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서 수백 명 사망한 가운데 미국 공격 시 보복 경고
- 기자, 샤얀 사르다리자데
- 기자, 리처드 어바인-브라운
- 기자, BBC Verify
- 기자, 곤체 하비비아자드
- 기자, 사라 남주
- 기자,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
BBC 소식통과 활동가들에 따르면 정부의 탄압 수위가 높아지며 현재 이란 내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란 정부가 미국의 공격 시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테헤란의 한 소식통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곳 상황은 매우 나쁘다"며 "많은 친구들이 죽었다. 저들은 실탄을 발사하고 있다. 마치 전쟁터 같다. 거리가 피로 물들었다. 트럭으로 시신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테헤란 인근 영안실에서 촬영된 영상 속에서 시신 가방 약 180개를 확인했다. 미국 소재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전역에서 시위 참가자 495명, 보안군 인원 48명의 사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기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이어진 사회적 혼란으로 구금된 이들도 1만600명에 달한다.
한편 미국은 시위 참가자 살해와 관련해 이란에 개입할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란 지도부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회담 전에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고려 중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11일 "매우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가 BBC의 미국 파트너사 CBS에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선택지를 보고받았다.
미 정부 관계자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외 방안으로는 온라인 반정부 흐름 지원 강화, 이란군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 추가 제재 부과 등이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이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과 미군, 이 지역의 해운 시설이 모두 합법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된 이번 이란 시위는 현재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성직자에 의한 통치 체제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 법무장관은 시위 참가자들을 "신의 적"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는데, 이란에서 이는 사형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다. 한편 하메네이는 시위대를 트럼프를 "기쁘게" 하려는 "한 무리의 파괴자들"이라 일갈했다.
지난 11일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이란의 국가적 전투에서 살해당한 순교자들"을 추모하고자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이란의 여러 의료기관들은 최근 며칠간 시위 중 사망자나 부상자들이 몰리면서 병원이 포화 상태라고 BBC에 전했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9일 밤 북서부 라슈트의 한 병원으로 시신 70구가 이송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테헤란 소재 한 병원 관계자는 BBC에 "약 38명이 숨졌다. 대부분이 응급실 침대에 눕자마자 숨졌다 … 청년들의 머리, 심장 등을 직접 겨냥한 총상이었다. 상당수는 병원에 오지도 못하고 숨졌다"고 전했다.
BBC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 뉴스 기관들은 이란 내부에서는 보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란 정부가 지난 8일부터 인터넷을 끊으며 정보 수집 및 검증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다만 일부 현장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한 영상에는 카리즈악 소재 영안실인 '테헤란 법의학 진단 및 실험 센터'에 수많은 시신 가방이 놓인 모습이 포착됐다.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한 영상에는 천 등으로 덮인 시신 180여 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대부분이 야외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그 뒤로 사랑하는 이를 찾는 듯한 사람들의 절규와 비명이 들린다.
해당 영상은 당국으로부터 추가적인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생존자들의 신원 보호를 위해 흐리게 처리됐다.
BBC 검증팀이 최근 촬영된 것으로 확인한 여러 영상에는 이란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시위대와 보안군 간 충돌 장면이 담겼다.
복면을 쓴 시위대가 쓰레기통과 모닥불 뒤에 몸을 숨기고 있으며, 저 멀리에는 보안군이 일렬로 배치됐다. 버스로 보이는 듯한 차량은 화염에 휩싸였다.
그 뒤로 여러 발의 총성,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 등이 들린다. 근처 육교에는 한 인물이 여러 방향으로 총을 쏘는 듯한 모습이며, 몇몇 사람들은 울타리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
테헤란에서 지난 10일 밤 촬영된 것으로 확인된 영상에서는 시위대가 기샤 지역 거리를 점거하고 있으며, 푸나크 광장에서는 냄비 등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헤라비 지구에서는 시민들이 행진하며 신정정치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MAHSA / Middle East Images / AFP via Getty Images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번 소요 사태의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돌렸다.
그는 "그들이 특정 개인들을 국내외에서 훈련시켰으며, 외부에서 이 나라로 테러리스트들을 들여왔고, 모스크에 불을 지르고, 라슈트의 시장과 길드들을 공격했으며, 시장을 불태웠다"고 주장했으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와 BBC 검증팀이 제시한 영상을 통해 이란의 보안군이 테헤란, 서부 케르만샤, 남부 부셰르 등 여러 지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서부 일람 지역 중심부에서 촬영돼 검증을 마친 다수의 영상에도 시위대의 집회가 열리던 이맘 호메이니 병원을 향해 발포하는 보안군의 모습이 담겼다.
기존에도 이란에서는 국내 인트라넷 외 인터넷 접속은 대부분 차단된 상태로, 외부 세계와의 연결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시위 기간 당국은 사상 처음으로 이마저도 철저히 차단했다.
한 전문가는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에 이번 인터넷 차단 수위는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시위 당시보다 더 심하다고 전했다.
인터넷 연구원인 알리레자 마나피는 현재 이란에서 외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타링크 위성이라면서도, 정부가 추적할 가능성이 있기에 사용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란 마지막 왕의 아들, 시위대 향해 '곧 여러분 곁에 있겠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이란 팔라비 왕조의 망명한 마지막 샤(국왕)의 아들인 레자 팔라비는 지난 11일 시위대의 귀국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의 형언할 수 없는 용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고 시위대에 전했다.
이어 "전 세계 곳곳의 우리 동포들이 여러분의 목소리를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다"며 "곧 나 또한 여러분 곁에 있을 것"을 약속했다.
레자 팔라비는 현 이슬람공화국은 "용병 부족 사태"에 직면했으며, "많은 무장 및 보안군이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시민을 탄압하라는 명령에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BBC는 이 주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11일 저녁에도 시위를 계속하되 단독 행동을 삼가며,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주말이었던 10~11일 양일간 주런던 이란 대사관 발코니에서 시위대가 이란 국기를 떼어내는 듯한 영상이 SNS에 공개됐다.
이란 국영 매체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 사건 이후 주테헤란 영국 대사를 소환조치했다.
이번 시위 사태는 지난 2022년 쿠르드계 여대생이었던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이후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 이후 가장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당시 수개월간 보안군의 손에 550여 명이 숨지고 2만여 명이 구금됐다.
추가 보도: 소루스 파크자드, 로자 아사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