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맞길 주저했던 일본은 어떻게 접종 선진국이 됐을까?

일본은 몇 달 만에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률에서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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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일본은 몇 달 만에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률에서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 기자, 루퍼트 윙필드헤이스
    • 기자, BBC 도쿄 특파원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지난 6월 초, 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미국까지 날아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올림픽을 겨우 7주 정도 남긴 시점이었지만 당시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을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3.5%에 불과했다. 영국에 있는 친구들은 소셜 미디어에 백신 접종 인증샷을 신나는 듯 올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크리스마스까지 백신 주사는 구경도 못하겠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다.

올림픽의 막이 오를 때쯤엔 일본 정부가 백신 접종을 이렇게 완전히 망쳐버렸다는 점이 놀라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은 백신 접종 초기의 혼란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보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의 약 76%가 2차까지 모두 예방 접종을 마쳤다.

관건은 올림픽이었다.

지난 7월, 일본 거리에서 올림픽 개최 취소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엔 올림픽이 코로나19 확산의 장으로 변할 것이라는 분노와 두려움이 실재했다.

모처럼의 국가적 행사가 엉망이 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정치인들은 전열을 가다듬었다.

군대가 소집됐고 7월 초까지는 매일 100만 번의 백신 주사가 접종됐다.

놀라운 것은 단지 데이터 상의 숫자 변화가 아니라 기꺼이 백신을 맞으려는 일본 사람들의 의지였다. 현재 일본에서 80세 이상 연령층의 95%는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받았다. 백신 맞기를 주저하는 조짐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는 예견된 상황은 아니었다.

공포 혹은 망설임?

일본은 오래 전부터 백신에 대해 망설여온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1월, 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은 새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일부 전문가들은 초기에 벌어진 혼란이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 정책연구재단의 시부야 겐지 교수는 "초기에는 실제로 사용 가능한 백신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특히 노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던 일종의 희소성 심리를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시부야 교수는 이 같은 두려움이 특히 고령층에서 매우 높은 접종률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다른 나라의 노인들이 어떻게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보고 확보한 백신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접종을 받기 위해 몰렸다.

출발이 느렸다는 건 젊은 사람들이 접종을 기다리며 다른 나라 사람 수억 명이 심각한 부작용 없이 백신을 맞고 있는 걸 지켜봐야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은 일본인들에게 백신의 안정성에 대해 안심하게 만들었다.

백신이 정치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웠던 것도 미국이나 유럽과의 차이점이었다.

시부야 교수는 "이곳에는 백신 정치화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건 자유나 개인의 권리 차원의 렌즈를 통해 비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의 일반 대중들은 어떠한 음모론도 반기지 않아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8월 20일, 일본은 신규 확진자는 2만6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하루 동안 가장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지난주 신규 확진자 숫자는 하루 15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며칠간 사망자 수가 전혀 없는 날도 보고되는 등 사망자도 비슷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에 백신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모두 백신 덕분만은 아니다. 백신이 본격적으로 접종되기 전에도 일본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낮았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3.8명이지만 일본은 14.52명에 불과하다.

비만율도 영향?

도쿄 미래복지연구소의 사회학자 후카와 테츠오 교수는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은 정말 놀라운 것이라며 "사망자 수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인들의 기대 수명이 더 늘어났습니다. 이건 매우 특이한 일이에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지난해 모두 기대 수명이 감소했거든요."

일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망자가 적은 것이 자국의 낮은 비만율과 관련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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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일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망자가 적은 것이 자국의 낮은 비만율과 관련이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후카와 교수는 일본의 낮은 코로나19 사망률, 긴 수명, 낮은 비만율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매우 길어요.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죠. 일본인들의 식습관이 수명에 기여할 수도 있고 비만율도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3.6%만이 비만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후카와 교수는 전 세계 9개국을 대상으로 기대 수명과 비만, 코로나19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비만율이 낮은 국가에서 코로나19 사망률도 낮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비만을 코로나19 증상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발견이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부야 교수는 이것이 일본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비만은 위험 요인입니다. 하지만 전체 인구 수준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 뿐만 아니라 X요인도 아닙니다."

사실 시부야 교수는 일본의 코로나19 기록에 예외적인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은 감염 사례가 적기 때문에 사망자가 적은 것이라며 답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사망률은 좋지 않지만, 감염자 수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사망할 확률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슷하지만, 일본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더 적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행동 습관에 있다.

일본은 대중교통과 해변, 길거리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쓴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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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일본은 대중교통과 해변, 길거리 어디에서든 마스크를 쓴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런던에 있는 동료들 얘길 들어보면 요즘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지하철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도 마스크 착용자를 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공원은 물론 해변에서도 마스크를 쓴다. 심지어 혼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는 사람들도 지나갈 때 보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손 세정제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공중화장실, 기차역, 식당, 카페 어디서든 손 세정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누군가 또는 뭔가를 만지기 전에 먼저 손을 소독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다소 억압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다.

시부야 교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등 매우 잘 행동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백신이 나오고 긴급 사태가 해제되면서 사람들은 사무실로 돌아왔고 술집과 식당도 다시 찾게 됐다.

1년 반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게 했던 공포감이 이제 사라지고 있다. 시부야 교수는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현재 일본이 보이고 있는 매우 낮은 감염률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유럽보다 한 두달 뒤처져 있어요. 머지 않아 우리도 또 다른 대유행이 일어나는 걸 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