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이들이 떳떳하게 두려움 없이 살 보호소가 생길까?

트랜스젠더들의 피난처가 되기를 기대하는 '에덴 하우스'

사진 출처, Shali Reddy

    • 기자, 메그하 모한
    • 기자, 젠더 & 정체성 기자

네덜란드의 트랜스 여성 두 명, 미국인 한 명과 영국인 한 명이 전 세계 각지에서 위험에 처한 트랜스젠더들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됐다.

쥐꼬리만한 운영자금으로 트랜스젠더들을 돕고 종종 사비까지 털어가면서 활동해온 이들은 이젠 케냐의 한 가옥을 폭력을 피해 도망치는 트랜스젠더를 위한 보호처로 바꾸는 작업에 도입했다.

앤 오그본이 운영하는 단체 '트랜스 레스큐(Trans Rescue)'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이메일이 오지만, 어느날 유달리 독특한 사연의 이메일이 눈에 띄었다.

친구의 친구로부터 온 이메일에는 케냐 몸바사에서 절박한 상황에 놓인 8명의 젊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발신자에 따르면 이들은 "원룸 수용소"에 갇혀 있었고, 그곳을 떠나면 공격을 받을 위험에 처해있었다. 심지어 식량도 동이 날 지경이었다.

당시 네덜란드의 아파트에 있던 앤은 즉시 케냐에 있는 트랜스 여성 누루(가명)가 떠올랐다. 앤과 그의 룸메이트는 6개월 전 누루가 케냐 몸바사에 있는 트랜스 공동체를 찾는 것을 도와줬다.

사실 누루의 이야기는 다소 단순했다. 비극적이지만, '트랜스 레스큐'에는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였다.

"항상 소녀들과 함께 있었다"고 말하는 누루.

현재 26세인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누루에게 사춘기가 오기 전까진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여성스러운 젊은 남성으로만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은 곧 누루를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저는 괜찮았어요. 제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죠."

하지만 누루의 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누루에게 폭행을 일삼았고 주술사까지 동원했다. 주술사는 누루가 주문에 걸려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1년 전 누루는 드디어 도망칠 수 있게 됐다. 버스 정류장에 가까스로 도착해 그곳에서 마냥 기다렸다. 목탄 운반 트럭이 다가오자, 누루는 목적지도 모르는 이 차에 올라 탔다.

몇 시간 뒤 트럭이 속도를 줄였을 때, 누루의 눈앞에 몸바사의 탁 트인 바다와 백사장이 펼쳐졌다.

그곳에서 누루는 식당 웨이터 일을 시작했지만, 누루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알게된 사람들은 그에게 폭언과 협박을 쏟아냈다. 겁에 질리게 된 누루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친구가 앤에게 연락해 보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목탄 트럭에 탄 탈출

사진 출처, Shali Reddy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앤은 1980년대부터 트랜스젠더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해왔다.

전 세계의 다양한 성을 가진 사람들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은 그를 인도로 이끌었다. "제3의 성"을 가진 사람들의 히즈라 (Hijra)공동체에서 살아 보기 위해서였다. 히즈라는 생리적으로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 성정체성을 가진 이를 뜻한다. 이들은 2천 년간 힌두 사회에 존재해 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쯤 앤은 활동가로서의 일을 거의 포기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고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트랜스젠더 보호 조치를 철회하는 것을 지켜보며 앤은 모국이 불편해져만 갔다.

그러다 결정타가 됐던 것은 미국 보건부의 메모 유출 사건이었다. 출생 시 성별을 기준으로 성별을 정의하자는 내용이 담긴 메모였다.

앤은 미국에 대해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 미스티 힐이라는 불리는 또 다른 트랜스 여성을 만났고 이들은 2018년 그렇게 미국을 떠난다. 앤은 네덜란드로, 미스티는 아일랜드로 이주했다.

"미스티와 저는 '미국 땅을 뜨면 다른 사람들이 탈출하는 것을 돕는 단체를 시작하자'고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2020년 미스티는 앤의 지원으로 트랜스 에미그레이트(Trans Emigrate)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당초 앤과 미스티는 북미, 아마도 남미 일부 국가에서 전화가 올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 세계에서 요청이 몰려들었다.

"모국에서 마저 억압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해준 벼락치기 공부 같았다고나 할까요?"

Hands on a laptop

사진 출처, Shali Reddy

지난해 앤은 암스테르담에 사는 영국인 트랜스 여성 제니 리스트와 함께 트랜스 레스큐를 재출범했다. (현재 미스티는 아일랜드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주로 남미,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매주 약 4건의 지원 요청을 받는다.

비록 트랜스 레스큐는 자선단체로 등록돼있지만 각국 자원봉사자 12명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하 온라인 성소수자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과 접촉한다. 누군가는 도움이 필요한 이를 안다"고 앤이 밝혔다.

자원봉사자들은 도움이 필요한 현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곤경에 처한 트랜스젠더가 있다면 이들에게 안전한 임시 숙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있는 앤과 제니에게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팀은 평생 모은 돈을 운영에 쏟아부었지만, 도움을 요청한 사람 중 아주 일부에게만 물리적 이동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앤은 토로했다. 지금까지 15명이 타국으로 이주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로 이주를 추진하는 것은 힘들고 느리다"고 앤은 덧붙였다.

따라서 많은 경우 국내 이동이 이뤄진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정보라 연락을 취한 경우도 있다.

"때때로 사람들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만이라도 알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자체가 불법인 나라에서 쫓기고 있는 사람들과도 일합니다. 우리는 트랜스젠더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트랜스 레스큐의 도움을 받은 이 중 한명인 누루. 트랜스 레스큐는 누루가 안전하게 머물 곳을 찾아 주었고, 케냐의 다른 트랜스 여성들과도 연결해 줬다.

이를 계기로 누루는 트랜스 레스큐에 자원봉사를 제안했다.

마침 앤은 몸바사에서 도움이 필요한 트랜스 여성 8명을 접하게 되면서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알았다.

누루는 자신이 받은 호의를 보답할 마음에 기뻐했지만 앞으로 목격할 일에 대해선 무방비 상태였다.

현장에 도착하니 트랜스젠더 8명이 작고 공기가 없는 방에서 몸바사의 살인적인 더위에 구워지다시피 하고 있었다.

누루는 "그들은 타들어갈 정도였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Eight women living in one room

사진 출처, Shali Reddy

이 트랜스젠더들을 그곳에 수용한 사람은 한 남성이었다. 그는 해변에 있던 이들을 불쌍히 여겨 집으로 데려갔다. 이들은 여러 남성에게 지속적인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던 피해자였다.

먹을 것도 거의 없고 서서 자야 할 정도로 비좁은 방에서, 이들은 혹시 발견돼 공격당할까봐 언제나 경계 태세에 있어야 했다.

누루에게 연락을 받은 앤과 제니는 즉시 이들을 다른 데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고 식비와 월세를 지원해 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옮겨간 곳에서 마저 안전하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 두 명은 해변을 걷던 중 한 무리의 남성에게 공격당했고, 그 중 한 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앤에게 왜 케냐의 더 큰 도시에 트랜스젠더 보호처인 에덴하우스가 있어야 하는지를 확신시켜 준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트랜스 레스큐가 사용해 왔던 비밀스런 은신처가 아닌 트랜스젠더들이 두려움 없이 떳떳하게 살 넓은 건물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는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고 앤은 말했다.

"저희는 에덴 하우스가 트랜스젠더 포용력을 키워줄 일종의 보호막이 될 만큼 충분히 큰 기관이 되기를 원합니다. 이곳이 세계 각국에서 온 트랜스 남성과 여성들의 공간이 되길 원합니다. 만약 케냐에 안전한 건물이 있다면 진짜 위험한 곳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 안전을 누릴 수 있게 해줄 수 있습니다."

에덴 하우스가 될 집은 찾았고, 이제 주택 구매와 기본적인 수리에 들어갈 10,000유로(약 1천3백만원)를 구하는 일이 남았다.

에덴하우스에 첫 둥지를 틀게 되는 사람들은 몸바사에서 살아남은 트랜스 여성 7명. 그러나 앤은 이 공간이 세계 모든 이에게 개방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도망치지 않았으면 살해될뻔 했지만 이번 달 앤의 도움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트랜스 남성처럼 말이다.

앤은 필요한 사람에겐 언젠가 정신 상담을 제공하기를 바라지만 현재는 트랜스젠더의 신체적 생존에 집중하고 있다.

"트랜스젠더도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