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병원 마비 상태'…이란 시위 2주째, 현장 상황은

사진 출처, Reuters
- 기자, 헬렌 설리반
- 기자, BBC 뉴스
- 기자, 소루시 네가다리 & 로자 아사디
- 기자, BBC 뉴스 페르시안
이란에서 시위가 2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란 당국이 시위대에 대해 조직적인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병원 현장에서는 심각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곳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의료진은 BBC에 "부상자가 몰리며 의료 시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의사는 테헤란의 한 안과 전문 병원이 위기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고 전했고, BBC는 또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보낸 메시지도 입수했다. 이 의료진은 "환자가 급증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외과의사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요일 "이란은 큰 곤경에 처해 있다"며 "먼저 총을 쏘기 시작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시위를 자신들이 표현한 바 '폭력적인 전복 행위와 광범위한 파괴 행위'로 변질시키는 데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인 레자 팔라비는 9일(현지시간) 시위를 "장엄하다"고 평가하며, 이란 국민들에게 주말 동안 보다 표적화된 추가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미국에 거주 중인 팔라비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의 목표는 더 이상 단순히 거리로 나서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도시 중심부를 장악하고 유지할 준비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 지도자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할 권리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전역 수십 개 도시에서 벌어졌으며, 두 개의 인권단체는 지금까지 최소 50명의 시위대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BBC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 언론은 이란 내 취재가 차단돼 있으며, 이란은 8일 저녁부터 사실상 전면적인 인터넷 차단에 들어가 정보 수집과 사실 확인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통해 BBC에 연락해온 한 이란인 의사는 테헤란의 주요 안과 전문 병원인 파라비 병원이 위기 대응 체제에 돌입했으며, 응급 의료 서비스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긴급하지 않은 입원과 수술은 중단됐고, 응급 환자 대응을 위해 추가 의료진이 소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또 8일 남서부 도시 시라즈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 보낸 영상과 음성 메시지도 입수했다. 이 의료진은 다수의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으나, 급증한 환자를 감당할 만큼 외과의사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머리와 눈에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월 28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최소 50명의 시위대와 15명의 보안 요원이 숨졌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 인권활동가뉴스통신(HRANA)이 밝혔다. 이 단체는 또 2,311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인권(IHRNGO)은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51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이 가운데 22명의 가족과 직접 접촉해 신원을 확인했다.
스테판 뒤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유엔이 인명 피해에 대해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사람들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으며, 각국 정부는 그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되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공동 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은 자국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9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이슬람 공화국은 수십만 명의 존엄한 사람들이 흘린 피를 통해 탄생했으며, 이를 부정하는 세력 앞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국영 방송을 통해 지지자들 앞에서 한 발언에서도 하메네이는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며, 이란은 "파괴적인 요소들을 다루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주재 유엔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위협과 선동, 그리고 불안정과 폭력을 의도적으로 조장함으로써 이란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9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부 도시들을 국민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란 지도부를 향해 했던 경고를 되풀이하며 "가장 아픈 곳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개입이 "지상군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8일에도, 이란 당국이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면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9일 미국 정부는 이란 외무장관이 이스라엘과 워싱턴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해 "망상적"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레바논을 방문 중이던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번 발언은 이란 정권이 국내에서 직면한 막대한 도전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망상적인 시도"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0일 새벽,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미국은 용감한 이란 국민들을 지지한다"고 적었다.
한편 이란의 치안·사법 당국은 9일 시위대를 향해 일제히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며 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는 앞서 이란 최고 안보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가 밝힌 '무관용'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란 국가안보회의는 시위대를 "무장한 파괴 세력"이자 "치안과 안보를 교란하는 존재"로 규정하며, 이들에 대해 "단호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정보부 역시 성명을 통해 "테러 행위"로 규정한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적의 계획이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