나 많은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을까. 러시아에선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 외의 경우를 신고하면 범죄 행위로 간주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자국이 "중대한" 병력 손실을 입었다고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사망자 수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자국이 "중대한" 병력 손실을 입었다고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사망자 수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수치도 얻어내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3월 25일 이후 공식적인 군 사망자 수를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그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군인 135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다음 달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중대한" 병력 손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편 침략 정당화를 위해 러시아 당국과 국영 언론은 러시아 대중이 우크라이나를 인간적으로 느끼지 못하게 하려 한다.

우크라이나의 군인들과 관료들은 "극단적인 국수주의자"와 "나치"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침략국이고 러시아는 해방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인인 발야는 우크라이나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

발야는 "만약 러시아도 이 같은 공격을 받았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을 것이다. 저들처럼 말이다"면서 "우리도 방어했을 것이고 화가 난 상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러시아 국민은 정부의 설명을 믿으며 이번 '특별 군사 작전'을 지지한다. 국영 TV에 그와 같은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정부는 TV 등의 언론과 그 보도 내용을 통제한다.

하지만 통제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발야는 러시아 전역의 군인 어머니들과 접촉하고 있다. 발야에 따르면 이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에 보낼 군인을 선발하는 기준 때문에 당국에 대한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발야는 "군인을 아들로 둔 엄마들은 정부를 증오한다. 푸틴을 증오한다"면서 "이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란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발야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할 경우 러시아 당국이 보복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사진 설명, 발야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할 경우 러시아 당국이 보복할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우리는 하층민입니다. 시골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죠. 지금 전투에 나간 젊은이들은 다 러시아 시골 지역 출신입니다. 수도 모스크바 사람들이 아니죠. 정부 인사의 아들들은 전쟁에 없습니다."

"만약 아들을 전쟁으로 보낸 모든 어머니들과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이 다 들고 일어선다면 얼마나 큰 군대가 꾸려질지 상상이 가시나요? 그리고 이 어머니들을 그렇게 할 것입니다. 폭발할 거예요."

"그만 하세요. 이 모든 걸 멈추세요. 이 모든 걸 멈추고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주세요."

BBC와의 인터뷰 이후 발야는 아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러시아 군인이 또 한 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