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미·일에 미리 알려... '한미일 3국 공조 중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제공=뉴스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을 계기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최종건 1차관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전날(29일) 각각 미국의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성 김 대북특별대표와 전화상으로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연락 채널 복원에 대해 좋은 진전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연락선 복원, 미∙일에 미리 알려

정부는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원 합의에 대해 미국과 일본 측에 미리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30일 문재인 정부가 복원 사실을 발표하기 전날인 26일 이전에 관련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한일 관계가 얼어붙어 있지만 한국 정부가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한미일 3국 공조를 중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미일 3국 협력을 중시하는 만큼 한국이 이러한 미국 측 기조를 고려해 통신선 복원을 사전에 알렸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해 2월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북한 문제의 핵심은 북한 비핵화로, 이는 절대 남북 둘만의 문제일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핵 이슈에 대한 접근이 북미 대화를 통해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보다 북미 관계 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의 진전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미국이 바이든 정부로 바뀌면서 북한 이슈를 북미대화로 이끌고 있긴 하지만, 일본을 포함한 한미일 3국 공조 기조 및 사실상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일 양측은 28일 남북 통신선 복원을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북 인도적 물자 반출 재개

한편 정부는 그간 중단됐던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승인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오후 두 건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인도주의 협력에 관련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지속적으로 승인을 해나갈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민간단체 측의 지속적인 승인 재개 요청이 있었고 북한의 보건, 영양 물품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남북 연락채널이 복구됐으니 민간 교류 협력 재개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통일부는 지난해 9월 서해에서의 공무원 피격사건 이후 대북 인도협력 물자의 반출승인을 잠정 중단해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도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바라고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먼저 민간의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그 토대 위에서 당국 간 만남이나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우선적으로 북한의 보건 위기 극복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단계적으로 실행 가능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앞서 남북대화 및 관계 개선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지지'에 대한 한미 간의 입장과 판단이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한미 간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위험 관리를 중시한다"며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최소한 북한의 도발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차원에서 미국이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 남북 관계에 진전이 이뤄지면 남북 합작 사업을 추진하려 할 텐데 이를 위해서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유예 면제가 필요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동기 중 하나는 한미일 협력 강화 및 한미 공조를 흔들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