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역대 최다 '성소수자 선수' 참가 기록 세운 대회

선척적으로 척추갈림증을 앓고 있는 싱가포르 수영선수 테라사 고는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커밍아웃을 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선척적으로 척추갈림증을 앓고 있는 싱가포르 수영선수 테라사 고는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커밍아웃을 했다
    • 기자, 데릭 카이
    • 기자, BBC 뉴스, 도쿄

장애인에게 '포용적인' 스포츠 행사가 되겠다는 사명으로 첫 패럴림픽이 열린 지 60여 년이 흘렀다.

이번 도쿄 대회에선 공개적으로 최소 28명의 성소수자(LGBTQ)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더욱 포용적인 패럴림픽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뉴스 사이트 아웃스포츠(Outsports)에 따르면, 이는 2016 리우 패럴림픽 참가 LGBTQ 선수의 두 배가 넘는 수다.

싱가포르 수영선수 테레사 고(34)는 BBC와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은 내가 나의 성 정체성을 파악하려 했던 2004년 아테네 대회 때와는 차이가 크다"라고 말했다.

선척적으로 척추갈림증을 앓고 있는 테레사는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커밍아웃을 했다.

그는 자신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하는 데에는 부모님의 지지가 핵심이었다고 회상했다.

테레사가 14살이던 때, 어머니는 성별과 관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줬다.

"처음엔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랐어요. 이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적어놓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첫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는데, 나중에 그 아이가 퀴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대중의 반응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웠다.

테레사는 커밍아웃 후,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까 봐 다시 훈련을 시작하기가 두려웠던 시간을 떠올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응원뿐이었다.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어요."

지난해 트위터에서 커밍아웃을 한 미국 체조 선수 다넬 레비아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지난해 트위터에서 커밍아웃을 한 미국 체조 선수 다넬 레비아

높은 장애물

이번 8월 초에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은 메달 수상자를 포함해 선수 100명 이상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런 움직임에 중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커밍아웃을 한 미국 체조 선수 다넬 레비아(29)는 "많은 선수가 지지해주고 있지만, 커밍아웃은 매우 어렵다. 스포츠 내 문화는 여전히 엄청나게 마초적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레비아는 로리 에르난데스와 시몬 바일스 같은 올림픽 챔피언들에게서 응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더 큰 변화를 만들려면,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이 지지를 더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특히 10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프로풋볼(NFL)에서는 현역 선수가 공개적으로 성 소수자라고 밝힌 경우는 단 한 번밖에 없다.

미국에서 '성 소수자 인권의 달(Pride month)'인 지난 6월,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팀에서 활약 중인 칼 나시브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그는 지난 15년 동안 커밍아웃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밝힐 수 있게 편안하게 해준 가족, 친구, 팀 동료, 코치에게 감사를 표했다.

성소수자 운동선수 지원단체인 '애슬레틱 앨리' 소속의 조안나 호프만은 "선수들은 커밍아웃을 하면 팀 동료들과 코치들이 자신들을 도와주리란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성 스포츠는 여성 스포츠에 비해 선수들과 협회 외에 정체성을 밝히는 경우가 적다"고 했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는 선수들이 생기면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다이빙 선수 톰 데일리는 지난달 도쿄올림픽 남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금메달을 딴 후 "성 소수자로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영국 다이빙 선수 톰 데일리는 지난달 도쿄올림픽 남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금메달을 딴 후 "성 소수자로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미래를 위한 훈련

테레사는 커밍아웃이 운동선수인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해방감을 줬으며, 두려움 없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우리가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조금 더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넬 레비아는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커밍아웃 결정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묻는 것처럼, (성 정체성을 묻는 것도) 평범한 일이 되게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전 세계 선수들이 모인 대회. 모든 참가국이 동성애자 권리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건 물론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69개국이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2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도쿄에 선수들을 보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번 여름 도쿄에서는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도 LGBTQ 선수 18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리우올림픽 출전 선수 수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여기엔 영국 다이빙 선수 톰 데일리, 미국 육상 선수 레이븐 손더스,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 등 각 종목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이들이 포함됐다.

테레사는 이런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낙관했다.

"앞으로 더 많은 퀴어 많은 선수들이 참가할 것으로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