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대회: 시진핑, 최고 지도부 측근으로 물갈이… 권력 강화

동영상 설명, 신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한 시진핑 주석
    • 기자, 스테판 맥도넬, 테사 웡
    • 기자, BBC News

집권 3기를 사실상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충성파'로 바뀐 새로운 지도부를 공개했다.

중국 공산당은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 다음 날인 23일 시 주석의 3연임 소식과 함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시 주석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진 최고 지도부 명단을 통해 시 주석이 개인의 전문성이나 경험보다는 충성심을 중시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전국 2300여 명의 대표가 참석한 이번 당대회에선 차기 중국을 이끌 여러 인사가 선출됐으며, 지난 수십 년간의 관례를 깨고 시 주석은 당내 권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중국 공산당의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 외에 3연임을 한 지도자는 현재까지 없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지도자는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전했다.

당대회 폐막 다음 날인 23일 열린 '1차 전체 회의(1중전회)' 자리에서 시 주석은 6명의 다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뒤따르는 가운데 수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무대에 성큼성큼 올라섰다.

총 7명으로 구성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공산당의 최고위층으로 대통령제의 내각과 비슷한 개념이다.

신임 상무위원들을 소개한 이후 시 주석은 "모든 면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어 내겠다며 자신에게 보여준 신뢰에 감사하다는 짧은 연설을 했다.

한편 '반부패 사령탑'인 자오러지 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와 '정치 브레인'으로 불리는 왕후닝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제외한 최고 지도부가 전격 물갈이됐다.

중국의 2인자로 불렸던 리커창 총리를 포함한 4명은 명단에서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주석의 집권 이후 상무위원회가 대거 개편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리커창 총리 등을 밀어냄으로써 시 주석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인사는 곁에 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평가다.

호주국립대의 웬티 성 교수는 "(이번 인사 단행을 통해) 시 주석은 국제 사회의 반발에 직면했을 때 관용을 보여주는 것보다 확고한 권력 장악이 우선이라고 느끼기에 '시진핑 계열'이 아닌 인사를 위한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명단을 살펴보면 개인의 능력과 경험보단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 주요 요소로 들어갔다면서, 이는 실력주의를 중시하는 공산당의 신념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신임 상무위원들의 구체적인 직위는 내년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확정된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의 3연임도 최종 확정되게 된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 바로 뒤를 따라 걸어 나간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가 리커창 현 총리의 후임 자리를 차지하며, 중국의 경제 사령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리창 당서기는 수천만 명이 먹을 것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등 논란이 불거진 상하이 봉쇄 조치를 총지휘한 인물이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리창 당서기를 총리로 임명함으로써 경제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대회로 보안이 더욱 삼엄해진 베이징
사진 설명, 당대회로 보안이 더욱 삼엄해진 베이징

이에 대해 양장 미 아메리칸대 교수는 "리창 당서기의 (상무위원회) 승진만으로도 시 주석의 집권 3기 권력 구조에 대해 재고하게 된다"면서 "리창 당서기는 중앙정부에서의 실무 경험 없이 승진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차이치 현 베이징시 당서기의 상무위원 승진도 이와 유사한 대목이다.

차이치 당서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올해 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좋은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그러나 과거 2017년 베이징시의 인구를 줄이겠다며 궁극적으론 저소득자를 대거 베이징에서 몰아내는 정책에 착수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유라시아 그룹'의 닐 토마스 중국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차이치 당서기는 이번 당대회 전까진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을 포함한 370명에도 들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이젠 중국에서 5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시 한번 상임위원회 내 여성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중국 내 여성 인권 운동가들에겐 실망스럽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상무위원을 포함한 정치국 위원 25명 중 유일한 여성 위원이었던 쑨춘란이 은퇴하면서 여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양 교수는 또 "매우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 시민들 또한 이번 인사 단행에 놀라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한 시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두 같은 파벌에 속한 이들로 구성됐다.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시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한 시 주석의 3연임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상황이 어렵다. 많은 기업이 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중국 국민의 관심은 이번 당대회 이후 당국이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완화할지 여부에 대해 쏠렸다.

시 주석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당대회 개최 며칠 전엔 베이징에서 한 남성이 코로나19 정책 중단과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공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번에도 즉각적인 방역 조치 완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당국의 엄격 검열 탓에 SNS 플랫폼에서의 반응은 조용했다. 중국 시민 수천만 명이 국영 미디어 채널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23일 행사를 지켜볼 수 있었으나, 댓글 창은 모두 비활성화된 상태였다.

중국의 유명 SNS 플랫폼인 '웨이보'에서는 오직 공식적인 언론 매체만이 이번 인사에 대한 소식을 올릴 수 있으며, 댓글 검열로 새 지도부를 찬양하는 글 몇 개만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중국에선 금지됐으나 가상 사설망 서비스(VPN) 우회 등을 통해 '트위터' 등 다른 SNS를 이용하는 중국 사용자들은 훨씬 더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시 주석의 군대는 그 이름에 걸맞게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온 나라가 황제가 다스리는 제국의 귀환을 환영한다"며 비꼬았다.

추가 취재: 그레이스 이, BBC 중국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