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광복절 특사로 삼성 복귀...'경제' vs '공정' 문제 남겼다

사진 출처, News1
윤석열 정부가 8·15 광복절을 맞아 단행한 첫 특별사면(특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이로써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12일 오전 정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밝혔다.
기업인 특사에는 이 부회장 이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4명이 포함됐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라고 취지를 밝혔다.
'삼성 이재용'에 주목한 이유
이번 발표를 앞두고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는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때 일어난 국정농단 사건 관련 횡령·뇌물 등의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8월 13일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올라 풀려났고, 지난달 29일 형기가 만료됐다.
이 부회장의 경우 형기가 끝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형 집행을 면제하는 '특사' 대상자라고 볼 수 없다. 관건은 통상 특사와 함께 따라오는 '복권'이다. 복권이란 형 선고 효력으로 인해 상실 또는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특경가법)상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 범행을 저지르면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기업에서 특정 직위를 갖고 경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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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집행 공정해야' vs '경제적 파급효과 고려해야'
재계는 이 부회장의 복권을 적극 주장해왔지만, 학계와 시민사회 의견은 찬반이 갈렸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달 25일 성명을 내고 "경제인들이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보다 폭넓은 활동으로 신산업의 글로벌 시장 선점, 대규모 투자활성화, 혁신기술개발, 질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을 만들어낼 때 당면한 위기 극복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며 "경제인들이 헌신과 사명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선봉장이 되게 함으로써 참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법적용으로 여전히 만연한 정경유착을 끊어내야 한다. 재벌총수의 황제 경영, 사익편취도 근절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이 부회장이 복권될 만큼 '결백'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의 복권에 관한 시민 의견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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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 토론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삼성, 그리고 경제를 논할 때 여러 가지 측면이 고려된다"며 "사람들은 삼성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랑스러워하지만, 동시에 이처럼 소수의 대기업이 경제 전반을 지배한다면 시장 활력이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27일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 부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에 찬성하는 의견이 77%로 반대 의견(19%)보다 훨씬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조사)
같은 조사에서 신동빈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특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각각 49%, 39%, 32%를 기록한 것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재계와 일반 시민의 입장은 다르지만, 특사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는 '경제 활성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특사가 한국 경제에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까?
'기업인 특사, 경제적보단 정치적인 문제'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업인 특사의 경제적 효과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재벌 총수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업이 성장을 멈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부터 1년간 구속됐을 당시 영업이익은 5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또 한국 경제가 더 이상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재벌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성장 한계에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노 변호사는 "낙수효과가 줄어들었다는 건 이제 모두가 어느 정도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렇다면 이제는 이 부회장과 같이 재벌 대기업 총수라고 해서 성장만 시킨다면 모든 불법을 눈감아줄 수 있다는 인식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인 특별사면은 경제적이기보단 정치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홍 교수는 "재벌 오너십 경영의 장점은 시계가 길어 과감한 투자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이걸 뒤집어 얘기하면 '오너가 없을 때는 아무것도 못 한다'가 돼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결과론밖에 없다"며 "(기업인 특별사면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완전히 정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 교수는 특사에 대한 보상 차원의 기업 투자가 또다시 기업의 배를 불릴 뿐, 국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업 이익과 국가 이익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특별사면된 기업인들은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 행보를 보였다. 2009년 사면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나섰다. 2015년 사면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기 이천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국내에 생산시설을 여러 곳 구축했다.
그는 "특사로 인한 투자가 기업을 위한 것이다 또는 국가를 위한 것이라고 단정 지어 얘기하기 어렵다"며 "(특사 대상 기업) 대부분이 상장사이기 때문에 (국가만을 위한 투자를 하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가 되고, 이 경우 국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가 취재: BBC 싱가포르 온라인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