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3일 가석방...'국가경제상황 고려' vs '1% 재벌특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출처, 뉴스1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라며 "사회의 감정, 수용 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석방 결정엔 경제를 우려하는 여론이 반영됐다. 앞서 엠브레인 퍼블릭·케이스탯 리서치·코리아 리서치·한국 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찬성한다'가 70%, '반대한다'는 22%로 집계됐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의 핵심 사업분야의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수감으로 인한 공백이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우려가 작용된 것이다.

반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재벌 총수만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9일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사법 정의는 땅에 떨어졌으며 법치주의는 역사적 퇴행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 허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 허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1% 특혜...가석방?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형기 만료는 내년 7월이다. 앞서 2017년 2월부터 1년간 복역한 이 부회장은 '형 집행률 60%라는 가석방 최소 기준'을 지난달 말 충족했다.

실제로 이 '최소 기준'을 충족해 가석방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집계가 이뤄진 지난 2019년부터 과거 3년을 봤을 때, 이 부회장처럼 형 집행률 70% 미만 수형자가 전체 가석방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0.2%, 2018년 1.3%, 2019년 0.9% 수준으로 100명 중 1명 정도였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도 이러한 이유로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한다. '가석방 제도'가 정치인이나 재벌 등 '그들만의 제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사법정의와 법치주의가 무너질 거라 경고했고, 정의당은 원론적 입장의 여권을 향해 '이재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참여연대 관계자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왜 '사면'아닌 '가석방'인가?

하지만 당분간 이재용 부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복귀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석방돼도 수형자 신분을 유지하며 형기 내 기간에는 행동반경이 제한된다.

법무부는 특경가법 위반으로 '취업제한 5년'을 통보했다. 이 부회장이 무보수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으로 활동 반경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이 삼성 사옥으로 출근해 경영진과 경영전략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거나 다른 그룹과 공동 사업을 협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보호관찰을 결정했다. 보호관찰 대상자로 선정되면 주거지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 미리 신고해야 한다.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따르고, 방문하면 응대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이 부회장의 본격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석방이 아닌 '사면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주장이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사면'은 법적 절차와 무관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남은 형 집행이 면제된다. 어떤 재판을 받아서 유죄를 받았고, 받고 있더라도 모두 '무'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취업제한 등 자격정지도 회복된다.

법조계에서는 '이전 정권에서 국익과 관련된 경우 가석방이 아닌 사면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 조치를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부패 범죄, 특히 뇌물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만큼, '사면 자체의 정치적 부담을 느껴 가석방 결정을 내린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 1월 18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이후 이 부회장의 행보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13일 출소 이후 빠른 시일 내에 경영에 복귀해 삼성이 총수 공백을 해소하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20조 원대 투자 계획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모바일,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 등 주력 및 신사업을 비롯해 삼성SDI의 첫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 여러 현안에서 이 부회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부분 정부의 산업·외교 정책과 긴밀히 맞닿아 있는 경영 계획으로 삼성의 계획 실천은 현 정부의 성과로 나타나는 구조다.

다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 상태에서 해외 출국은 정부 허가가 필요한 데다, 경영권 승계와 프로포폴 관련 2건의 재판 일정이 있어 해외 출장 일정 등 이른 시일 내에 활동을 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을 당시 한 달 넘게 정중동 행보를 하다 45일 만에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떠났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 경영 복귀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바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