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젊은 세대일수록 '김정은' 지지... '안정된 체제' 인식

안정된 체제를 경험한 젊은 장마당 세대에서 김정은 정권 지지율이 높았다.

사진 출처, Carl Court

사진 설명, 안정된 체제를 경험한 젊은 장마당 세대에서 김정은 정권 지지율이 높았다.

북한에서 젊을수록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5일 공개한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10년간 평균 지지도는 63.7%였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지지도는 전반적으로 상승하다 2018년 73.4%로 정점을 찍었으며 이후 하락했다.

연령별 지지도는 20대가 71.1%로 가장 높았으며 30대 68.9%, 40대 55.6%, 50대 57.2%, 60대 50.7% 순이었다.

보고서는 "연령이 많아질수록 북한 주민들의 사회 경험과 관계의 폭이 넓어지면서 정치적 비판의식을 형성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난의 행군'으로 아사자가 속출했던 1990년대 후반에 청년기를 보낸 40대의 지지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밝혔다.

조사를 담당한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BBC 코리아에 "고난의 행군을 겪은 70년대 생들은 북한 당국에 대해 비판적인 반면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었고 장마당 세대인 80년대 생들은 안정된 김정은 체제를 경험하다 보니 국가지향적이고 김정은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김정은 정권이 젊은 세대를 잘 동원해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줬고 IT 분야,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교육 정책 등이 젊은 세대에게 잘 통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한국의 MZ 세대들이 보수 성향을 나타내고 북한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 것처럼 북한의 젊은 세대들도 한국을 싫어하면서 국가지향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에 대해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북한 당국이 통치를 잘했다기 보단 선전선동을 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이러한 트랜드가 좀 더 명확하게 증명이 된다면 이는 선진화된 선전선동 기법과 건축 등 가시적인 치적사업의 결과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 비교하면 김정은 정권은 역동적인 이미지"라며 "스마트폰의 확산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 '안정적' 인식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국가지향적 인식은 북한 정권 예상 유지 기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지지도는 2018년 73.4%로 정점을 찍었다.

사진 출처, KIM WON JIN

사진 설명,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지지도는 2018년 73.4%로 정점을 찍었다.

정권 유지 기간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는 답변이 28%로 가장 많았으며 '30년 이상'이라는 응답은 18.8%, '5~10년'은 20.5%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북한이 붕괴할 것으로 보는 주민들이 많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김병로 교수는 "10년 추이를 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정권의 단기붕괴 응답이 지속해서 감소한 반면 장기유지 전망은 꾸준히 상승했다"며 이는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을 안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북한에 살 때 통일에 대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은 지난 10년 평균 91.4%로, 같은 기간 한국 주민들의 응답 23.1%의 4배 가까이 됐다.

이와 함께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88 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 세월호 사건, 개성공단 운영 등 한국의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알고 있냐는 질문에 교육 수준과 연령대가 높을수록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 남성의 92.5%, 여성의 90.4%가 들어봤다고 답했으며 "이는 그만큼 개성공단이 다른 이슈들보다 잘 알려진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제재보다 '코로나'가 직격탄

한편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 주민의 식생활이 개선됐으며 대북제재 강화가 주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코로나19가 타격을 줬다는 판단이다.

주식을 '쌀'로만 먹었다는 응답은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1~2014년에 44.4%였지만 중기(2015~2017년)에는 53.4%, 후기(2018~2020년) 69.2%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주로 '강냉이'를 먹었다는 답변은 집권 초기 22.2%에서 중기 12.1%, 후기 5.5%로 급감했다.

2021년 9월 24일 평양 금송식품공장에서 한 직원이 고기를 썰고 있다.

사진 출처, KIM WON JIN

사진 설명, 2021년 9월 24일 평양 금송식품공장에서 한 직원이 고기를 썰고 있다.

고기 섭취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기를 '매일 섭취했다'는 응답은 초기 8.7%에서 후기 13.3%로 늘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섭취했다'는 경우는 초기 25.4%에서 후기 45.1%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 생활에는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경 봉쇄가 강화되면서 밀가루와 콩나물, 설탕 등 기초식료품의 수입이 크게 감소해 주민들의 식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마당으로 생계를 잇는 북한의 중하층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구경봉쇄 해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이 긴급하게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11∼2020년에 매년 탈북민 100명 안팎씩, 총 1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에는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지 1년 3개월 이내의 탈북민들이 참여했다.

김병로 교수는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체류하지 않고 곧장 한국으로 온 '직통생'들이 조사에 응했다"면서 "해마다 북한의 최근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북한 실태를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