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차 민간인 살해: '그들이 나도 죽였으면 좋았을 것'
이 기사에는 살해 묘사와 보기 다소 불편한 장면이 포함돼 있습니다.

사진 출처, AFP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 외곽 지역 부차에 살던 볼로디미르 아브라모프(72)는 집이 불길에 휩싸이자 사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러시아군이 아브라모프 집의 현관을 부수고 집을 향해 발포한 것이다. 그러더니 아브라모프와 딸 이리나(48), 사위 올레그(40)를 마당으로 질질 끌고 갔다고 했다.
아브라모프는 러시아 군인들이 사위 올레그를 집 밖 도로로 데려갔으며, 현관을 통해 집에 수류탄을 던졌다고 회상했다. 이후 귀를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더니 집이 불길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아브라모프가 작은 소화기를 집어 들고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딸 이리나에게 "올레그는 어디 있니? 올레그가 날 도와줄 텐데!"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아브라모프는 그곳에 있던 체첸 군인에게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올레그는 그쪽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을 것이다."
딸 이리나는 "현관문 밖 도로에서 남편을 발견했다. 강제로 무릎을 꿇은 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쏜 총에 머리를 맞은 게 분명해 보이는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리나의 남편 올레그는 부차의 야블론스카 거리 모퉁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용접공이었다. 그런 그가 집 밖으로 끌려 나와 누가 봐도 처형된 듯한 모습으로 죽어 있었다.

부차에서 살해당한 민간인은 아브라모프의 사위 올레그만이 아니다. 최근 러시아군이 물러난 부차에서는 살해된 민간인 시신 수십 구가 발견됐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적어도 300명의 민간인이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아직 공식 집계된 수치는 없다.
한편 러시아는 그 어떤 잔학 행위와의 연관성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불타버린 탱크는 여전히 부차 시내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으며, 한 교회 앞마당에서는 여전히 안에 시신 여러 구가 남아 있는 거대한 구덩이가 덮이지도 않은 채로 발견됐다. 검정 비닐봉지 안에 들어가 있는 시신도 있고, 모래 속에 대충 파묻힌 시신도 있는 집단 매장지였다.
도로 위 멈춰있는 민간인 차량엔 탄흔이 가득했으며, 이 자동차 중 적어도 한 대에는 시신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가정집들은 포격으로 파괴됐으며, 주택 진입로는 탱크로 망가졌다.
부차 시민들은 러시아군이 아무 이유 없이 거리에서 민간인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실제 위성사진으로도 러시아가 이 지역을 장악한 기간에 거리에 시신이 방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이리나는 남편 올레그를 죽인 러시아 군인들이 올레그에게 "아무것도 묻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군인들은 남편에게 아무것도 묻지도 않았고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죽여버린 거죠. 그들이 남편에게 한 말이라고는 상의를 벗고 무릎을 꿇으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남편에게 총을 쏴 버렸습니다."
지난 5일 만난 이리나는 남편이 살해당한 곳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그 현장엔 검은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이리나가 밖으로 뛰쳐나와 처참한 모습의 죽은 남편을 발견했을 때 남편을 끌고 갔던 러시아 군인 4명은 근처에 태연히 서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이리나는 그들에게 자신도 쏘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랬더니 군인 중 한 명이 총을 들었다가 내려놓더니, 다시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내 아버지 아브라모프가 딸을 다시 문 안쪽으로 억지로 끌고 들어왔다고 했다.
아브라모프는 "군인들이 우리에게 도망칠 시간 3분을 주겠다고 하더니 슬리퍼를 신고 뛰라고 강요했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부차는 종말을 맞은 세상 같았다. 사방에 시신이 널려있고 거리는 연기로 가득했다"라고 기억했다.
아브라모프와 딸 이리나는 올레그의 시신을 도로에 그대로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녀가 근처 친척 집에 머물기까지 거의 한 달간 도로에 그대로 방치됐었다고 한다.
다시 부차 시내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게 되자 아브라모프는 사위의 시신을 포장된 도로 옆 거친 흙 속에 묻으려고 했다고 한다. 지난 5일에도 여전히 반쯤 파진 구덩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덩이를 파기엔 너무 지치기도 했고 러시아 군인들이 다시 올까 두려웠기 때문에 아브라모프는 사위의 시신을 다시 앞마당으로 데리고 들어와 눕혀 놨다고 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시신을 승합차에 싣더니 데려갔다고 했다.

아브라모프는 "앞으로 사위의 시신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설명했다.
캡션: 러시아군이 물러간 부차의 한 교회 앞마당에서는 시신 여러 구가 집단으로 묻힌 구덩이가 발견됐다. 이후 죽은 이들을 위한 미사가 거행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 부차의 거리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있지만 더 많은 시신이 아직 가정집 지하나 앞마당에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부차의 참상을 공식화하는 작업에 막 착수했다.
부차가 워낙 무참히 파괴됐기 때문에 지난날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엄청난 재건이 필요할진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한편 같은 날(5일) 흐리호리 자모힐니(84)는 불타버린 탱크가 쌓여있고 거의 모든 가정집이 파괴된 시내 길거리를 쓸며 청소하고 있었다. 마치 주변에 일어난 일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 자모힐니의 집은 멀쩡했다. 그 길 전체에서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건물이었다.
전직 공학자인 자모힐니는 자신을 부차 토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더니 "나는 독일과의 전쟁도 겪었는데, 이젠 러시아와의 전쟁을 겪었다"라면서 "지금 당신들이 보고 있는 건 '동물 학대'"라고 말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5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일갈하면서, 나치 독일 전범들의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전범재판이 열렸듯이, 이번 범죄의 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수색해 의도적으로 살해했습니다. 가족 전체를 몰살하기도 했으며 어른, 아이 상관없이 모두 죽였고, 시신은 불태우려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부차 인근의 이르핀에서 자행된 러시아군의 행위에 대한 전쟁범죄 조사에도 착수했다. 우크라이나는 부차와 이르핀, 이 두 교외 지역에서 지금까지 민간인 시신 410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점점 더 철수하고 더 많은 교외 지역이 탈환되면서 더 많은 잔학 행위들이 발견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길거리에는 더 많은 시신이 방치돼 있을 것이며 집단 매장지가 추가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브라모프와 그의 딸 이리나는 단 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앞으로 영영 못 찾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아브라모프는 "사위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평범한 용접공이었다. 척추 골절로 고생하며 평생 장애를 앓았다"라고 말했다.
"사위가 살해당하기 직전, 저는 집 앞마당에 있으면서 열린 현관문을 통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위의 모습을 잠깐 볼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군에게 왜 이러는 건지 묻더군요. 그러나 그것이 사위가 남긴 마지막 말이 됐습니다."
추가 보도: 로디온 미로셴크
사진촬영: 조엘 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