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내전 휴전 5달 만에 북부 티그라이서 전투 재개

에티오피아 정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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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알렉스 드 왈
    • 기자, 아프리카 전문 분석가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정부군과 북부 티그라이 지역을 장악한 반군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 간 내전이 재개됐다. 지금으로선 다시 휴전은 매우 불확실해 보인다.

정부군과 TPLF 양측 모두 지난 8월 24일(현지시간) 새벽 티그라이 남쪽 코보 근처에서 상대가 먼저 첫 번째 총격을 가했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충돌이 발생한 지역은 암하라주와 인접한 곳이다.

서방 외교관들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정부군 및 동맹 관계인 암하라 지역 민병대('파노')가 지난 몇 주간 해당 지역으로 대규모 병력을 동원했다는 점은 적어도 분명하다.

그러는 동안 TPLF는 대규모 징병을 통해 세를 불렸다. 강제 징집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훈련과 재무장에 큰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또한 작년 벌어진 전투에서 TPLF가 정부군의 수많은 무기를 손에 넣었으며, 해외에서 새로운 무기를 사들였다는 소문도 있다.

이에 따라 에티오피아에선 휴전이 깨질 수도 있다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평화협상이 곧 다시 진행되리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실제로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의 지시로 데메커 메코넨 부총리가 이끄는 평화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에도 아비 총리가 정부 측 고위 인사들을 보내 TPLF와 비밀리에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부티 및 세이셸에서 열린 협상에서 정부군은 티그라이 봉쇄를 풀고, 이웃국인 에리트레아 또한 에티오피아 정부에 대한 지원을 철수하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측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만나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의 중재 아래 영구적인 휴전 등의 의제에 관해 서로 입장을 설명하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막후에서 이 회담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케냐와 협력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에선 원조가 필요한 인구가 거의 500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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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에선 원조가 필요한 인구가 거의 500만 명에 달한다

지난달 2일 티그라이 지역의 주도인 메켈레를 방문한 마이크 해머 미국 특사와 유럽연합(EU) 및 유엔(UN) 특사 또한 "전기, 통신, 은행 및 기타 서비스의 신속한 복구" 및 "인도주의 지원 접근의 제한 없는 허용"을 요구하며, 아비 총리가 이러한 내용에 동의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부가 중재자로 선호하는 올루세군 오바산조 아프리카연합(AU) 특사는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게다가 특사들과의 브리핑 자리에서 오바산조 특사는 자신이 유일한 중재자임을 강조하면서 에티오피아 정부의 동맹국인 에리트레아를 회담에 초청하자는 깜짝 제안까지 내놨다.

TPLF는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정부는 그 어떠한 회담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제 특사들 또한 정확한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한편 지난 7~8월 내내 에티오피아 정부는 티그라이 지역에 대한 봉쇄 및 주요 서비스의 차단을 대부분 유지했으며 농사에 필요한 비료나 식량, 의약품 일부만 들여보내 줬다.

에티오피아 현지에선 지난 5개월간 비록 제한적으로나마 "인도적 휴전"이 이어졌다. 이 덕에 세계식량계획(WFP)은 티그라이에서 원조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TPLF 측은 국제 사회의 시선과 달리 이 원조 활동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부군이 지속적인 봉쇄를 통해 굶주림을 전쟁의 무기로 삼고 있으며, 원조 지원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불충분했다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EP)은 "수만 명"이 원조를 받았다고 말한다. 좋은 시작점이긴 하나 어려움에 처한 인구가 480만 명임을 생각하면 매우 부족한 수치다.

데브레시온 게브레미차엘 TPLF 당수는 전투 전날 전 세계 지도자들을 향한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든 빠르게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기아로 죽느냐, 아니면 권리와 존엄성을 위해 싸우다 죽느냐 뿐"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티그라이에선 대규모 기아 사태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망자 규모에 대해선 정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올해 초 벨기에가 이끄는 어느 연구팀은 TPLF의 지방 정부와 아비 총리의 정부군 사이의 대규모 충돌로 2020년 11월 내전이 발발한 이후 티그라이족 50만 명이 굶주림 및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6월 TPLF가 티그라이 지역 대부분을 장악 한 이후 프랑스 채널 '아르떼'의 제작진을 제외하면 해당 지역에 머무는 외신 특파원도 없어 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 또한 기근 여부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출입을 허가받은 소수의 구호 요원만으로는 아동 사망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론 인도주의적 재앙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제한된 규모로나마 이어졌던 원조 활동도 이제 중단됐으며, 한 달 이상 제대로 작물 수확이 이뤄지지 못했다.

게다가 이제 전투가 재개되면서 더 큰 재앙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료진에 따르면 지난주 정부군의 메켈레 폭격으로 유치원이 피해를 당해 7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3명이 어린이였다고 한다.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오직 군사시설만을 목표로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밤 메켈레에 두 번째 공습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티그라이족 주민들은 유치원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사진 출처, Tigrai TV/Reuters

사진 설명, 티그라이족 주민들은 유치원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TPLF는 UN 구호용 트럭에 쓸 연료 12통을 약탈하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TPLF 측은 몇 달 전 UN에 빌려준 연료를 회수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방식과 시기상 지역 주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이라는 TPLF 대변인의 주장과는 다른 목적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공군은 이웃국 수단에서 반군을 위한 무기를 싣고 오는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TPLF는 이를 부인했다.

에리트레아에서 에리트레아 및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라이와 인접한 곳으로 대규모 병력을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에리트레아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31일 수단과 국경을 접한 티그라이 서부 지역에서 전투가 보고됐다.

현지 상황상 전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지만, 이번 코보 지역에서의 전투는 그 규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티그라이 쪽 소식통에 따르면 TPLF가 사단 20개로 구성된 대규모 부대를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으며, 엄청난 양의 무기도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독립적인 사실 확인은 없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패배 및 손실은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언론에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신중한 자세로 보도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정부는 코보 지역의 민간인을 대피시켰다고 밝혔으나, 코보에서 남쪽으로 50km 정도 떨어진 월디아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어디서도 군대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TPLF는 병력을 남쪽으로 이동시키지 않고 있으며, 작년 수도 200km 이내까지 진격했던 지난해의 상황을 반복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TPLF의 대변인 또한 월디야 점령설을 부인했다.

북부 에티오피아 내 TPLF의 진군
사진 설명, 북부 에티오피아 내 TPLF의 진군

TPLF는 즉각적인 평화협상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에티오피아 남부와 서부에서 정부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서 오로모 해방전선과 공식적인 연합을 맺고 있지만, 국가를 통치할 수 있을 만한 연합정부가 구성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티그라이족 주민들 간에는 대부분 타 지역이 아닌 티그라이 지역만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배적이다.

현재로서는 양측이 신뢰할 만한 평화 협상 프로세스가 부재한 상태다.

오바산조 특사가 임명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게다가 에티오피아 정부의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오바산조 특사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조용히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아프리카 및 서방 외교관들도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달 중순 윌리엄 루토가 케냐타 대통령이 지지하는 라일라 오딩가 후보를 꺾고 케냐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미국과 케냐의 에티오피아에 대한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TPLF 측이 중재자로 선호하는 케냐타 대통령의 관여 여부에 구상의 성패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새롭게 당선된 루토가 케냐타 현 대통령을 평화 회담의 중재자로 임명할 가능성도 있으나, 그 전에 케냐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한편 미국은 이러한 돌발 상황에 대한 '플랜 B(차선책)'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평화 회담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으나, 양측 모두 미국의 이런 말에 귀를 기울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비 총리는 전투에서 패배한 직후 협상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며 약해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에티오피아 정부는 TPLF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다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TPLF는 티그라이 봉쇄가 '전쟁 범죄'라며 봉쇄 해제를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에게 이미 약속된 사항을 어길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지난주 벌어진 참혹한 모습은 에티오피아인들과 국제사회가 진작 깨달았어야 할 교훈만을 다시 증명했다.

바로 티그라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내전에선 군사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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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드 왈은 미국 터프츠대 국제법 및 외교학 특수대학원 내 세계평화재단(WPF)의 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