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미국,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 시사… '종전선언 구상 어려울 것'

현지시간 15일 미중 화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현지시간 15일 미중 화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활용하려던 종전선언 구상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검토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청와대는 18일 이와 관련해 "베이징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역시 정해진 바 없다" 밝혔다.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문재인 대통령

평창 이어 '평화 이벤트 무대' 기대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이벤트의 유력한 무대로 거론되어 왔다.

올림픽 무대야말로 당사국 정상들이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데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의 최적의 기회인 셈.

여기에 중국이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 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이 시사되면서 한국 정부의 평화 이벤트 구상이 헝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한국 정부의 암묵적 가이드라인의 '엔딩 포인트'는 사실상 베이징 동계올림픽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활용하려던 종전선언 구상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중 간 갈등이 해소돼야 종전선언에 도움이 되는데 미중 화상 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갈등이 격화되는 이런 분위기는 종전선언 도출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역시 "한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벤트를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분위기상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종전선언을 각국 정상들이 아닌 외교부 장관이나 실무선에서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을 뺀 남북중이 하는 것도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고 모양새도 이상하다"고 덧붙였다.

스탠튼 공공정책센터와 퍼플 새시 혁명은 2021년 5월 27일 위구르 여성을 지지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스탠튼 공공정책센터와 퍼플 새시 혁명은 2021년 5월 27일 위구르 여성을 지지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은?

미국이 실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정치적 보이콧'을 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정부 고위 사절단의 중국 방문은 어렵게 된다.

미국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인권 탄압 때문에 보이콧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내 '반중'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내년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차원에서 미국 여당인 민주당이 불안하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중을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여러 상황이 힘든데 대통령이 올림픽 파티에 가서 종전선언이나 하고 있을 그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인권 문제까지 걸려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편인 민주당 유권자들에게 미움 받고 공화당 유권자들에게도 욕먹을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 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는 일정 수준 안에서 관리는 할 수 있지만 미중 관계의 완전한 개선은 사실상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현재 내부 쇄신 및 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년 11월 중간 선거 이후 공화당이 상하원 과반을 차지할 경우 대외적 성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남북미중 정상 간 대면 만남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현 상황에서 당장 석 달 뒤인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김정은 위원장이 대규모 수행원을 이끌고 선뜻 참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중 교역재개와 국경 개방이 쉽지 않은데다 코로나로 중국과 북한 모두 방역을 더욱 강화하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내년 2월 베이징 방문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