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이 뭐길래… 한국의 핵 보유 가능성과 걸림돌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전술핵'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전술핵'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 기자, 한상미
    • 기자, BBC 코리아

남북관계가 강대강으로 치닫는 가운데 북한이 한국의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전술핵 문제로 가련한 처지가 됐다'고 조롱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 23일 "북한의 군사적 조치에 대응한 미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와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남측 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려명'은 전날 "최근 우리(북한)의 연이은 군사적 공세로 남조선 내부에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 제2의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공포증'이 만연되는 것은 물론 (한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북남관계가 주민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도들은 모두 남측 언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술핵이 대체 무엇이길래, 또 현재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북한이 이렇게 '조롱'까지 한 것일까?

전술핵이란?

전술핵은 쉽게 말해 폭발력이 제한된 핵폭탄이다.

전략핵이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다면, 전술핵은 제한된 군사적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통상 20킬로톤 이하의 핵무기를 지칭하며 주로 국지전에서 사용된다. 용어 자체도 '전술핵' 보다는 '비전략핵'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BBC에 "폭발력이 큰 전략핵은 방어 억제력인 반면 전술핵은 휴대가 가능하고 부딪히면 치명적인 공격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많았지만 설득력이 없었다"며 "지금 한국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언급되는 것은 북한이 현재 공격용 전술핵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전술핵에 대한 논리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내 전술핵 도입에 대한 여론이 들끓으면 끓을수록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 4대 중 일부가 한반도로 날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최근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국의 B-1B '랜서' 초음속 폭격기 4대 중 일부가 한반도로 날아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 배치된 적이 있나?

미국은 냉전 당시 구 소련에 대한 견제 목적으로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한 바 있다.

이후 1991년 7월 미소 간 체결된 '전략무기감축조약' (START-I)을 계기로 철수가 추진됐으며,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그 해 9월 전술핵 철수를 공식화했다.

따라서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다시 들여온다면 '재'배치가 되는 것이다.

이후 남북은 1992년 1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으며 당시 북한은 모든 핵무기 개발과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등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다.

그렇다면 재배치 가능할까?

일단 전술핵은 한국이 원한다고 들여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1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전술핵 배치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핵확산방지조약(NPT) 준수 의지를 밝힌 점을 언급하며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긴장을 낮추기 위한 핵무기 '제거'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은 핵전력을 포함한 확장억제 공약과 관련해 철통 같은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해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전술핵 재배치가 사실상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진무 교수는 "핵무기가 갖는 국제정치적 문제가 있다"며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는 결국 또 다른 핵 확산이 될 수 있는 만큼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일본을 포함해 동북아시아 전체가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미국과 국제사회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때일수록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확실한 억지력과 신뢰를 요구하고 미국은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 북한에 빌미를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굳이 재배치를 해서 정치∙외교적 분쟁을 일으키기보다, 실질적인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동맹간 억지 방안에 대해 공유하고 더 깊게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실제 극초음속 미사일 등 대체 가능한 무기 체계들이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과거 1970~80년대처럼 전술핵 자체가 안보를 공고히 해준다고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특히 "해외에 전진배치 하려면 핵 보관금고 등 구축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미국이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는 비핵보유국이 새로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양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SW1

사진 설명, 북한이 평양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미사일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중국 변수… '사드보다 반발 심할 것'

한편 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 공유, 독자적 핵무장 등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중국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김진무 교수는 "중국이 한국 내 핵 반입을 원치 않는다"며 "만약 들여온다면 '사드'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압박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도 사실상 '사드'로 인한 '한한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엄청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호령 연구위원 역시 "중국은 한국 내 전술핵 반입을 북한용이 아닌 중국 타격용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전술핵 반입은 중국에게 빌미를 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핵 무장론, 한국 정부 입장 아냐'

현재 한국 내에서는 여권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 나토(NATO)식 핵 공유 등 핵무장론이 대두되는 상황. 북한의 핵개발 및 계속되는 무력시위 여파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여론이 정부 측 공식 입장이 아님을 재차 강조했다. 단계에서 미국과 협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전술핵 배치 부분은 정부 입장이 아니라며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 역시 "한미간의 긴밀한 동맹과 공조를 통해서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안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이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하면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여러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동의하기도 했다.

'북, 한국에 전술핵 사용 가능성 커'

한편 '북한의 위협'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 역시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이 월등한 전략핵을 보유한 미국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이지만, 한국을 전술핵으로 타격하는 시나리오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본토를 공격하는 전략핵에 비해 북한 전술핵의 실제 사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발사한 탄도미사일 14발과 순항미사일 2발 중 단 한 발도 실패하지 않았으며 북한의 '핵전투무력의 현실성과 전투적 효과성, 실전 능력이 남김없이 발휘됐다'는 선포를 빈말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그는 지적했다.

적어도 한국과 일본, 괌을 향한 전술핵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따라서 "현 상황에서 북한 핵을 억제하고 대응하는 최선의 수단은 나토 식 핵 공유"라고 주장했다.

미국 전술핵을 한국에 반입하고 한미가 연합훈련을 통해 투발 수단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전술핵이 들어오면 유사시 최단 시간 맞춤형 반격이 가능하고,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도가 높아져 북한을 심리적으로 억지하는 효과도 크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역시 한미가 '북한과의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4월 전술핵무기의 전방부대 실전 배치 입장을 밝힌 데 이어, 9월에는 대남 핵 선제타격을 정당화하는 핵무력 정책 법령을 채택했다.

또 9월 하순부터 10월 초까지는 '전술핵무기 운용부대들'을 동원해 남한의 군사지휘시설, 비행장들과 주요 항만을 전술핵무기로 타격하는 모의 연습을 진행했다.

게다가 지난 10월 4일에는 태평양을 향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해 남북한 간의 군사충돌에 미국이 개입하면 미국령 괌을 전술핵무기로 공격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센터장은 "한미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이 이처럼 갈수록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양국 정부 모두 북한 '비핵화'라는 신기루를 좇고 있으니 북핵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독자적 핵무장' 선호

한편 한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샌드연구소에 따르면 응답자의 74.9%는 북한 핵 위협에 따른 공포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해 12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한국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가 '자체 핵개발'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미국의 핵전술 배치를 원한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센터장은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낮추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핵전쟁을 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미국의 강력한 반대와 제재를 우려해 독자적 핵무장 옵션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 문제에 대해 양국 간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비공개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정 센터장은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