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친서 교환… 비핵화 메시지 없이 '따뜻한 안부 인사'

사진 출처,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이튿날 답장을 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그 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 정상이 손잡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 협력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언급하며 퇴임 후에도 남북공동선언들이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마음을 함께 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이 역사적인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온 민족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을 회고하며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 대통령의 수고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또 "아쉬운 점이 많지만 남과 북이 정성을 쏟으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면서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하겠다"고 전했다.
통신은 "남북정상의 친서 교환이 깊은 신뢰심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은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청와대 방문 당시,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두 정상은 수시로 친서를 교환해왔으며 특히 2019년 북미 간 '하노이 노딜', 2020년 6월 북한의 일방적인 통신선 차단으로 남북 대화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도 남북 정상은 계속 소통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왜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했을까?
북한은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소식을 노동신문이 아닌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 출처, 뉴스1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조선중앙통신은 사실상 대외용이다. 북한 고위층들도 따로 제작된 회람 자료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는 BBC 코리아에 "매체 선택 역시 전략전술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이 올해 13차례 무력 도발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강한 군사 지도자 이미지 부각 및 치적화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결적 기조와 남북간 덕담이 담긴 친서 내용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 정상의 친서 내용을 주민들에게 공개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노동신문이 아닌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한국 내 남남갈등을 조성하고 윤석열 차기 정부에 대한 간접적 압박 그리고 더 나아가 한미간 정책적 균열을 내려는 '다목적용 카드' 라고 곽 교수는 강조했다.
비핵화 메시지 없이 덕담만 주고 받아
청와대는 북한이 22일 새벽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이후 오전 브리핑을 통해 친서교환 사실을 확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없이 친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의 대북 화해 메시지와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대북 '선제타격'까지 언급한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강경 입장을 대조시킴으로써 한국 사회의 남남갈등을 촉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예전부터 시진핑 주석과의 구두친서 또는 축전 교환 등을 통해 북중 우호관계를 대내외에 의도적으로 과시해왔다"며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친서 공개는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수시로 공개함으로써 그가 북한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다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 인사'를 보낸 것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퇴임 인사를 전하면서 핵실험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덕담만이 담긴 친서는 문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하고 변함없이 존경하겠다"고 밝힌 김 위원장에 대한 환상만 갖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출처, 뉴스1
또 앞서 김 위원장이 2020년 9월 문 대통령에게 따뜻한 친서를 보냈지만 그것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상기했다.
정 센터장은 결국 이번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적극적 의지와 대북 전략 부재 모두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고 비평했다.
차기 정부에 '관계 악화' 책임 떠넘기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했다는 사실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회답 서신 내용을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회답 친서에서 "4.27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을 '통일의 밑거름', '온 민족에게 희망을 안겨준 선언'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새로운 대북정책을 준비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시도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구분해 차별화된 접근으로 향후 북한 도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남북관계 정세 악화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떠넘기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태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이러한 진화된 남남갈등 전략에 심도 있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며 "문 대통령 역시 향후 남북관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경우 국익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맞는 활동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과 관련해 "북한이 긴장과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위한 길로 나오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