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대 로봇'...전쟁의 불편한 미래를 보다

사진 출처, United24
영국-우크라이나의 무기 제조업체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로봇의 수가 인간 군인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로봇과 드론만을 이용해 러시아군으로부터 영토를 탈환한 첫 사례가 나왔다고 언급한 이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이번 분쟁 내내 무인 항공 및 지상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에 분석가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군사기술 개발을 획기적으로 촉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전쟁의 미래와 군인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자국의 신형 로봇 무기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적의 진지를 "지상 로봇과 드론 등 무인 플랫폼만 이용해서"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해당 작전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2월에도 지상 로봇 단 1대만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을 45일 동안 막아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작전에 사용된 무기 중 일부는 영국-우크라이나의 군사 스타트업인 '유포스(UFORCE)'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포스는 빠른 성장률을 이어가며 최근에는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른바 '유니콘' 기업 지위에 올랐다.
BBC 취재진은 영국 런던 소재 UFORCE 본사를 찾았다. 이곳에는 별다른 로고도 없고,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회사 측은 잠재적인 러시아의 방해 공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상 속에서 말한 로봇 전투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다만 자사의 공중·지상·해상 드론이 현재 전투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포스의 리안논 패들리 영국 전략파트너십 이사는 "작전 내용이나 구체적인 당사의 관여 방식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리는 전투 임무 15만여 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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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들리 이사는 무인 무기의 수가 인간 군인 수를 앞지르면서 앞으로는 로봇 간 전투가 점점 더 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진지에 폭발물을 투하하도록 설계된 로봇을 배치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해당 기술이 발전하며 미래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 소재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멜라니 시슨 선임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미래의 국방과 무기 분야에서 중요한 교훈을 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필요가 어떻게 발명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인상적인 연구 사례입니다."
유포스는 BAE 시스템즈와 보잉, 록히드 마틴과 같은 기존의 전통적인 대형 방산 기업에 도전장을 내민, 이른바 '네오-프라임' 방산 기업 중 하나다.
또 다른 신흥 방산 기업으로는 올해 2월 무인 전투기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한 미국 기업 '안두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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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드론은 여전히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지만, 안두릴과 같은 기업들은 무기 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고자 노력 중이다.
유포스의 지상용 드론은 표적 지정 및 조준용으로 설계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반면 안두릴 측은 자신들의 일부 무기 시스템은 공격의 마지막 단계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자국 군에 적극적인 AI 도입을 공개적으로 촉구해왔다.
올해 1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이 "AI 우선 전투군"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방부의 지난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역시 AI 기반 군사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봇들이 직접 교전하는 미래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싱크탱크 '랜드 유럽'의 제이콥 파라킬라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드론은 이미 서로 직접 교전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육상 및 해상 전쟁으로 확대되는 일은 불가피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가능성이 큰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무기 시스템의 자율성이 강화될수록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고 경고한다.
'국제앰네스티'의 패트릭 윌켄은 "군 당국은 표적 식별 등의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기계에 맡기면 심각한 윤리적·인권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무기 제조사들은 "인간을 (의사결정) 과정에 계속 개입"시킴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무력 사용 결정권은 여전히 군 장병에게 있다는 설명이다.
안두릴의 리치 드레이크 영국 지사장은 "인간에게는 휴식과 식량이 필요하지만, 전투 상황에서는 이러한 필요 사항이 항상 충족되지는 않는다"며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킬 체인'이라 부르는 과정 전반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