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눈치 말고 행동하라'…대남압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출처, Getty Images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북한 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5일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면 남조선 당국이 민족자주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개선은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면 오히려 복잡성만 조성되고 민족 문제를 우리 의사와 이익에 맞게 해결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를 우리민족끼리 해결해나갈 때만이 남북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 끌지 말라는 '대남 압박'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허락을 받느라 시간을 끌지 말고 독자적으로 알아서 빨리 행동하라는 대남 압박이라고 평가했다. 시간상으로 절박한 한국 정부를 채찍질하고 있다는 것.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BBC 코리아에 "예전처럼 미국을 끌어들이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또 실질적인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우니 한국을 향해 '임기 얼마 안 남았으니 성과를 보려면 빨리 알아서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게 한국은 가장 유효하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원"이며 "한국 정부는 약간만 호응해주면 대북지원에 앞장서는 만큼 그 부분을 활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회복을 끝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결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급했다"며 "북한과의 성과가 절실한 상황에서 현 정부가 연내 어떠한 독자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기가 많이 남았다면 미국의 눈치를 봐야겠지만 이제 임기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남북관계 성과를 위해 행동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한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은 자신들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기존처럼 아무것도 못하면 손해 볼 거라는 식의 이러한 대북 압박은 남북 간 물밑접촉의 틀이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대북제재 완화하려는 의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를 움직이려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북한을 향해 수많은 공수표를 날렸지만 결국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결국 유엔 제재 틀 속에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대규모 대북지원에 대한 사실상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문재인 정부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데 북한이 한국의 이런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미국이 도움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북미 핵 협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정부가 말하는 '입구에 다다를 수 있는 실마리'를 북한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사히 신문과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의 주류 언론들은 5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과 관련해 "북한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한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장기간 이어진 경제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 폐쇄로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등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통신 재개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북대화 재개를 갈망하는 문재인 정권을 구슬려서 대미관계 등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10명 중 4명만 '통일 필요'

이런 가운데 한국 국민 10명 중 4명만이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한 문재인 정부의 계획 및 바람과는 사뭇 다른 결과라는 해석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5일 공개한 '2021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와 '약간 필요하다'는 총 응답은 44.6%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았다.

통일이 '별로' 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29.4%였다.

특히 연령별로는 20대에서 부정적인 응답을 한 비율이 42.9%로 가장 높았으며 30대에서도 34.6%나 됐다.

통일 가능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5년 이내'라는 응답이 1.3%로 3년 전 6.3%의 1/5 수준이었다.

반면 '3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응답은 같은 기간 12.5%에서 25.2%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통일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는 답은 14%에서 25.6%로 늘었다.

연구원 측은 "2018년까지만 해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지난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