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시 열린 '천국의 섬' 발리...관광업 명성 되찾을 수 있을까?

사진 출처, RIchad Baimbridge
- 기자, 리처드 바임브리지
- 기자, BBC News, 발리
팍 크리스는 인도네시아의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섬에 살고 있다. 독일 출신인 그는 발리 관광업 관련 마케팅 및 웹디자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그의 집에선 리조트가 밀집한 지역인 짐바란과 국제 공항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바다로 향하는 활주로 하나로 구성된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을 바라보며 크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이곳의 일일 항공편은 700편에 달했으며, 연간 해외 관광객은 630만 명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손을 휙 쓸면서 "그러더니 하루아침에 …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크리스는 이 사태가 몇 주 정도면 끝날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국 2년간 이어졌다.
2020년 발리의 해외 관광객 수는 고작 100만 명에 불과했다. 3월 발리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지역이 방역 봉쇄 조치에 들어가기 이전 방문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지난해 발리를 찾은 해외 관광객은 단 45명에 불과했다. 믿을 수 없는 숫자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올해 2월 크리스는 24개월 만에 처음으로 국제선 여객기가 발리에 도착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봤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항공편이었다.
크리스는 국제선의 착륙 장면을 휴대전화로 녹화하기까지 했다.
발리의 대부분 사람들처럼 크리스 또한 낙관적이었다. 특히 올해 3월부터 발리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입국 격리가 면제되면서 더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의 이런 들뜬 마음은 집무실의 컴퓨터로 방문객 규모 추이를 확인하자 가라앉았다.
올해 5월 기준 발리에 도착한 해외 관광객 수는 23만7710명이었다. 한 달 전에 비해 11만4684명 증가한 수치지만, 2019년 5월 대비 절반 정도 규모였다.
또한 인도네시아 관광부 장관은 올해 관광객 150만 명을 유치한다는 다소 평범한 목표를 내놨다.
크리스는 "발리의 관광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기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를 덮친 고물가 충격, 코로나19에 대한 여전한 우려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발리처럼 지리적으로 먼 곳을 꺼린다고 말했다.
발리는 경제의 60%를 관광업에 의존한다. 한때 관광객으로 바쁘게 붐볐을 꾸따, 스미냑, 누사두아 지역을 차로 지나면서 코로나19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상점, 술집, 식당, 나이트클럽, 리조트 등 관광업과 관련된 수십 곳이 텅 비거나 버려져 있으며, 심지어 정글 식물이 뒤덮은 곳도 있었다.
또한 한때 호주, 아시아, 유럽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거렸을 거리엔 기이한 적막만이 흘렀다.

사진 출처, RIchard Baimbridge
한편 발리 누사두아 인근 클럽메드비치 리조트 근처에서 작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던 메이드 수리아니는 올해 4월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수리아니는 "코로나19 이전엔 한 달 수입이 200만루피아(약 17만원)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발리 최저 임금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 1주일에 5만루피아 정도 번다"는 수리아니는 "가족에게 빌린 돈이 있는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누사두아의 유명 쇼핑단지인 '발리 컬렉션'은 한 때 이 지역 최고 레스토랑이 여럿 자리할 정도로 유명했지만 이젠 울타리가 처진 채 버려졌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물도 약 80%가 공실 상태다.

사진 출처, Richard Baimbridge
발리 컬렉션에서 공예품 및 보석 가게를 운영하는 키란 비자이는 "대부분 상점이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비자이는 지난 2년간 세입자 대부분이 임대료를 면제받았다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5000명에 달하던 관광객 수가 몇백 명으로 줄었다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임대료를 큰 폭으로 낮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소식도 있다.
대부분 디지털 노마드족이거나 요가 및 서핑를 즐기는, 11만 명에 달하는 발리 내 외국인 거주민은 여전히 발리에 남아있으며, 발리의 부동산 임대료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거의 회복했다.
그리고 발리 내 5성급 리조트의 예약률이 놀랍도록 증가하는 등, 고급 호텔을 찾는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수도 자카르타나 수라바야 등 인도네시아의 다른 대도시에서 찾아온 국내 여행객이다.

사진 출처, Richard Baimbridge
코로나19 이전 인도네시아인 관광객들은 발리 물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관광객이 잠시 사라지면서 비용이 낮아졌고, 무료 헬리콥터 탑승과 같이 인도네시아 내 여행 예약 사이트에서만 제공되는 특전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호텔 직원 다수의 월급 수준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10%에 불과한 급여를 받고 있다. 수입이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내려졌을 때 해고된 호텔 및 관광업 종사자들 다수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발리가 코로나19 기간 혼란에 빠졌다고 말할지라도, 이들은 가족 간의 강한 유대감과 힌두 문화를 바탕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발리에선 부동산을 보통 전액 현금으로 구매하기에 기업들은 은행 압류에 대한 우려 없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Richard Baimbridge
한편 영국의 개별 여행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어드밴티지 트래블 파트너십'의 줄리아 로 부-나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기준으로 발리 등 장거리 여행 수요는 유럽 대륙 내 여행 수요보다 "천천히 반등하고" 있지만, "수요는 분명히 있고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나이드 CEO는 "고물가 위기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여행은 향후 12~18개월간 크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탐험과 여행 그리고 평생 간직할 추억거리를 기대하고 갈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며 발리가 이전의 영광을 되찾을 것으로 확신했다. 자연경관도 아름답고, 사람들은 친근하고 개방적이며 심성이 고와 발리가 지닌 장점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크리스는 "발리는 예전처럼 유명 여행지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는다.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발리 사람들은 인내심이 강하고 낙관적이다. 발리 지역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발리 사람들은 업보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