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무기는?

러시아행 열차에서 인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KCNA via Reuters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북한과 러시아 두 지도자 간 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0일 오후 전용 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해 러시아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코로나19 이후 4년여 만의 첫 정상 외교가 이뤄지는 셈이다.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후 두 정상 간 두 번째 북러 정상회담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을 당과 정부, 무력기관의 주요 간부들이 수행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사진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 길에는 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등 북한 군부 핵심 간부들이 여럿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방문을 위해 평양을 떠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KCNA via Reuters

사진 설명,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통해 122mm와 152mm 구형 포탄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협상 카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난 7월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북·러 간 무기 거래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무기 보유량이 많고 구 소련·러시아와 같은 군용 규격을 사용하며 육로로 물자 이송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러시아와 군수 물자 협력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122mm와 152mm 등 러시아 주력 화포에 사용되는 구형 포탄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BBC 코리아에 "탄약이나 포탄이 가장 유력하고, 구형 미사일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북한 입장에서도 구형 무기 재고를 정리할 수 있어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이어 김 교수는 최근 북한 전승절 열병식에서 예비군이나 민방위격인 노농적위군이 방사포를 갖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방사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 정규군의 무기였습니다. (방사포) 이런 것들을 민간 무력에다가 내려보내고 북한 정규군은 신형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 입장에서) 과거의 무기나 탄약 등은 러시아에 제공해도 (국방력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포탄"이라며 "북한이 갖고 있는 자주포에 사용되는 포탄이 (러시아 무기와) 상호 운용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갖고 있는 155mm 포탄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다 사용되는 것과 같은 얘기죠."

무기 전문가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러시아 계열 무기 표준인 152mm 포탄을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와 KN-24, KN-25 등 비교적 신형 무기들 함께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양 연구위원은 "KN-25 같은, 이제 소위 초대형 방사포 같은 경우는 나름 경제성도 있고 러시아에도 완전히 똑같은 무기 체계가 없어서 (러시아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왜냐하면 지금 러시아에 단거리 미사일들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까 이란제 드론까지 사 가지고 해서 운영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무기 지원 대가로 현금이나 식량, 에너지뿐만 아니라 핵미사일이나 정찰위성 등과 관련한 첨단군사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믹 멀로이 전 국방부 부차관은 BBC에 “러시아가 이번 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핵무기와 그 운반시스템에 관한 전문지식을 교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시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군사 핵심 기술을 다른 나라로 쉽게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2019년 북러 정상회담 장면을 보고 있는 사람들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사진 설명,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믹 멀로이 전 국방부 부차관은 BBC에 이번 북·러 회담이 양국 간 군사협력을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봤다

북·러 군사협력 새 지평 열까

무기 거래와는 별개로 이번 북·러 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간 군사협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멀로이 전 부차관은 이번 북·러 회담이 양국 간 군사협력을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도 1990년 한국과 러시아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다소 소원했던 북·러 관계가 급진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러 정상 간 만남은 무기 거래 차원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가 대 국가로서 북·러 관계가 승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까지 아우르는 해상연합훈련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러시아 스푸트니크 등 현지 언론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참석 후 북한과의 연합훈련에 대한 질문에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