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바이든, '푸틴은 전범'... 러시아 '용서할 수 없다'

사진 출처, Reuter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지칭하면서 외교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의 질문에 '전범' 발언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며 '전범'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러시아 크렘린궁은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포격으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의 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리가 목격한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푸틴을 전범이라고 부를 준비가 되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대통령은 "아니요"라고 대답한 뒤 기자가 재차 질문하자, "제가 그렇게 부를지 질문한 것인가요? 아, 저는 푸틴이 전쟁 범죄자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후에 이것이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라기보다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야만적인" 폭력 상황을 지켜본 바이든 대통령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을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전쟁범죄라고 공식적으로 확정하기 위해선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별도의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며, 해당 절차가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푸틴은 아파트와 산부인과 병동을 폭격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끔찍하게 파괴하며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잔학하고 잔인무도한 행위이다"라고 밝혔다.


분석: 안토니 저커, BBC 북미 기자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외교적 관계가 하나씩 끊겨가고 있다.
바이든의 이번 발언은 이상한 것이었다. 물론 바이든은 즉석에서 한 듯한 발언으로 중요한 정책적 변화를 일으킨 전력이 꽤 있는 정치인이긴 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12년 동성결혼에 대한 그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엔 기자의 질의에 푸틴이 범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더니 다시 번복했다.
푸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하라는 의회와 언론의 점점 더 커지는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만약 백악관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던 것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마련된 연설을 하는 대신 현장에서의 즉석 발언으로 정리한 듯하다.
물론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는 향후 러시아와 협력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떤 주제이든 양측이 만나서 양보나 협상, 합의를 할 때마다 "어떻게 범죄자와 어울릴 수 있나"라는 질문이 항상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발언을 통해 단순히 새로운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국제 정치 질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해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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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 양국에서 여러 극적인 정치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앞서 16일 미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기립박수를 받은 지 몇 시간 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 이로써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규모는 10억달러(1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구 반대편 러시아에선 푸틴 대통령이 반서방적 언사로 가득 찬 TV 연설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세계가 러시아를 거짓말로 분열시키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러시아 내부의 일명 "배반자들"을 맹렬히 비난했다.
"물론 서방은 소위 '제5열' 혹은 배반자들에 큰 기대를 걸 것이다. 이곳 러시아에서 돈을 벌지만 저쪽(서방)에 사는 이들이다. 지리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굽신거리며 사는 배반자들이다."
'제5열'(fifth column)은 국가나 조직을 약화하려는 내부 배반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모든 국민, 특히 러시아 국민은 항상 진정한 애국자와 쓰레기 및 반역자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실수로 입에 날아든 파리처럼 그들을 뱉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의 "자정 작용"이 러시아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서방이 "러시아의 파괴"를 목표로 내분을 일으키려 한다고 일갈했다.
대통령의 이런 연설에 일부 러시아 시청자와 언론인은 우려를 표했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정치 분석 전문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전역 관료들에게 "서양식 생활 방식에 동조하는 모든 사회 영역을 겨냥하도록"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첫 대통령 임기 때 측근이었지만 푸틴의 격렬한 비평가로 변모한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는 트위터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파괴하기 위한 행동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카시야노프 전 총리는 푸틴이 "본질적으로 자신의 정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의 시작을 발표한 것"이라면서 "이러한 일은 지난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여러 곳의 역사에서 말이다"라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