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비극 끝날까... 서울서 40년 역사 반지하 사라진다

9일 간밤의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층이 여전히 물에 잠겨 있다

사진 출처, New1

사진 설명, 9일 간밤의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층이 여전히 물에 잠겨 있다

서울에서 주거용 지하 혹은 반지하 주택이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10일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이 같은 대책은 8일 시작된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시내 지하·반지하에 거주하던 시민들이 침수로 목숨을 잃는 등 사고가 잇따른 이후 발표됐다.

서울 시내에는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약 20만 호의 지하, 반지하 주택이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하, 반지하 주택은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일까? 사라지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반지하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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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CJENM/BBC

반지하는 남북 갈등과 근대화의 산물이다.

남북 전쟁이 한참 지난 1960~70년대에도 남북 간 긴장은 이어졌다. 1968년에는 박정희 대통령 암살 임무를 받은 북한 특공대원이 넘어오는 일도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을 대비해 주택마다 지하실을 만들 것을 법제화했다. 방공호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이 지하 공간을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1980년대 주택 부족 사태가 극심해지면서 반지하 임대 요건이 완화됐다.

이때부터 반지하는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의 생활터전이 됐다.

열악한 환경 지적

집중호우로 인해 중부지방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산본동 금정역 일대 한 반지하 가정집의 방범창이 뜯겨져 있다. 이곳 주민은 지난 8일 침수로 인해 고립 됐으나 당시 경찰과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집중호우로 인해 중부지방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 군포시 산본동 금정역 일대 한 반지하 가정집의 방범창이 뜯겨져 있다. 이곳 주민은 지난 8일 침수로 인해 고립 됐으나 당시 경찰과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했다

반지하 주택이란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지하층을 거실로 사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들 주택은 집중호우 시 침수피해에 대한 위험이 있고, 환기·채광·습기 등 생활환경이 열악하며, 사생활 노출 등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들을 리모델링하여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안이 대두한 적이 있으나 건축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많아 원천 제거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대부분 반지하 시설이 다가구 주택에 존재하고 있어 임차관계가 복잡하며, 규제 시 반발 및 민원 발생의 소지가 많다는 우려 때문에 대처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해왔다.

지하와 반지하 주택의 열악함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양극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기생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밤 주인공 기택의 집이 침수피해를 입은 장면은 실제 서울 시내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문제로 가장 최근의 침수 피해 사례와도 닮아있다.

침수 피해는 고질적인 문제로 2010년 추석 시기에도 침수 피해주택 중 90%가 반지하 주택으로 나타났다는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있다.

폭우때마다 이어지는 사고…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침수 피해

침수 피해는 단순 재산 피해를 넘어 인명 피해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2001년에는 무려 19명이 가로등, 신호등 침수로 인해 감전사고로 사망하고, 경비원이 집중호우로 건물 지하에 근무하다가 익사하는 등 사고가 있었다.

2017년 인천에서는 반지하에 거주하던 90대 노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번 폭우로도 적어도 11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물이 차 40대 발달장애 여성과 그의 여동생, 조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피조차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폭우 침수 피해로 사망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3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80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여성과 여동생 A씨, A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폭우 침수 피해로 사망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일가족 3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80년 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여성과 여동생 A씨, A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취약계층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서울시는 주거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물막이판이나 역지변장치를 설치해 주택 침수를 예방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신속한 복구, 피해 지원과 아울러 주거 취약지역을 집중 점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확실한 주거안전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노후화된 배수관로를 개선하는 작업이 꼽힌다. 그러나 배수관로 개선 작업은 예산과 설계 문제 등 탓에 공사가 지연됐다.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며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를 2016년까지 마칠 계획을 밝혔으나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긴급주거지원반을 구성해 수해지역 이재민을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긴급지원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하, 반지하 주택 다 없앤다

Apartment

계속해서 폭우로 인한 취약계층의 고립과 사망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지하·반지하를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강경책을 제시했다.

11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사라져야 마땅하다"라며 "시민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신축 건물을 지을 때 지하·반지하 거주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어 기존 건물도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지하·반지하 공간을 주거용으로 쓰지 않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반지하 거주를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차상위계층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나 월세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