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푸틴, '북한과의 군사 협력 가능성' 언급
- 기자, 테사 웡
- 기자, BBC News
양국 간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전용 방탄 열차를 타고 온 김 위원장을 러시아 극동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북한과의 군사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북한의 인공위성을 개발을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미국은 이번 정상 회담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기 위한 무기 거래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주장했으나, 러시아와 북한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위성 개발에 대한 러시아의 어떠한 도움도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북한 방문 초대를 받아들였다. 폐쇄적인 국가 북한을 방문한 국가원수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
한편 고위 관료 등 각종 부분에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두 국가의 이번 만남은 양측과 서방과의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이뤄졌다.
평양에서부터 이틀에 걸쳐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러시아 국영 언론은 미소를 띤 두 정상이 악수하며 만나는 모습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직접 김 위원장에게 우주기지를 소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두 친구보다 오래 사귄 친구 하나가 낫다"는 러시아 속담으로 소련과 북한의 역사적 유대를 언급하며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푸틴 대통령은 "그게 우리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온 이유"라고 답했다고 한다.
아울러 군사 협력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대화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든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는 패권 세력에 맞서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싸움에 나섰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다 … 그리고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공장을 둘러보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들를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군함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얼마나 더 러시아에 머무를지는 알려진 바 없다.

사진 출처, KCNA/Reuters
한편 북한은 올해 초까지 정찰 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2차례 모두 실패했다. 앞서 북한 당국은 감시 능력을 높이고자 정찰 위성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 기술이 결국 유사한 만큼 북한의 위성 개발은 탄도미사일 능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본다.
같은 날(13일)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의 관련 질문에 대해 러시아의 위성 기술 지원이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발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는 상당히 문제 될 일"이라면서 'UN 안보리 결의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스스로 과거에 해당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도 13일 군사 협력엔 "특정 한계가 있다"며 이를 인식하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미국은 "필요하다면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조치에 나서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러시아는 이에 러시아와 북한은 "미국의 경고"가 아닌 양국의 이익을 중요시 여긴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회담은 2019년 이후 김 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의 핵 군축 협상 결렬 이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이 경제 포럼 참석차 머물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두 정상이 만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그보다 더 북쪽에 자리한 보스토치니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도착 예정지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인 12일 오전, 북한은 바다를 향해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번 두 정상 회담에 앞서 지난 7월 북한 당국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대표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등 보유한 미사일을 과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자국 무기체계와의 호환성 때문에 북한산 무기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영국 소재 '분쟁연구센터' 소속 러시아군 전문가인 발레리 아키멘코는 "화포는 러시아가 숭배하는 신"이나 마찬가지라며 러시아가 특히 포탄과 총포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봤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보다 더 오래된 미사일"이나 탄환뿐만 아니라 포탄과 총포 등도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개발한 이른바 '초대형' 로켓인 'KN-25'와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신형 무기가 러시아 측에 공급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1953년 휴전 이후 전쟁을 벌이지 않았기에 북한의 무기 재고량이 엄청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북한이 너무 많은 무기를 넘겨주기는 꺼릴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이렇게 북한에서 무기가 넘어가더라도 러시아엔 이번 전쟁에 있어 단기적으로만 힘이 돼줄 뿐이라고 본다. 현재 탄약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러시아는 더 구식이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포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키멘코 연구원은 러시아가 자국 내 포탄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북한산 무기는 그저 "임시방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얼마나 빨리 무기를 생산해냈는지 고려하면, 양국의 이번 거래는 전략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키멘코 연구원은 "(북한의 지원은)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을 죽일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자체를 죽이진 않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 대가로 김 위원장은 현재의 궁핍한 상황을 완화할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도 생각된다.
국제 사회의 제재로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정권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경 폐쇄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국경 폐쇄 조치는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완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관측통은 푸틴 대통령이 이에 대해선 선을 그을지도 모르지만, 식량 지원과는 별개로 북한이 러시아에 선진 잠수함 및 탄도 미사일 기술을 요청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는 "아무리 절박한 전쟁 기계일지라도 낡고 덜덜거리는 군수품을 받겠다고 가장 빛나는 군 기술을 내놓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회담으로 과연 러시아와 북한을 향한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효과가 있는지가 더욱 깊은 질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로리 다니엘스 '아시아 사회 정책 연구소(ASPI)'의 상무이사는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은 국제 사회의 제재가 양국이 "추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거래할" 수 있는 "방화벽"을 만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엄격한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함께 뭉칠수록 미국이 제재를 도구 삼아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단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이 북한에 전혀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북한산 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라도 나오면 "북한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이후 추가 제재를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보도: 구유나 BBC 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