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유엔서 또다시 '종전선언' 제안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에서 또다시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또 북한을 향해서는 "지구공동체 시대에 맞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며 남북 이산가족 상봉 추진, 감염병과 자연재해 대응 등을 제안했다.

30년 전 남북 유엔 동시가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결코 분단을 영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남북이 주변국들과 함께 협력할 때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정착시키고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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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이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연내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특히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비정상적인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 수립을 강조하면서 연내 종전선언에 합의했다.

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문 대통령이 언급한 종전선언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라며 "하나는 북미대화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돌파구로 쓰겠다는 것, 또 하나는 종전선언을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어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함께 모여 선언식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2018년 당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추진했던 '탑 다운' 방식으로 다시금 돌아가겠다는 것.

당시 외교가에는 구체적으로 종전선언 논의가 오갔으며,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유엔총회에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또 이를 위해 정상 간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2018년과 지금은 현실적으로 엄연히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을 짓는 '탑다운'을 추구했지만 2019년 초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그 한계를 경험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탑 다운'이 아닌 '버텀 업', 즉 실무에서부터 차근차근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박원곤 교수는 "핵심은 바이든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의지와 비핵화의 로드맵이 완성된 이후 만나겠다고 수차례 밝힌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이 나왔다"며 "한국 정부가 과연 미국과 얼마나 소통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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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돌파구' 절실… 현실성 없어

문 대통령이 또다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뒤집을 극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현재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원하는 화두를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로, 미국이 수 차례 제재 지속을 공개적으로 피력했고 또 북한이 최근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상황에서 차마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를 언급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3년 전 종전선언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던 이유는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지만 북한이 그 요구를 수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분위기가 좋을 때에도 안됐던 종전선언에 대해 이제 와서 다시 미국의 긍정적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은 상호원칙주의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끊임없이 무력 도발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문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까지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놓고 종전선언 제안하는 것은 결국 나쁜 행동에 대해 긍정적 보상을 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로서는 지금 남북관계를 풀지 못하면 지난 5년의 노력이 다 무효가 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이 이해는 되지만 현실성이 굉장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정성윤 연구위원도 "평화를 내세우더라도 유엔과 국제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다른 곳도 아닌 유엔 무대에서,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침묵하기 보단 지적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로 가야 한다고 언급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포함한 4자 회담?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제안하면서 선언 주체를 6.25 한국전쟁 당사국들인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구체화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미중 4자 선언이 3자보다 실효적"이라며 "정전협정 서명국 중 하나인 중국이 참여하면 북한이 대화의 장에 보다 수월하게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이 참여한다면 종전으로 가는 길에 보다 강화된 보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미중 갈등 국면에서 4자로의 이행이 보다 복잡한 국면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면을 위해선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한국의 현실적인 고려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미중 정상 간 대면 회담이 여전히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남북미중으로 묶겠다는 것은 중국을 핵심 파트너로 비핵화 협상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인데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 문제로 미중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물리적으로도 코로나 상황에서 4개국 정상이 만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