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우주개발 협력 어떻게 이뤄질까?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로켓 발사 시설을 둘러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로켓 발사 시설을 둘러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북한과 러시아가 4년여 만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주 분야 협력을 공식화함에 따라 북한의 우주개발 역량이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김 위원장의 최대 관심사인 우주개발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원만한 협상을 위해 우주개발 협력을 내세운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울 것인가’라는 현지 기자의 질문에 “그래서 우리가 이곳(우주기지)에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들은 우주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로켓 발사 시설을 둘러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사진 출처, KCNA/REUTERS

사진 설명, 전문가들은 사실상 가장 덜 민감한 정찰위성 관련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의 우주개발은 크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타격용 발사체 개발과 인공위성 개발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과 ICBM, 핵잠수함 기술 등을 전수받길 원하겠지만, 사실상 가장 덜 민감한 정찰위성 관련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인공위성에는 궤도 제어, 추적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전자제품이 들어가는데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북한이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왜 위성 발사에 집착하나?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우주개발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했다.

북한 최초의 인공위성은 1998년 8월 함북 무수단리 해안 대포동 기지에서 대포동 1호에 의해 발사된 광명성 1호다. 북한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하나 발사체가 3단 분리에 실패해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두 차례 발사 시도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인 2013년 4월 국가우주개발국(NADA)를 설립하고, 이후 위성 발사 시도를 여러 차례 진행해 왔다. 2012년 12월 쏘아 올린 광명성 3호 2호기와 2016년 발사한 광명성 4호의 경우 발사에는 성공했으나, 북한 측이 위성에서 수신한 사진이나 영상 등의 자료를 공개한 적이 없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서는 5월과 8월에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두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발사 실패 후 수거된 북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사진 설명, 북한은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 발사장에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을 발사했다

하지만 로켓 공학자인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센터장은 BBC코리아에 최근 북한의 인공위성이 “예전 위성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이 공개한 군사정찰위성의 윤곽 사진에 따르면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를 펼칠 수 있고 전지판이 고정식으로 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위성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 센터장의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 위원장이 위성 발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에는 군사적, 그리고 경제적 이유가 모두 포함된다고 봤다.

양 총장은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전술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정찰 위성이 선제 타격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센터장도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ICBM 등 발사체 개발 상황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기보단, 말 그대로 ‘감시 정찰 체계’ 강화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봤다.

“탄도미사일은 핵 타격을 하는 ‘주먹’이라고 하면, 감시정찰 자산은 ‘눈’이에요. 눈으로 봐야 정확히 때릴 수 있는 거잖아요. 북한은 여태 이 ‘눈’이 없는 거고요.”

경제적 이유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북한의 경우 매년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데, 실용 위성을 통해 기후 관측, 자원 탐색 등이 가능해질 경우 식량 생산량을 큰 폭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공개한 서울과 인천 일대의 흑백 사진

사진 출처, KCNA/REUTERS

사진 설명, 지난해 12월 북한이 공개한 서울과 인천 일대의 흑백 사진. 군사용은커녕 상업용 지구관측용으로 쓰기에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ICBM 관련 기술 이전은 쉽지 않아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과거처럼 미사일 발사를 위성 발사로 가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체 고도화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주발사체와 ICBM에 사용되는 기술이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발사체에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 탄두를 탑재하면 ICBM이다.

양 총장은 “북한이 ICBM과 관련해서 사거리는 나름대로 기술적 발전이 있었지만, 대기권 재진입 또는 지상 및 해상 500m 전후에서 폭발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ICBM 기술이 아직까진 완벽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찰위성이 아닌 ICBM 등 핵무기 관련 기술 이전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민감한 국가 기밀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기술 이전은 ‘최악의 가능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이 탄약 혹은 심지어 무기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가 북한에 쉽게 기술을 넘겨줄 것이라고 바라보는 건 너무 성급한 접근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과거 한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소유스 2 또는 앙가라 로켓의 일부 공간을 빌려 북한 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를 탑재해 쏘아 올리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는 북한이 러시아에 정찰위성 제작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북한 기술자나 개발자들이 러시아에서의 제작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일부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북한은 다음 달 정찰위성 3차 발사에 나선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으면 3차 발사는 성공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