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바이러스 생존자 '마치 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로른 워버턴. 그는 ‘hug’라는 글자가 적힌 검은 곰 그림이 그려진 회색 셔츠를 입고 있으며, 갈색과 회색이 섞인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고 있다. 그는 초점이 흐릿한 푸른 숲을 배경으로 서 있다.

사진 출처, Lorne Warburton

사진 설명, 로른 워버턴은 3년 전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살아남은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 기자, 비키 웡
    • 기자, 린지 브라운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 읽는 시간: 3 분

캐나다인 로른 워버턴은 3년 전 병원으로 이송돼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게 되기 전까지 한타바이러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당시의 병세를 "고문"이자 "지옥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워버턴은 BBC 프로그램 '아웃사이드 소스(Outside Source)'와의 인터뷰에서 2023년 3월 처음 몸에 이상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과 몸살, 심한 두통, 극심한 피로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빠르게 악화했다. 그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고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생명유지장치에 연결된 뒤 그는 한타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고, 약 3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

"제가 겪은 병세와 고통의 정도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습니다. 정말 고문 같았어요. 그걸 이겨내고 다시 회복하기까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독일에 사는 크리스티안 이게 역시 2019년 5월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흘 동안 장염 증상과 함께 구토, 어지럼증을 겪었으며 "이상한 독감에 걸린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혈액검사를 받은 뒤 그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신부전과 패혈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해 목에 카테터를 삽입하고 투석 치료를 받았다.

크리스티안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패혈증이 가장 우려스러웠다고 말했다.

"신장은 정상적으로 회복됐지만, 세균 감염과 바이러스 감염이 동시에 악화한 것이 며칠 동안 매우 걱정스러웠습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회색 머리와 수염을 기른 크리스티안 에게가 나무 계단에 앉아 있는 얼굴 클로즈업 샷이다. 그는 파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으며, 셔츠의 윗단추는 풀려 있다.

사진 출처, Christian Ege

사진 설명, 크리스티안 에게는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병원에 이송되었을 당시 신부전과 패혈증을 앓고 있었으나, 후유증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로른과 크리스티안은 모두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들이다. 일부 한타바이러스 변종의 치명률은 20%에서 40%에 달한다.

두 사람은 최근 네덜란드 유람선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집단감염 환자들로부터 희귀한 한타바이러스 변종이 검출된 이후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약 한 달 전 아르헨티나를 출항해 대서양을 횡단하던 유람선 MV 혼디우스에서는 지금까지 승객 3명이 숨졌다.

크루즈 운영사는 영국인 한 명을 포함한 승객 3명이 치료를 위해 지난 6일 네덜란드로 긴급 이송됐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56세 전직 경찰관 마틴 앤스티로 알려진 이 영국인은 현재 안정적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내 니콜라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라며 "(남편의) 상태가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보건안전청(UKHSA)은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영국인 2명이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MV 혼디우스는 서아프리카 연안의 군도 국가인 카보베르데 인근 해역에 3일간 정박한 뒤 현재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를 향해 항해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한국의 한탄강에서 이름을 따온 바이러스군으로, 단일 질병이 아니라 여러 바이러스의 집합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여기에 속한다. 주로 설치류의 마른 소변이나 배설물을 통해 전파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포함된 쥐의 소변이나 배설물이 공기 중으로 퍼졌을 때 이를 흡입하면 감염될 수 있다. 쥐에게 물렸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로른은 다락방에서 깔개를 털다가 쥐 배설물에 노출돼 감염된 것 같다고 했다.

크리스티안 역시 감염 전까지 한타바이러스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후 당국이 파견한 생물학자가 그의 정원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양성 반응을 확인했고, 그의 아들이 며칠 전 정원에서 죽은 쥐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 회복 과정

현재 한타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널리 사용되는 백신이나 특정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없다.

치료는 증상에 따른 보존 치료가 중심이며, 입원 치료와 호흡 보조 등이 포함된다.

로른은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완전히 체력을 회복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회복 과정이 "매우 느렸다"고 말했다.

"아주 작은 아기 걸음마 같은 회복 과정이었어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네 걸음 뒤로 물러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퇴원 후에는 오십견도 생겼는데, 극심한 통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 전체를 돌보기 전에, 먼저 어깨부터 회복해야 했습니다."

크리스티안은 약 4개월 만에 "후유증 없이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진 회복 기간과 투석 치료는 "몸 전체에 큰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소한 것의 소중함'

로른은 현재 전반적으로 건강하지만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심방세동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으며, 매일 심장약을 복용하고 있다.

"심장이 제대로 박동하지 않고, 심실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심장 자체는 건강하지만, 박동이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살려준 의료진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으며, 지역 의료재단을 위해 의료 장비 구입과 병원 시설 개선 기금을 모으는 활동도 하고 있다.

크리스티안은 자신의 경험이 겸손함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이었고 고통스러운 날들이었지만, 세상에는 저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는 회복 후 시간이 생기면서 매주 책 한 권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긴 회복 과정을 겪었지만 로른은 이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 복귀했고, 아이들도 돌보고 있다.

그는 "예전처럼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라며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에서 지나치는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소중하게 느끼게 됐다"라고 했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2주 동안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습니다. 그 후 처음 마신 깨끗한 물 한 모금은 제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