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경영권 ‘불법승계' 기소 3년여 만에 1심 무죄…어떤 영향 있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삼성그룹 재벌 3세 경영권 승계가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를 가리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5일 오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2020년 9월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지 약 3년 5개월 만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한국 최대 대기업집단(자산 기준)인 삼성그룹 재벌 3세 경영권 승계 과정이 적법했는지에 대한 법원의 첫 결정이기에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구체적인 혐의는?

1994년 이 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약 60억원을 상속받은 후 자회사 전환사채(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 매입, 자회사 합병 등 여러 과정을 거쳐 2022년 회장에 올랐다.

검찰의 주장은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추진한 여러 부정행위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모직 주가를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했다는 설명이다.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또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1심에서는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미전실 일원을 포함한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총수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 회장에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삼성 로고가 찍힌 건물 안에서 휴대폰을 보는 사람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1심 무죄 판결로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사법 리스크' 드디어 벗었나?

경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다소 덜어낸 이 회장이 좀 더 적극적인 경영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삼성의 경영 전략을 분석한 경영서 ‘삼성웨이'를 공동으로 펴낸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 회장이)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2등, 3등과의 경쟁력 차이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보인다"며 과거 이건희 전 회장의 ‘신경영' 전략처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을 기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고,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13년 만에 미국 애플에 출하량 1위를 뺏겼다.

일각에서는 2017년 9조원짜리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멈췄던 대형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가 성사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20년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맡았던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법원 선고에 앞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회장의 불법 승계를 둘러싼 비판 여론도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법 승계를 주장하는 이들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대법원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는 점과 정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청구액의 약 7%에 해당하는 690억여 원을 배상토록 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결정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날 국내 주요 비영리민간단체인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제1심의 무죄 판결은 재벌들이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사회정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